김승혁의 아빠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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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인혜정 기자] 지난해 9월 김승혁은 딸 인아를 얻고 더욱 강해졌다. 가족으로부터 얻은 긍정 에너지 덕분에 바쁜 투어 생활에도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그리고 올해 PGA투어를 경험하면서 꿈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아침에 일어나 딸아이와 눈인사를 할 때 가장 행복해요. 아이가 아직 ‘아빠’라는 말은 못하지만 저를 보며 웃을 때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아이를 위해 제 꿈을 빨리 실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승혁에게 2017년은 모든 면에서 특별한 해였다. 지난해 3월 최리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더욱 안정된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보냈고 결과도 좋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제네시스 상금왕까지 차지하며 국내 남자 골프의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한 것. 이 기세를 쭉 이어간다면 올 시즌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그는 새 시즌 준비를 위해 지난 1월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스윙은 단점을 보강하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체력 강화에 더욱 힘썼다. “지난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샷 기복이 심하더라고요. 스윙 연습뿐만 아니라 기본 체력을 가다듬는 데도 신경 썼습니다. 또 점프, 멀리뛰기 등 순발력을 키우는 운동도 병행했습니다.”

한 달간의 짧은 훈련을 마치고 그는 곧장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오픈에서 시즌 첫 번째 도전을 하게 됐다. PGA투어는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CJ컵앳나인브릿지 참가 후 두 번째 출전이다. “값진 경험이었어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플레이한다는 생각에 설레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유명 선수들이 많이 출전해 분위기가 더욱 활기찼어요. CJ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대회 시작 전 호명할 때 엄청 떨렸어요.” 연이어 그는 말했다. “타이거 우즈의 실물을 처음 봤는데 남다른 포스에 오라가 느껴지더라고요. 또 선수들의 팬서비스도 훌륭했어요. 본받을 점이 많았습니다.”

김승혁은 제네시스오픈에서 아쉽게 컷 통과는 실패했지만 큰 수확을 거뒀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어떤 부분을 채워야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기후, 잔디 등 코스 상황이 국내와 달라 실수를 많이 했어요. 러프가 길고 억세 탈출하는 데 애를 먹었죠. 첫날에는 긴장돼 이런 상황에서 대처가 어려웠습니다. 반면 둘째 날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는데 아쉽게 컷오프됐고요.”

이 대회를 통해 그는 PGA투어 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PGA투어 선수들은 비거리가 모두 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거리의 선수 중 한 명은 쇼트 게임을 정말 잘했어요. 위기 대처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저도 장점을 잘 살려 플레이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김승혁은 굴곡도 많았다. 국가 대표 출신인 그는 2005년 프로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정규 투어에 입성하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지만 순탄치 못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그는 2008년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결정하며 투어 무대를 잠시 떠났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몸과 마음이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골프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느꼈던 시간이었다. 자신감을 충전한 그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고 2014년,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그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오픈과 한국오픈에서 2승을 챙겼고 상금왕과 대상까지 동시에 석권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는 톱컵도카이클래식에서 우승을 추가하며 상금 랭킹 16위,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SK텔레콤오픈을 꼽았다. “첫 우승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군에 입대하기 전 힘들었던 투어 생활이 1년 단위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아버지와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흘렸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우승이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이듬해 뜻밖에 부진이 찾아왔다. 2015년 56위, 2016년 103위로 상금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일본투어에서도 2015년 78위, 2016년 46위를 기록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저를 믿었던 것 같아요.”

그는 지친 컨디션으로 인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많이 위축됐고 불안감에 시달렸다. “어느 순간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구나’라며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그에게는 아픈 시간이지만 그만큼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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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시기에 김승혁은 아내 최리 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자신을 믿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버팀목이 됐다. 최리 씨는 김승혁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했다. “항상 잘할 거야. 최고였기 때문에 다시 최고의 자리로 갈 수 있을 거야.” 그의 다독임은 부진했던 김승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이 둘은 1년 만에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고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아내의 현명한 내조 덕분일까. 결혼 후 3개월만에 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거뒀고 연이어 제네시스오픈에서 승수를 추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내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동기를 주죠. 꿈은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내의 응원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해보려고요.”

김승혁은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신혼을 즐길 틈이 없었다. 바빠질수록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커졌다. 그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아내는 남편이 골프에만 집중하도록 신경 썼다. 서운한 마음이 있더라도 내색하지 않았다. 김승혁의 말이다. “아내를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했어요.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다리가 아프다는 말에 아내가 곧바로 마사지를 해주는 거예요. 자기 몸도 힘든데 말이죠. 오히려 제가 해줬어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고 고맙더라고요.”

정신없는 일정에도 부부는 특별한 만삭 촬영을 했다. “아내가 똑같은 형식의 촬영은 싫다며 골프웨어를 입고 촬영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찍고 보니 신선한 느낌이어요.”
그리고 6월 딸 인아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가족은 완전체가 됐다. “지난해 12월 대상 시상식에서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상을 받게 돼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아이에게 제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싶어요. 존경받는 아빠와 남편이 되고 싶거든요.”

김승혁은 올 시즌 시작이 순조롭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개막전인 도켄홈메이트컵에서 공동 13위를 거두며 안정적인 컨디션을 보였다. 국내 투어는 매경오픈을 첫 대회로 참가한다. “퍼트 감각을 유지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칠 계획입니다.” 지난해 홀당 평균 퍼트 수 1.71개로 1위를 하며 뛰어난 퍼트 실력을 자랑했다. 퍼트는 그가 우승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그는 퍼트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2~3시간은 기본으로 연습한다.

퍼터와의 궁합을 중요시한다. “2014년에 처음 프로에 데뷔했을 때 구입한 퍼터를 사용하고 우승을 거뒀어요. 좋은 기억 때문에 계속 사용하다가 지난해 초 몇 개 대회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새로 바꿨습니다. 퍼터를 바꾸고 일주일 만에 우승했기 때문에 당분간 계속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의 또 다른 강점은 아이언 샷이다. 지난해 제네시스오픈에서 환상적인 아이언 샷을 뽐냈다. “최종일 8타를 앞서서 출발했는 데도 긴장되더라고요. 역전당하면 타격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첫 홀부터 기선 제압을 제대로 했습니다. 티 샷 후 두 번째 샷을 7번 아이언으로 쳤는데 핀 1m 옆에 붙었어요. 멀리도 나갔고 정확성도 높았어요. 그 샷으로 자신감을 얻고 마지막까지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나긋나긋 말을 이어가는 김승혁은 조용하고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플레이할 때는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결정을 내리면 과감하게 진행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유독 매치플레이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매치플레이는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해요. 특히 저는 상대를 견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대를 신경 쓰면 오히려 심리적으로 위축돼 스윙에 악영향을 미치거든요.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앞만 보고 달리는 편입니다. 그게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효과적이에요.”

만약 자신을 대체할 최고의 골프 로봇을 만든다면 어떤 선수의 능력을 조합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익살스럽게 답한다. “스윙은 저스틴 로즈, 파워는 순발력이 뛰어난 로리 매킬로이, 퍼포먼스는 타이거 우즈, 팬 서비스는 필 미컬슨, 외모는 나와 똑같이 만들고 싶어요.”

그의 가까운 목표는 크게 욕심을 부리기보다 국내에서 1승을 추가하는 것이다. “출발이 좋으면 끝도 좋잖아요. 이왕이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대회에서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해졌을 때 곧장 미국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꿈을 위해 노력했다는 걸 딸에게 알려주고 싶거든요.”

[골프다이제스트 인혜정  ihj@golfdigest.co.kr] 사진=양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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