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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쇼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People :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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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TV] 사람들은 진보한 플레이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감정 없는 뜨뜻미지근한 리액션은 외면한다. 진부한 플레이어는 잊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진보한 플레이와 멋진 세리머니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런 존재가 박상현이다. 멋진 플레이와 세리머니로 언제나 ‘나만의 쇼’를 보여주는 그를 만났다.

박상현을 만난 건 태국 전지훈련장에서였다. 그날은 일주일간 훈련하고 유일하게 하루 쉬는 날이었다. 인사하고 에디터가 처음 건넨 말이 “피곤하지 않으세요?”였다. 박상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아니요,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왼 손목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박카스 로고 선캡 모자가 끼어 있었다. 이런저런 내용의 촬영 콘셉트를 전달했다. 그렇게 썩 마음에 든 눈치는 아니었지만….

박상현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조용한 방을 잡았다. 방에는 청소하는 태국 아주머니들이 있었지만 인터뷰를 시작했다. 청소하는 소리가 방해가 되자, 박상현은 자리를 비켜달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리고 두 손모아 “컵쿤캅”으로 마무리를 지으며 유쾌하게 상황을 정리해줬다.

박상현 = 박카스

박상현은 2016년 시즌을 스스로 성공적인 해로 평가했다. 그는 “우선 처음과 끝이 좋았어요. 그리고 중간에 스폰서가 주최하는 이벤트 대회에서 우승했죠”라고 말했다. 2016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일본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골프니폰시리즈JT컵에서 칩인 버디를 기록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시즌 중반에는 스폰서가 주최하는 동아제약-동아ST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스폰서 대회에서 우승하는 데 더 큰 기쁨을 얻는다. 박상현도 “아무리 이벤트 대회지만 소속사의 모자를 쓰고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큼 좋은건 없어요. 그게 제일 기쁜 일이죠”라고 말했다.

박상현이 그냥 립서비스로 기쁘다고 말한 게 아니다. 정말 스폰서한테 감사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몇 가지 일화가 있다. 우선 단적인 예로 박상현은 대회 마지막 날에는 항상 블루 컬러를 입는다. 동아제약과 박카스의 메인 컬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저는 항상 블루를 입어요. 저를 도와주는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죠.” 그는 대회장에서 라운드가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가 많다.

박카스 로고의 모자를 쓴 뒤 부터는 단 한 번도 피곤하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박상현은 본인도 웃긴다는 투로 “제 모자를 보세요. 박카스가 떡하니 붙어 있는데, 제가 어찌 피곤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스폰서에 대한 배려죠. 어떻게 보면 세세한 것인데도 하나하나 연구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그게 좋더라고요”라고 밝혔다.

박상현은 연습 라운드나 개인적으로 라운드할 때, 목이 말라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고 실토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참 대단하다고 느낀 대목이다. 어느 무더운 날 라운드를 나갔다 그늘집에 들어갔는데 타 브랜드의 음료만 계속 나왔다. 18홀 라운드를 하는 동안 캐디가 주는 물만 조금 마시고 음료를 못 마셨다. 동반자가 “괜찮아 마셔”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고집부리고 마시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박상현은 “저는 포카리스웨트만 마실 수 있어요. 그늘집에 가서도 타 브랜드밖에 없고 포카리스웨트나 박카스가 없으면 음료를 아예 못 마시는 거죠. 동반자는 다 마시는데, 저만 못 마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한 방 더 날렸다. 그는 “제가 의리가 있지, 비타500이 있다고 마시겠어요? 절대 못 마셔요”라고 웃으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는 “설사 친한 지인이라도 제가 다른 브랜드 음료를 마시고 있으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라고 설명했다. “박상현은 모자엔 박카스 쓰고 다른 음료 마신다. 이건 아니잖아요.”

더운 날의 갈증이 어떤 느낌인지 알기에 웃기면서도 슬픈, ‘웃픈’ 사연이다. 그런데 그의 태도에서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진정한 프로라는 느낌이 다시금 전해졌다. 그는 인정받는, 사랑받는 골퍼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대회 중에도 스폰서를 위한 이벤트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바로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 때 일이다. 매치플레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박상현은 버디를 할 때마다 가방에서 박카스를 꺼내서 그를 응원하는 갤러리에게 준 적이 있다. 또 시원하게 버디를 하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먼싱웨어 대표에게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하면서 박카스를 건넸다. 에디터가 막 웃고 있는데 박상현은 한술 더 뜨면서 “캐디가 힘이 좋아야 해요.”라고 쑥스러움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사람들한테 인식이 박히는 거예요. ‘정말로 저 선수는 박카스만 마시는구나.’라고.” 이젠 동료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박상현은 박카스만 마신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동아제약에서 출시하는 모닝케어 음료만 마신다. 그는 “사람들이 저한테 그래요, ‘박 프로 영업 사원이야?’ 놀릴 때가 많죠”라고 말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스폰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너무 그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상현은 진심이었다. 스폰서를 의식한 게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들이다.

선수로서 잘 쳐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젠 선수도 연예인처럼 필드가 무대라고 생각하고 최고의 플레이와 연기를 펼쳐줘야 한다. “한 대회 한 대회가 저희의 작품인 거예요. 우선은 잘 쳐야죠. 그리고 이 작품의 흥행을 위해 연기도 잘해야 해요. 어렵고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를 했으면 그에 맞는 세리머니를 해줘야 해요. 그래야만 갤러리도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를 했구나’라고 느끼게 돼요.” 기억을 되살려보거나 하이라이트를 다시 챙겨 보면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할 때 정말로 ‘해냈다’는 멋진 포즈와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갤러리도 열광하고 더 축하해주는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잡힌다. 이런 부분이 흥행으로 이어진다. 지금도 지난 시즌을 떠올려보면 이 대회를 제외하곤 누가 우승했는지 기억하는 대회가 거의 없다. 메이저 대회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에디터가 박상현과 인터뷰를 진행해서도 아니다. 버디를 잡고 손만 까딱하고 다음 홀로 가면 전개상 절정이 없다. 올 때가 됐는데, 기다리다가 지치고 허무하게 끝이 난다. 그러면 흥행도 못하고 관심도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선수들이 연기를 못해서 그 대회가 흥행에 실패하면 적자를 보게 되죠. 그러면 주최하는 스폰서는 이 대회를 개최할 이유를 못 느끼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대회를 안 열겠죠.” 결국, 선수들이 연예인처럼 각자의 개성과 색깔도 내고 리액션도 좀 더 해서 홍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상현도 12년 투어 생활을 한 선수로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 연예인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해야죠. 이 무대는 내 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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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에 노력한다

골프가 좋아도 직업이 되면 힘들 수 있다. 프로 골퍼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분들은 골프 하면서 돈 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세요. 정말 좋겠다고,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저도 워낙 골프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행복한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고요. 계속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 말에 그가 12년간 꾸준하게 매년 성적이 오르면서 투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뭔지 느껴졌다.

박상현도 중간에 지칠 때가 있었다. 그는 어린 나이로 투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데뷔했으니까 만 22세였다. 물론 스타덤에 오르고 각광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투어를 뛴다는 것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그런 그를 대단하게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군대를 갔다. 이유가 있었다. “그때는 골프 하기가 되게 싫었어요. 갑자기 얼마나 골프가 하기 싫었냐면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학교 축제를 갔으니까요.” 이런 골퍼 없다는 식으로 “심지어 학교 체육 대회도 참가한걸요. 계주 선수로 뛰고”라고도 했다. 지난 일이지만 정말로 그때의 감정과 기억이 얼굴에서 드러났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했다. “이 분위기로 어차피 대회 나가도 예선에서 떨어질 거고 그냥 좋은 추억이라도 쌓을 요량이었죠. 축제에 가서 놀고 싶기도 하고 투어는 언제든 뛰고 싶으면 계속 뛸 수가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 제가 축제 가면 이상하잖아요”라고 말하고는 웃음으로 또 넘겼다. 지나고 나니까 그 당시 군대 갔다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 듯했다. 그도 그랬고. “군대 갔다 오니까 골프가 더 좋아지게 된 거죠. 최고의 결정이었고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박상현은 군대 제대 후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실제 우승 횟수보다 더 많은 우승을 했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다. 그리고 꾸준히 톱 10에 들다 보니까 이름이 위쪽에 보인다.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잘치다가 확 못 치는 그런 기복도 없다. 매년 실력이 는다.

박상현은 연습과 전지훈련 기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지겹다는 내색도, 이 기간이 괴롭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골프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같은 전지훈련장에는 김도훈, 김우현, 김효주도 있다. 같이 연습하고 서로 봐주고 내기도 한다. 프로들은 내기를 한다. 그게 적은 금액이든, 큰 금액이든 도박 수준에 이르는 골프 내기를 하는 건 아니다. 내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박상현은 “압박감이 있는 상태에서 볼을 치는 것과 압박감이 없는 상태에서 볼을 치는 것은 천지 차이다”라고 말했다. 세미프로가 투어 프로보다 잘 치는 경우가 있다. 훨씬 잘 치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은 박상현도 인정했다. 하지만 갤러리가 있고 큰 상금이 걸린 상황에서는 실력 차가 확실히 난다. “돈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환경에서 압박 상황을 만들고 연습하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연습인 셈이다.

박상현 실제 연습 스타일도 성격에서 나타난다. 나가서 무작정 시간을 기준으로 연습하지 않는다. 그는 연습하다가도 ‘오늘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 때면 과감히 접고 들어간다. 하지만 필 받아서 ‘이건 오늘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생각할 때는 될 때까지 연습한다. 그는 “무작정 볼 치면서 땅 파고, 10시간씩 하는 퍼팅 연습은 막노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즌에 돌입하면 이렇게 연습하는 게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그리고 다른 프로를 이기겠다는 욕심도 생겨 계속 승부욕을 자극 받는다. 1타당 100~200원짜리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내기는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절대 지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적은 돈이 걸린 내기를 할 때가 더 치열할 때가 있죠.”

일본투어 골프니폰시리즈JT컵에 들어가야만 일본에서도 실력 있는 선수로 인정을 받는다. 상금 랭킹 톱 30까지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매년 조금씩 상금 랭킹이 올라가고 기량이 발전했다. 그리고 일본투어를 뛰면서 자극도 받았다. 잘 치는 선수들에게 배우고 못한 부분도 숙지했다. 그리고 복습을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는 부분이 생겼다. 목표가 생겼고 새로운 배움도 있었다. 박상현은 “저도 모르게 골프가 재미있어지고 좋아진다는 것을 느낀 거죠”라고 했다. 좋아하니까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노력해나가고 있죠.” 그 노력의 결실은 일본투어 활동 3년 만에 골프니폰시리즈JT컵 출전과 극적인 우승으로 이어졌다.

박상현이 가진 직업이, 그가 사랑하는 골프가, 그를 더 행복하게 만들기에 꾸준히 노력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더 박상현 쇼’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투어를 뛰고 싶기 때문에….

Park Sang Hyun 박상현 / 33세 / 173cm / 동아오츠카
우승 8승(국내 5승, 비공식 2승, 일본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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