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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앞에 앉게 된 그들 [People :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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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도현석(스튜디오 제뉴어리)

마이크 앞에 앉게 된 그들

스포츠 중계를 볼 때 TV 볼륨을 완벽히 줄이고 그림만 본 적이 있는가. 스포츠 중계처럼 역동적이고 짜릿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시청자에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분과 재미를 오롯이 전달해야 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볼륨을 줄이면 그 재미는 반감될 뿐이다. 그렇기에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와 해당 종목 해설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SBS골프는 지난해 ‘메이저 퀸’ 박지은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으로 이어지는 LPGA투어 1세대 중 한 명인 그는 차분한 진행으로 지난해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새로운 얼굴을 한 명 더 보강해 막강 해설 라인업을 구축했다. ‘필드의 패션모델’이라 불리며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LPGA투어에서도 우승을 경험한 서희경이 그 주인공이다. 박지은과 서희경 모두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두 아이들의 엄마가 됐지만 그들은 이제 마이크를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한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어 올해 KLPGA투어가 더욱 기대된다. 글_고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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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전체적인 흐름 읽는
능력을 갖춘 해설자가 되고 싶다.”

골프다이제스트 : 둘째 출산을 축하한다. 며칠 됐는가?
박지은 : 22일째다. 얼굴 살은 빠진 것 같지만 몸에 부기는 아직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것 같은데? 둘째 준비를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리우 올림픽 해설도 일찌감치 제의를 받았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다. 지카 바이러스 문제도 있고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평생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SBS골프 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2주 후에 임신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지난해부터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그 배경은?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마지막 대회에 객원 해설로 참여했다. 그때 주위의 반응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생겼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방송에서 잘만 풀어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특히 어떤 부분이 어려웠나?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한 게 아니라서 선수들을 파악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 나름대로 출전 선수들의 프로필을 준비하지만 사진만 봐서는 모니터로 보이는 얼굴과 매치가 잘되지 않았다. ‘저 친구가 누구더라?’ 주저하다가 이야기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다섯 시간씩 중계하는 건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지난해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마지막 세 개 대회를 해설할 때는 임신 초기였다. 원래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아무래도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강행군은 확실히 부담이었다. 피곤함을 많이 느꼈다.

그 외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일단 함께 호흡을 맞춘 캐스터들이 정말 리드를 잘해줘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많지 않았다. 다만 내가 미국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우리말로 표현해도 될 몇몇 용어를 굳이 영어로 쓴다는 게 문제였다. 아주 간단한 예로 ‘파이브 언더파’라고 말하는 게 ‘오 언더파’라고 하는 것보다 입에 더 쉽게 붙는다. 그럴 때는 말을 하려다가 바로 멈춰버리고 만다. 그럼 또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굉장한 고수들이 많고 이른바 골프 전문가가 즐비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부분이 무척 부담스럽긴 하다.

어떤 실수로 지적을 받아봤나? 특히 선수의 스윙을 분석하는 게 어려웠다. 미국은 스윙을 분석해주는 해설가가 별도로 있다. 생방송 도중 어떤 선수의 스윙 화면을 보여주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나는 그 선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중계를 모니터링해본 소감은? 처음에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점점 냉정하게 보고 메모를 하고 그것을 숙지한다. 골프는 비슷한 상황과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땐 메모가 큰 도움이 된다.

해설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가 선수 생활을 할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어린 선수들은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퍼포먼스로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또 짧은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지금도 가끔 후배 선수들에게 ‘카메라를 보고 한번 웃어라. 그건 정말 중요하고 큰일이다’라고 조언한다. 아주 사소한 행동 같지만 그 한 장면으로 피디나 카메라 감독은 힘이 나고 보상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도 투어나 선수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지난해 해설자로서의 점수를 준다면 몇 점? 30~40점 정도다. 지난해는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딱딱한 해설보다 조금 더 실수를 하더라도 편안하고 진솔한 방송을 하고 싶다. 그런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설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설이라는 걸 잘 몰랐을 때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내가 이미 체험해봤기 때문에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도 이런 상황에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으니 저 선수도 아마 이럴 것이라는 식의 해설은 지양해야 한다. 골프는 섣부른 예측으로 설명이 가능한 스포츠가 아니다.

지난해 눈여겨봤던 선수가 있다면? 지난해 놀라운 플레이를 선보였던 선수가 바로 장수연이다. 항상 상위권에 있었고 시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스윙에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또 한 명은 김민선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장타자고 시원한 플레이를 선호하다 보니 김민선 선수가 눈에 띄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다.

앞으로도 계속 해설자의 길을 걸을 생각인가? 개인적으로 대회장에서나마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게 좋다. 보람된 일인 것 같다. 올해 상반기는 막 출산을 했기 때문에 쉴 생각이다. 하반기부터 투입되면 지난해보다 더 에너지 넘치는 해설을 해보고 싶다.

Grace Park 박지은
나이 38세 우승 LPGA투어 6승 / 캐시아일랜드그린스닷컴클래식(2000년), 오피스디포(2001), 시스코월드레이디스매치플레이챔피언십(2002), 미켈롭라이트오픈(2003),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 CJ나인브릿지클래식(이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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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해설자가 되고 싶다.”

골프다이제스트 : 어떤 계기로 해설을 하게 됐나?
서희경 : 2015년 ADT캡스챔피언십에서 객원 해설을 하면서 SBS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둘째를 임신하고 있을 때 ‘정식으로 해설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연락이 왔고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다시 연락이 왔을 때는 고심 끝에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남편과도 상의했는데 그는 내 눈빛이 살아 있고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 보이면 항상 지지해준다.

올해가 처음인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얼마 전에 집에서 시아버지가 연습해야 한다면서 부르는 게 아닌가. 직접 옆에서 맞춰주겠다며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 깜짝 놀랐다. 지금은 틈이 날 때마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며 연습도 하고 방송국에서 직접 리허설을 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머릿속에 미리 정리되어 있어야 멘트가 깔끔하게 나온다. 그래서 경기 관련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있다.

연습하면서 가장 지적을 많이 받는 부분은? ‘시합’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서 지적을 받았다(시합보다는 ‘경기’나 ‘대회’라는 말을 써야 한다). 또 무의식적으로 ‘~같은데요’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같은’이라는 표현은 확신 없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톤도 워낙 낮고 일정한 편이라 리듬을 타면서 말하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골프 스승인 고덕호 해설위원과 동등한 위치가 됐다. 느낌이 어떤가? 동등한 위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얼마 전에 통화를 했는데 내 결정에 대해 응원을 보내줬다. 그는 항상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골프 해설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새로운 도전인데, 어떤가? 선수 생활을 할 때 주위에서 “편하게 해야 한다”, “재미있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지만 막상 와 닿지는 않았다. 누군가와 경쟁을 하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그것이 기록으로 남는 경기장에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으니까. 특히 경기장에서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그게 가장 두려웠다. 해설은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도 많고 실수도 잦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희경답게’ 하고 싶다. 내가 편하고 즐겁게 임해야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동안 해설 준비를 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있었나? 아직은 프로 선수가 아닌데 아마추어 최혜진 선수가 눈에 띄었다. 플레이 스타일이 거침이 없고 국가 대표 생활을 하니까 국제 무대나 프로 무대에서의 경험도 많아 기대되는 선수다. 고진영도 점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 그는 항상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시야를 넓게 가진다면 더 잘할 것 같다. 박성현이야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워낙 잘하니까.

앞으로 해설을 꼭 해보고 싶은 대회가 있다면? 짐작이 가지 않는가.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다. 대회가 열리는 블루헤런골프클럽은 그린 위에 올라가면 착시 현상 때문에 라인을 읽기가 힘들다. 코스 공략, 특히 그린에서의 플레이가 최대 관건인 골프장이다.

해설위원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전문성을 갖춰야만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연륜이 쌓여야만 가능한 부분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은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특히 최근에 프로로 데뷔한 선수들은 잘 알지 못한다.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관계를 맺는 게 급선무다. 또 하나는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럴 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도 필요할 것이다.

해설할 때 또 다른 어려운 점을 예상해본다면? (김)영이 언니한테 “중계하면서 언니는 화장실 몇 번 가요?”라고 물었더니 “1부 끝나고 한 번”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배탈이라도 나면 정말 그건 큰일이겠다 싶다. 원래 골프 선수들은 화장실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서 이미 트레이닝된 상태이긴 하다. 커피만 마시지 않는다면 말이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건 목소리가 잠기는 것이다. 원래 저음인 데다 목감기라도 걸리면 그건 최악이다. 고덕호 위원이 해설할 때 보니까 초콜릿이나 사탕을 옆에 두고 하던데 나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다른 해설위원의 장점 중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박)지은 언니는 귀에 쏙쏙 들어오게 또박또박 말을 잘한다. 나는 웅얼거리는 듯 말하는 편이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말끝이 흐려진다. (김)영이 언니는 코스를 디테일하고 생동감 있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밝다. 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중계하는 (신)현주 언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을 간단명료하면서도 깔끔하게 하는 게 인상적이다.

선수가 아닌 해설로 골프장을 찾는 느낌은? 설렘이 크다. 해설을 하는 것도 내 모습 중 하나일 테니 내 안의 다른 나를 찾으러 가는 느낌이다. 선수 생활을 할 때는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언제나 목표한 것을 계속해서 이뤄나가야 하는 그런 삶의 반복이었다. 해설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설렌다. 그래서 그게 더 반갑다. 그런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게 말이다.

해설자로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앞으로의 각오나 목표는? 뭐든지 100명이면 100명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나도 내 장단점을 알고 있듯이 시청자도 그런 부분을 보게 될 것이다. 단점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꼭 참고할 생각이다.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친근하고 생동감 있는 설명을 해주고 싶다. TV 화면에 잡히는 그림은 캐스터가 충분히 설명해주는 부분이고 해설자는 그 너머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서 표현해주면 된다. 그럼 아마 시청자도 좋아해주리라 믿는다.

Seo Hee Kyung 서희경
나이 31세 우승 LPGA투어 1승, KLPGA투어 11승 / 하이원컵SBS채리티여자오픈, KB국민은행스타투어3차대회, 빈하이오픈, 가비아인터불고마스터스, 세인트포레이디스마스터스, ADT캡스챔피언십(이상 2008년), 롯데마트여자오픈, 태영배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챔피언십, KB국민은행스타투어그랜드파이널, ADT캡스챔피언십(이상 2009), 기아클래식(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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