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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는 통하지 않는 내 별명 [People :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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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더그아웃 제공

골프에서는 통하지 않는 내 별명

야구 선수 시절, 제구력이 뛰어나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을 만났다. 최근 축구계 레전드들과의 골프 맞대결에서 패했다며 설욕전을 기대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글_고형승

내가 골프를 시작한 건 순전히 김선우 위원(보스턴 레드삭스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로 현재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때문이다. 1998년에 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김 위원은 나에게 함께 골프를 하자며 골프 클럽부터 사라고 했다. 그는 “숍에 가서 무조건 센 클럽을 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솔직히 지금껏 장비를 구입하는 데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지인들의 추천으로 조금씩 바꾸는 스타일이다. 다만 내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에 잡았을 때 손에 딱 들어오는 게 있다. 잡았을 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여지없이 섕크가 발생한다. 최근엔 야마하로 클럽을 교체했다.

미국에 건너가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골프를 하게 된 것은 2004년부터다. 이른바 ‘1세대 골퍼’라 불리는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과 라운드를 즐겼다. 플로리다에 있을 때 장정이나 한희원(남편이 야구인 손혁이다) 등과 자주 어울렸다. 그들이 가끔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줬는데 그게 지금까지 받은 공식적인 레슨의 전부다. 아주 짧고 간단한 레슨이었지만 골프에 흥미를 붙이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내 구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골프가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아내와 라운드하며 노년을 보내는 상상을 하곤 한다. 요즘 아내와 함께 연습장도 자주 가고 괌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어떻게 와이프와 플레이하는데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골프도 운전과 비슷해 부부가 필드에서 티격태격하는 일도 꽤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에게 골프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선수 시절부터 골프는 스트레스 해소용이었다. 드넓은 공간으로 곧게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짜릿한 기분이 든다. 그건 아무래도 내가 투수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시즌 중에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라운드 약속을 하고 필드에 나가서 있는 힘껏 휘두르면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골프는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주로 전라도 지역의 골프장을 애용한다. 2년 전에는 나주에 위치한 골드레이크컨트리클럽에서 베스트 스코어인 77타를 기록했다. 골프에 한창 빠져 있을 때는 골프장의 레이아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지인들을 따라 무작정 따라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한참을 플레이하다가 “우리가 지금 어디서 플레이하고 있는 거지?”라고 물을 때도 있었다. 주로 기아 타이거즈 소속 선수들과 라운드를 자주 한다. 현역 시절에는 이종범 선배나 윤석민, 이범호 선수와 자주 플레이했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는 ‘집에만 있으면 뭐하겠느냐’라며 골프를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한번은 그가 앞 조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코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쉬운 버디 퍼트도 일부러 넣지 않는 게 아니겠는가.

야구 선수 중에는 이종범 선배가 그 누구와 맞붙어도 뒤지지 않는 골프 실력을 갖추고 있다. 선수 시절에 그와 라운드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친 볼이 벙커나 깊은 러프로 들어가면 팔꿈치를 가리키며 ‘다칠 수도 있다’는 사인을 보내곤 했다. 그럼 그는 바로 “야, 그냥 밖으로 빼놓고 쳐”라고 했다. 투수가 팔을 다치면 팀 전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 이를 이용한 꼼수였다. 하지만 은퇴한 후에는 봐주는 게 전혀 없다. 그는 “아직도 벙커에 들어가면 팔꿈치 핑계 대고 그러냐? 너 이제 은퇴했다잉~”라고 하면서 핀잔을 준다.

기본적으로 승부의 세계에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기를 해야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노승열 선수와 라운드를 했다. 그는 우리보다 더 돈을 많이 벌지만 우리 돈을 남김없이 싹 챙겨 갔다. 그다음으로 내기에 강한 사람이 이종범 선배다. 그들을 제외하고 플레이한다면 내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요새는 임창용이나 윤석민 선수가 정말 잘한다.

주위에서는 내 스윙 폼을 보고 레슨을 받지 않은 것에 비해 좋다고들 한다. 예전에는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왼발로 지탱했는데 요즘엔 왼발을 지면에서 약간 떼는 야구 스윙을 한다. 그건 순전히 (박)찬호 형 때문이다. 그에게 “너는 거리가 안 나니까 이쪽을 보고 쳐”라는 소리를 들었다. 골프를 하면서 처음 들었던 말이다. 당시 거리를 20~30m 줄이더라도 더 정교하게 플레이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던 터였다. 그런 말을 들으니 거리와 정교함을 동시에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스윙 폼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거리가 몇이냐고? 250m 정도는 보내는 것 같다.

골프는 순전히 자신과의 싸움이다. 야구는 내가 조금 잘못해도 동료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로 커버해준다. 하지만 골프는 다르다. 내가 볼을 이상한 곳으로 보내면 다시 좋은 곳으로 보내야 하는 것도 내 몫이다. 골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야구를 할 때, 물론 여덟 명의 동료 선수들이 나를 지켜주고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은 변함이 없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던 건 사실이다.

최근에 <레전드빅매치>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은퇴한 축구 선수들과 야구 선수들의 골프 대결이었는데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퍼트할 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축구 레전드 팀에게 지고 말았다. 나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갈 때는 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퍼트할 때의 긴장감은 상상 이상이다. 야구 선수의 손 감각이 이렇게나 없을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 컨트롤 아티스트? 그건 골프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골프에 대한 욕심이 없지만(아직까지는 그렇다는 뜻이다), 꼭 한 번쯤은 언더파를 기록해보고 싶다. 언더파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훈련도 많이 해야 하고 레슨도 받아야 할 것 같다. 골프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정직한 게임이다. 노력 없이 요행을 바란다는 건 불가능하다.

 

Seo Jae Weong 서재응
나이 40세
경력 뉴욕 메츠(1998~2005), LA 다저스(2006), 탬파베이 데블레이스(2006~2007), 기아 타이거즈(2008~2015)
성적 MLB 28승(평균 자책점 4.60), KBL 42승(평균 자책점 4.30)
현재 SBS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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