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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천탕 [Digest : 1702]

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천탕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에 꽁꽁 언 손을 비벼대고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빨간 귀를 감싸 안으며 고통스러운 라운드를 하기 일쑤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 식어버린 몸을 녹이며 여유를 누리는 데 제격인 계절 또한 겨울이다. 특히 겨울엔 그 운치를 더해주는 노천탕을 빼놓을 수 없다. 골프다이제스트 에디터들이 직접 경험한 특이한 노천탕을 소개한다. 글_GD 편집부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대표작 ‘서시’를 잠깐 빌려 ‘골프 서시’로 패러디해봤다.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자신의 과오에 대한 회한이 담긴 그의 대표작이자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아온 ‘서시’를 나쁜 마음을 먹고 훼손한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부끄러움(하늘)’과 ‘괴로움(바람)’ 그리고 ‘사랑(별)’은 우리가 흔히 골프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인용해본 것이다.
자연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골프는 우리를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괴로움에 몸부림치게도 한다. 하지만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무한 애정을 느끼게도 한다. 많은 이가 지켜보는 첫 홀에서 OB를 내고 워터해저드에 볼을 공양하며 ‘내가 이러려고 골프를 했나’라는 자괴감이 들다가도 하늘과 바람과 별이 공존하는 노천탕에 몸을 누이면 그런 감정은 모두 날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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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각 골프장 제공, 줄라이모닝(핀크스)

SK핀크스의 아라고나이트 노천 온천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핀크스골프클럽은 과거 한일여자프로골프국가대항전이 열렸으며 국내 베스트 코스 중 한 곳으로 선정될 만큼 유명세를 치렀던 골프장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골프장을 찾은 골퍼들은 엉망인 잔디 상태와 허술한 코스 관리에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2010년 SK네트웍스가 핀크스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서서히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갔다. 대대적인 잔디 교체와 혁신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과거 베스트 코스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노천 온천을 오픈했다. 클럽하우스 내에 있던 기존의 사우나 공간을 3개월에 걸쳐 재단장한 것이다. 라운드를 끝내고 대중탕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공간이 바로 노천 온천이다. 옷을 갈아입는 공간에서 통유리를 통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노천 온천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서로 눈이 마주칠 때의 민망함은 감수해야 한다. 에디터 역시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바깥으로 향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탕의 모습은 아주 낯설었다. 물 색깔이 우윳빛이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설명을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아라고나이트? 거참. 이름 한번 독특하네.’ 아라고나이트는 2001년에 제주도에서 발견된 국내 유일의 온천수다. 42℃의 고온 온천으로 당나라의 6대 황제인 현종과 양귀비가 목욕을 즐긴 서안 온천과 성분이 유사하다고 한다. 숙성 과정에서 투명한 맑은 물이 우윳빛으로 변한다.
신기한 건 물이 맞닿아 있는 돌도 하얗게 변해 있었다는 점이다. 물의 감촉은 미끌미끌하고 특별한 냄새는 없었다. 아라고나이트 온천수는 탄산칼슘(CaCO3)과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 신경통, 관절통, 오십견, 만성 소화기 질환,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문 골프장의 명성을 되찾고자 새로운 변모를 꾀하고 있는 핀크스골프클럽은 제주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라운드와 아라고나이트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SK핀크스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이 선물을 한 아름 받아오길 바란다. _고형승

3

소노펠리체CC,  사우나의 진정한 묘미를 깨닫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우나에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모임을 갖는 것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봄, 철없는 남성 동반자 A씨 덕분에 사우나의 진정한 묘미를 깨닫게 되었다. 소노펠리체CC에서 유쾌한 라운드를 상상했던 나는 한 홀 걸러 티 샷을 칠 때마다 거리낌 없이 멀리건을 외쳐대는 A씨로 인해 기분이 살짝(?) 언짢아 있었다. 라운드를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가기 전 A씨는 “20분 뒤에 보죠!”라며 통보하는 것이 아닌가. 그 한마디에 화는 절정에 치달았다. 함께 플레이한 친구와 노천탕에 들어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에 대한 화를 쉼 없이 쏟아냈다(때마침 노천탕에는 둘뿐이었다). 추위로 단단히 굳은 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녹는 기분이었다. 소노펠리체 1층에 자리한 라커룸의 사우나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의 손길을 거친 이곳은 마치 숲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단순히 사우나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힐링까지 돕는 공간이기도 하다. _인혜정

2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파인비치의 히노키탕

지난해 파인비치에서 이른 S/S 골프웨어 화보 촬영을 진행했을 때였다. 3월인데 때아닌 우박까지, 심상치 않은 날씨가 이어졌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닥치는지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며 끝도 없이 뺨을 두드리는 바람을 맞아가며 강행군을 펼쳤드랬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그토록 얄미웠던 건 처음이지 싶다.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리기 딱 좋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에디터가 살아 돌아 올 수 있었던 건 파인비치의 히노키 욕탕과 히노키 사우나 덕분이었다. 따뜻한 히노키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추위를 향한 원망이
눈 녹듯 녹아버렸다. 탕 속에 들어앉아 큰 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골프 코스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즐기다 보니 유명 노천탕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리고 기분 좋은 편백 향이 솔솔 풍기는 히노키 사우나에서 매서운 바람에 거칠어진 피부, 잔뜩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온전히 회복했다. _전민선

4

겨울에 즐기는 낭만, 사우스케이프 유자 노천탕

남자 네 명이서 홀딱 벗고 노천탕에 앉아 있다. 그냥 노천탕이 아닌 골프 코스가 보이면서 코스 너머로 남해와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일종의 인피니티 풀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자짓 상상하기 싫은 묘한 로맨스가 흐른다. 하지만 노천탕에 들어간 순간 이런 그림보다는 그냥 피로가 한 방에 가신다.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노천탕 이야기다. 멋진 자연경관과 코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들어왔다. 이미 여유로운 라커룸을 지나 사우나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하고 유리문을 지나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몸을 담그고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경관에 감탄한다. 동반자와 대화를 끊고 한동안 감상에 빠진다. 그게 묘미다. 바다를 끼고 있는 코스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바다 전망이고, 그늘집에서도 바다를 전망으로 한다.
오로지 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노천탕에서도 바다를 보여준다. 바다를 바라보는 노천탕. 한 폭의 그림에서 빨가벗은 남성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자연경관에 눈을 못 뗄 곳이다. 사우스케이프도 꼭 가봐야 할 곳이지만 노천탕에서만큼은 여유를 만끽하길 추천한다. 에디터처럼….   _한원석

 

골프 서시
라운드 끝날 때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깃대를 휘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볼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내 몸 쉴 수 있는
노천탕을 향해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바람이
낙엽을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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