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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오래 기억되는 너 [Course : 1704]

짧지만 오래 기억되는 너

짧지만 오래가는 건전지 이야기가 아니다. 인상적이거나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 이른바 뇌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각인 효과가 나타난다. 골프다이제스트 편집부 에디터들에게도 각인된 파3홀이 있을 것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국내외 파3홀을 에디터별로 각각 한 곳씩 소개했다. 글_GD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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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각 골프장 제공, GD 데이터

한국, 파인비치골프링크스 비치 코스 6번홀(화이트 티 기준 : 182m)

파인비치골프링크스의 비치 코스 6번홀은 이곳을 찾은 골퍼들이 베스트 홀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홀이다. 실력이 좋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에디터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이 홀은 바다 절벽을 건너 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이프러스포인트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 경관이 압권이다. 이런 이유로 이 홀에서 대부분의 골퍼는 쉽사리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 홀에서 때론 무모할 정도로 욕심을 부린다. 에디터처럼 비거리가 짧아 절대 그린에 올리지 못할 걸 알면서도 젖 먹던 힘을 다해 클럽을 휘둘러본다거나 이미 한 차례 바다에 볼을 빠뜨렸음에도 하나 더 쳐본다거나. 그래서 이 홀은 가장 가혹한 파3홀이기도 하다.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가파른 절벽에 부서지는 거친 파도가 골퍼의 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에도 바다 건너 펼쳐진 그린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수평선의 모습에 넋을 잃고 섣불리 도전하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홀의 거리는 화이트 티에서 182m다. 거리상으로는 우드로 티 샷이 가능하다. 하지만 심한 맞바람 때문에 과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왕중왕전에서 톱 랭커들 중 몇몇은 드라이버를 잡고 컨트롤 샷을 했을 정도였다. 티 샷은 그린 왼쪽 두 번째 벙커 방향을 타깃으로 삼는 게 안전하다. 퍼팅도 2단 그린으로 만만치 않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티 샷만이 스코어를 지키게 해줄 것이다. _전민선

2

태국, 시암컨트리클럽 올드 코스 8번홀(화이트 티 기준 : 166m)

지난해 태국 파타야에 위치한 시암컨트리클럽에 두 번째 방문했다. 2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올드 코스의 예약이 어려워 플랜테이션 코스를 경험했다. 조경이 아름다운 플랜테이션 코스에서의 플레이는 만족스러웠지만 올드 코스를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드디어 지난해 7월 말 올드 코스에서 라운드 기회를 얻었다.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하면서도 잘 다듬어진 조경이 두 눈을 사로잡았다. 태국에서 몇 안 되는 오랜 코스라는데 46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페어웨이와 그린 관리를 수시로 해서인지 컨디션은 최고였다. 폭신한 잔디를 밟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18홀 중 여러 가지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했던 홀은 8번홀이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긴 파3홀로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긴장감과 욕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워터해저드, 페어웨이, 그린과 벙커가 조화롭게 설계돼 보고만 있어도 스윙을 하고 싶게 만든다.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워터해저드가 압박감을 준다. 또 그린 오른쪽의 큰 벙커 두 개와 그린 왼쪽의 작은 벙커 두 개가 그린을 둘러싸고 있어 정확한 공략이 필요하다. 그린 주변으로 떨어뜨리면 쉽게 벙커로 흘러내려 주의해야 한다. 물론 짤순이인 에디터는 티 샷이 그린으로부터 20야드 앞에 떨어져 파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함께한 남자 동반자들은 모두 벙커행. 안타깝게 투 퍼트로 모두 보기를 기록. 혼다LPGA타일랜드 개최지로 잘 알려진 이곳은 열혈 골퍼라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이쪽으로 골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몇 달 전에 미리 부킹해둘 것을 조언한다. _인혜정

33-1

인도네시아, PIK골프클럽 7번홀(화이트 티 기준 : 171m)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디자인한 PIK(Pantai Indah Kapuk)골프클럽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서자바 경계에 있다. 1993년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자바 해안가에 들어앉은 아름다운 코스다. 인도네시아오픈이 열리기도 하는 이 골프장의 유명세는 엄청난 내장객을 끌어모으지만 코스의 상태는 최상이다. 페어웨이에 깔린 버뮤다 잔디 특유의 푹신함은 플레이어의 기분을 한껏 돋워주는 데 일조한다. 직접 가본 것은 불과 3년 전이지만 아직도 에디터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아름다운 홀이 있는 코스다. 15번홀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171m의 제법 긴 파3홀이다.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왼쪽으로 워터해저드가 이어져 있다. 열여덟 개 홀 중 다섯 번째로 어려운 홀인데 아마도 워터해저드와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벙커들 때문이지 싶다.
개인적으로 워터해저드가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페이드 구질(엄밀히 말하자면 슬라이스다)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워터해저드 건너편으로 줄지어 늘어선 화염목이라 불리는 플람보얀(Flamboyan) 때문이기도 했다. 플람보얀은 붉은색의 아름다운 꽃이 매력적인 나무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꽃잎이 잔잔한 호수 위로 떨어질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쩌면 이 코스의 매력을 15번홀 한 홀에 다 응집시켜놓은 듯하다.
15번홀에서의 스코어는 더블보기(볼이 밀려 다른 홀로 들어갔다)에 그쳤지만 하루만 지나도 어떤 일을 했는지 잊어버리는 단세포적인 뇌 기능을 가진 에디터가 아직도 기억한다는 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언젠가 이 코스에서 플레이할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그때 함께했던 캐디를 찾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와 15번홀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 아름다운 플람보얀을 배경으로. _고형승

4

한국, 히든밸리골프클럽 스카이 6번홀(화이트 티 기준 : 149m) & 밸리 6번홀(화이트 티 기준 : 140m)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히든밸리골프클럽은 골프장 이름처럼 꼭꼭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코스 중 하나다. 2010년부터 3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히든밸리여자오픈’을 개최한 바 있지만 그 뒤로부터의 행보는 무척 조용하다. 2008년에 18홀(히든 코스, 밸리 코스) 퍼블릭 골프장으로 오픈했으며 2012년에 추가로 9홀(스카이 코스)을 오픈했다. 히든밸리의 이두화 회장은 KLPGA 정회원이자 자신의 딸인 이다은을 위해 골프장을 만들었다. 정말 대단한 부성애다. 에디터는 이 회장의 인터뷰를 위해 골프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지인들과의 라운드를 위해 다시 한 번 찾았다.
이 골프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형태의 파3홀이 두 개 있다. 밸리 코스 6번홀은 호수 한가운데 물고기 모양의 아일랜드 그린이 자리하고 있다. 눈과 꼬리 부분은 벙커로 조성되어 있다. 물고기 모양 그린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아 공략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홀 중 하나다. 짧으면 물로, 밀리면 벙커로 볼이 들어가기 때문에 차라리 그린 왼쪽의 넓은 공간을 공략하는 게 낫다.
스카이 코스 6번홀은 거대한 낙타 모양의 그린이 거대한 벙커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사막을 거니는 낙타가 연상되는 홀이다. 낙타는 쌍봉낙타가 틀림없다. 네 개의 다리와 심지어 꼬리 부분까지 그 디테일이 놀라울 따름이다. 가히 히든밸리의 시그니처 홀이라 할 만하다. 앞 조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는 낙타 배 속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처럼 보여 재미있다. 혹시라도 아직 히든밸리골프클럽의 붕어와 낙타를 만나보지 못했다면 예쁜 잔디가 올라오는 계절에는 꼭 한 번 방문해 눈으로 확인해보기 바란다. 제대로 된 라운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_고형승

5

한국, 웰링턴컨트리클럽 그리핀 코스 5번홀(화이트 티 기준 : 140m)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웰링턴컨트리클럽은 많은 골퍼가 ‘비밀스러운 정원’이라는 별칭을 붙여놓았다. 그리핀 코스 5번홀은 웰링턴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에디터가 만나본 파3홀 중 가장 도도하다. 조경이 뛰어나게 예쁜 건 아니지만 숲속에 감겨 있는 모습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웰링턴의 코스는 주변 경관을 최대한 지키며 설계했는데 5번홀은 그 덕을 톡톡히 본 듯하다.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그린이 좌우로 넓어 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건 함정이다. 실제 그린 위에 섰을 때 언듈레이션이 심한 편으로 난도가 꽤 높다. 불규칙적으로 구겨진 그린 위에서 볼을 컨트롤하기란 어려움이 크다. 양옆에 놓인 벙커를 잘 피하는 것도 관건이다. 당시 왼쪽 벙커 앞에 핀이 꽂혀 있었는데 핀 근처로 볼을 붙이더라도 안전하지 않다. 물론 에디터는 이곳에서 스코어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타수를 많이 잃었다. 핀 왼쪽에 붙은 볼을 벙커로 흘러보냈다. 세컨드 샷 역시 반대쪽 벙커로 보내며 벙커 속에 살다시피 했다. 이곳에서는 티 샷이든 퍼팅이든 주의가 필요하다. 웰링턴은 여섯 개의 티잉 그라운드가 모두 열려 있어 실력에 따라 다른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웰링턴의 대표 컬러(보라색)로 만들어진 퍼플 티는 거리가 다른 골프장의 블루 티에서 치는 느낌이라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_인혜정

6

사이판, 라오라오베이골프앤리조트 동 코스 6번홀(화이트 티 기준 : 119m)

지난겨울 사이판의 해안선을 따라 디자인한 라오라오베이골프앤리조트와 킹피셔골프링크스를 다녀왔다. 두 곳 모두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선명한 코발트블루빛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언젠가 다시 한 번 가고픈 버킷 리스트 골프 여행지로 마음속에 담아놨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눈앞에 펼쳐진 짙고 선명한 코발트블루빛의 바다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간이 아까운, 그런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중에서도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압권이었던 건 라오라오베이골프장 동 코스 6번홀이다. 이 골프장의 4번홀부터 7번홀까지, 네 홀 연속 바다를 따라 홀이 이어지는데 굳이 파3홀을 꼽자니 6번홀로 낙찰! 6번홀은 라오라오베이에서 가장 아찔한 홀로도 유명하다. 가파른 절벽 위의 티 박스에서 바다를 건너 반대쪽 절벽 위의 그린으로 공을 올려야 한다. 공략 팁은 너무 길어도 문제지만 그린 오른쪽을 공략할 것. 티 박스에서 보이는 가파른 절벽과 바다가 만나 장대한 풍광을 그려내니 이곳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반드시 남기길 권하겠다. _전민선

7

미국, 토리파인스  사우스 코스 3번홀(화이트 티 기준 : 130m)

밑밥 좀 깔고 시작해보려 한다. 에디터에게 토리파인스골프코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래서 최고의 코스가 어딘지 묻는다면 뇌를 가동하기도 전에 입에서 이미 토리파인스라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골프를 배우고, 골프에 빠지고, 골프를 사랑하게 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홀은 단연코 토리파인스 사우스 코스 3번홀이다. 1번홀을 지나 절벽 중턱쯤에 걸쳐 있는 2번홀을 빠져나오면 시야가 뻥 뚫리는 내리막 파3홀이 나온다. 먼저 티 샷을 하기 싫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에 탄식한다. 그리고 멍하니 그린을 향해 1분 정도 내려다볼 수밖에 없다. 눈이 호강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비해 홀에서의 플레이는 매우 까다롭다. 티 박스에서 바다를 향해 샷을 하게 된다. 게다가 내리막이다. 그린은 가로로 길고 그린 왼쪽과 뒤쪽은 절벽이다. 그린 앞쪽은 좌우 폭이 넓은 벙커가 자리 잡고 있다.
클럽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그린의 폭이 좁고 내리막이라 많게는 두 클럽, 적게는 한 클럽 짧게 잡고 친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거리 계산은 더 힘들다.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홀이다. 어느 티에서 치든 느낌은 비슷하다. 단지 거리와 고도의 차이가 더 심해질 뿐이다.  이 홀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새벽이슬이 맺혀 있을 때, 해무가 코스 쪽으로 슬슬 올라올 때, 석양이 질 때 제각기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바다 색깔도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홀을 회상하는 동안에도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다양한 그림이 스쳐 지나간다. _한원석

 

8

한국, 블랙스톤제주  이스트 코스 4번홀(화이트 티 기준 : 134m)

최근 제주도에서 골프를 몇 번 할 기회가 있었다. 사흘 동안 라운드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홀 중 하나가 바로 블랙스톤제주의 이스트 코스 4번홀이 아닐까 싶다. 홀 왼쪽이 호수다. 오른쪽은 절벽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그린을 향해 집중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놓았다. 그린과 호수의 경계에는 제주도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온 돌로 쌓아 올린 낮은 담벼락이 그린 앞 벙커에서부터 홀 뒤쪽까지 쭉 이어진다. 제주도임을 알리는 요소가 두루 잘 어우러져 있는 홀이다. 무엇보다도 홀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3~4번홀만 따로 떼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4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지나온 3번홀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 3번홀에서 바라본 것과 4번홀에서 바라본 이 공간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시원하게 뻥 뚫린 공간. 그런데 그 안에는 산도, 호수도, 절벽도, 폭포도 다 갖춰져 있어 눈이 호강할 수밖에 없다. 4번홀 티 박스에서 바라본 그린은 시각적으로 매우 좁다. 4시에서 11시의 대각선 그린이다. 또 그린 앞쪽엔 턱이 매우 높은 벙커가 있다. 오른쪽엔 벙커 두 개가 포진해 그린을 지킨다. 중요한 건 캐리를 잘 계산해야 한다는 것. 정확도가 매우 중요한 홀이다. 그린을 향해 샷을 했을 때 주변으로 미스할 공간이 거의 없다.
어느 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홀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때론 위협적으로도, 때론 쉽게도 보일 수 있다. 사용하는 티 박스와 핀 포지션에 따라 전략도 달라진다. 길이만 길어지는 그런 파3홀이 아니라서 머릿속에 잔상이 오래 남는 게 아닌가 싶다. 홀 자체가 아름답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그 아름다움은 배가된다. 멋진 샷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미스 샷은 그대로 벌을 받는다. 아름다움과 도전 의식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홀이다.  _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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