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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 로봇과의 맞대결 [Feature: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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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셔터스톡, 골프월드

 

어린 시절,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서 R2D2와 같은 로봇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꿈을 꾸고 상상해봤을 것이다. 또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로봇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로봇을 잘 이용해 인간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들 것인지 로봇에게 조종당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인지는 인간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 벌써부터가 아닌 이제부터 그런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로봇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위해. 글_고형승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라운드 시간을 오전 일곱 시로 잡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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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까지는 두 시간 정도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 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차에 올랐다. 지문으로 작동하는 시동을 켜고 골프장 이름을 말했더니 이놈의 차가 정확한 발음으로 다시 말해달란다. 대충 얼버무려도 좀 알아듣는 그런 차는 개발이 안 되나? 아이, 귀찮아. 한참을 말하고 있는데 경고음이 울린다. 그러더니 음주가 의심된다면서 ‘자동 운전 장치’로 변환할 것을 권한다. 어제 3차까지 부어라 마셔라 했더니만 술이 덜 깬 모양이다. 아직 머리도 아프고 잠도 부족하니까 그 권유를 따르기로 했다. 그럼 뒷자리로 가서 본격적으로 잠을 자볼까.

목적지에 도착하기 10분 전이라며 경고음이 또 울린다. 비몽사몽 뜬 눈을 비비고 슬쩍 창밖을 보니 골프장에 거의 도착한 모양이다. 도착한 시간으로 미뤄봤을 때 평소 직접 운전해서 올 때보다 5분 정도 단축된 것 같다. 아마 자는 사이에 신호가 잘 떨어지는 길로 변경해서 왔나 보다. 클럽하우스에 다다르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끈하게 빠진 녀석이 차와 교신을 주고받더니 문을 열어주고 골프백을 내린다. 그 친구는 2년 전인 2028년에 골프장 측에서 구입한 나름 최신형 모델인데 전에 있던 어리바리한 친구보다 일을 잘한다. 적어도 차 문짝을 힘으로 떼어버리지는 않으니까. 아마 그 멍청한 녀석 때문에 골프장 측에서는 차량 수리 비용으로만 수천만 원을 물어줬을 게 뻔하다.

아직도 몇몇 회원제 골프장은 프런트에서 예쁘고 상냥한 직원이 응대해주기도 하지만 이 골프장에선 이미 10년 전에 없어진 문화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지만 이른 아침부터 입 냄새 팍팍 풍기면서 라커룸 키를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을 때도 있다. 그냥 골프장 로비 한편에 있는 모니터에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라커룸 번호가 찍힌 종이가 자동으로 출력된다. 이미 클럽하우스 앞에 서 있던 일 잘하는 친구가 차량 번호를 골프장 중앙 컴퓨터에 송신해놓은 상태다. 처음 내장한 고객이라도 상관없다. 이미 차량 번호를 통해 주요 거래 은행까지 파악을 끝냈을 테니까. 10여 년 전에 정부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개인 정보 수집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을 때만 해도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반대했지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결국 그 이후로 야당이 한 번도 집권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옷을 갈아입고 연습 그린에 올라가면 이미 우리 팀에 배정된 똘똘한 녀석이 준비하고 있다. 모니터로 당일 그린 스피드와 날씨 변화 그리고 핀 위치 등을 미리 알려준다. 그 녀석이 직접 카트를 모는 일은 드물지만 가끔 운전을 하는데 아직도 코너에서 불안하긴 하다. 아직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는 건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카트는 그냥 자동으로 운전하게 놔두는 게 더 안전한 것 같다. 그래도 볼이 워터해저드에 들어갈 때면 재빨리 들어가 찾아오는 능력은 인정할 만하다. 다른 로고가 박힌 볼을 들고 올 때가 있긴 하지만. 제발 하루빨리 고객이 어떤 브랜드의 볼을 쓰는지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

최상의 공략 위치를 미리 모니터로 알려주지만 그건 그 녀석만 그렇게 볼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거리측정기를 플레이어가 직접 사용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어차피 우리의 캐디봇 7호(그 친구의 공식 명칭이다)가 남은 거리는 물론 최적의 클럽까지 선택해서 알려주니까 말이다. 이제는 모르는 룰이 있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룰은 책을 뒤적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어떤 상황이든 필요한 룰을 바로바로 알려주는 캐디봇이 바로 옆에 있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

9홀이 끝나자 동반 플레이어가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훌쩍 떠났다. 예전 같았으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이겠지만 요즘에는 3홀만 치고 갈 수도 있으니 뭐가 문제겠는가. 혼자 느긋하게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골프는 동반 플레이어가 있어야 맛이지. 똘똘한 녀석에게 이미 입력되어 있는 선수 명단 중 올해 서른일곱 살이 된 조던 스피스를 선택했다. 얼마 전 몇 번의 실패 끝에 디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와 플레이를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쉰다섯 살의 나이로 챔피언스투어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보다 요즘의 조던이 백배 낫지. 누구더라. 요즘에 갑자기 나타난 중국 출신의 신예도 동반 플레이어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12번홀 그린사이드 벙커는 정말 지랄 맞다. 아니, 도대체 왜 그린 앞에 벙커를 다섯 개씩이나 파놓은 거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벙커를 탈출해도 문제다. 조금만 세게 치면 그린 뒤로 볼이 날아가 사라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젠장, 어쩔 수 없이 동반 플레이어의 힘을 잠깐 빌려야겠군. 톰 왓슨과 지금은 고인이 된 부치 하먼의 레슨을 그 녀석에게 시연시키니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영어로 말고 우리말로 더빙이라도 해주면 어디 덧나나. 요즘처럼 번역 프로그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해내는 시대에 말이지. 후반 9홀에서 동반 플레이어인 조던 스피스는 버디 세 개와 이글 한 개를 기록하곤 다시 본연의 업무인 캐디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이글을 잡고 하는 저 추잡한 세리머니는 누가 프로그래밍해서 입력시켜놓은 거지? 도저히 봐줄 수가 없군. 아,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서 짜증을 내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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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를 마치고 사우나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노곤해짐을 느낀다. 어제 마신 술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으니 얼른 나가자. 혼자지만 그래도 가기 전에 레스토랑에 잠깐 들러서 시원한 냉면이나 한 그릇 먹고 갈까?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테이블 한쪽에 위치한 모니터에 냉면 그림을 눌렀다. 5분쯤 지나자 바퀴가 네 개 달린 주방용 카트가 테이블 옆에 서더니 직접 접시를 밀어 얹어놓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그런데 도대체 가위는 왜 안주는 거야. 냉면으로 속을 달래고 나오니 이미 클럽하우스 앞에 차가 대기하고 있다. 계산은 안 하고 가냐고? 왜들 이러실까. 구시대 사람들처럼. 이미 내 통장에서 빠져나갔겠지. 아니면 미리 입력해놓은 카드로 계산됐을 거고. 아, 피곤하다. 가는 길이 점심때라 좀 밀릴 것 같네. 그냥 느긋하게 잠이나 자야지. 자, 집으로 가자고. “정확한 발음으로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이런 젠장!

 

2030년의 일상

에디터가 상상하면서 쓴 글이지만 공감이 가시는가? 불과 15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설마 이런 일들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다음에 이어지는 글을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장에 들어가면서부터 나올 때까지 이 글에서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삭막해 보일 수도 있고 그 누구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인간이 있어야 할 자리를 모두 로봇이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부 어디로 간 걸까? 뭘 하면서 살고

있지? 에디터가 주인공 관점에서 글을 풀었기에 망정이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끼니 걱정을 하고 사는 사람의 입장으로 썼다면 그리 즐거운 내용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15년 후에 우리는 로봇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을까? 그런 삶이 과연 즐거울까?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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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골프 로봇 등장은 언제쯤?

요즘처럼 인공지능이란 말이 자주 회자된 적이 있었을까.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Google)의 딥마인드(DeepMind)가 만들어낸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딥마인드는 2010년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업체다. 이 회사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이 2014년에 인수했다. 이번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4 대 1로 완파하자 구글의 다음 행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인간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로봇 개발 분야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매각을 결정하긴 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로 유명한 로봇 개발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높이 170cm, 무게 82kg의 아틀라스는 온몸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눈길에서도 균형을 잡고 하키 스틱으로 강하게 밀어도 뒷걸음치며 버틴다. 유튜브에 ‘Atlas, The Next Generation’이라고 검색하면 해당 영상을 볼 수 있다. 아마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자, 상상을 해보자.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눈길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로봇에 장착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의 로봇이 연상될 것이다. 그럼 여기서 또 이런 의문을 가져보자. 골프를 할 줄 아는 로봇이 인간과 대결한다면 어떻게 될까? 골프 분야에서는 로봇이 어느 정도 개발되고 상용화되고 있을까?

올해 2월, 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이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코츠데일에서는 로봇 ‘엘드릭(LDRIC : Launch Directional Robot Intelligent Circuitry)’이 파3, 1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프로암 대회 때 등장한 엘드릭은 다섯 번째 샷 만에 홀인원을 기록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엘드릭은 골프용품 리서치 조사 기관인 골프래버러토리즈와 다인즈언리미티드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엘드릭은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은 아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네 개의 바퀴로 이동하며 아직 걷거나 뛰거나 사람처럼 양팔을 이용해 스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사람의 스윙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스윙 스피드와 스윙 궤도, 탄도나 볼의 낙하 각도까지 똑같이 재현해낸다는 점이다. 스윙 스피드는 시속 210km에 이르며 드라이브 샷 거리가 300야드를 훌쩍 넘는다.

현재는 이 로봇이 교육용으로 USGA와 R&A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여러 골프용품 업체에서도 구매 문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타이틀리스트는 스파이더라는 로봇을 제작해 자사 제품을 실험하는 데 이미 사용하고 있다.

앞서 2030년 어느 날 골프장을 오가며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자세히 읽어보셨는가. 약 15년 후의 일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으신가.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회사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한데 합쳐서 구현해낼 수만 있다면 15년 후가 아니라 어쩌면 5년 후에도 가능한 일이다.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마이크로칩 기술의 발전 속도에 관한 것인데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로봇의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따른다면 아주 터무니없는 억측은 아니다.

일단 구글의 딥마인드가 바둑의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한 것과 같이 골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데이터화한다. 현존하는 프로 골퍼의 스윙을 모두 프로그램화한다. 그중 상황에 맞는 스윙을 뽑아내 샷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가 장해물에 방해를 받는 상황이라면 필 미컬슨의 스윙을 가져오는 형식이다.

일단 물이나 벙커는 피하게끔 프로그래밍하고 혹시나 바람에 의해 볼이 러프에 들어가더라도 잔디의 길이를 가늠해 클럽을 선택하고 거리를 판단해 샷을 하게 만든다. 물론 바람을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를 파악할 수 있는 기계를 소형화해서 로봇에 부착만 하면 된다. 또 그린 주변의 바람 역시 나무나 깃발이 흔들리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게 미리 프로그래밍한다. 비탈에서의 샷이라고 해도 아틀라스 정도의 균형감만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날씨나 기압의 변화, 잔디의 종류나 길이, 그린 스피드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로봇은 실수를 연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람만큼은 아닐 것이다. 일단 로봇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실수하더라도 바로 리커버리가 가능하고 적어도 파세이브에는 성공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로봇이 발명된다면 한 라운드당 10언더파는 무난하게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제는 ‘호모 로보티쿠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점 고도의 인공지능이 요구되는 동작을 실현하고 있다. 어차피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미래고 이제는 이를 어떻게 하면 인류를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할 때다. 사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 독자도 많았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던 것이 그동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 곳까지 침범하고 미래의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당연히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2030년이 지나면 우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로봇과 일자리 경쟁을 하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다. 이제는 인간만이 아닌 로봇도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조던 스피스와 인공지능 로봇이 1000만 달러를 걸고 맞대결을 펼치는 것도 보고 싶지만 골프만큼은 인간이 즐길 수 있는 고유한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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