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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기다림의 의미 [People :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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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의 화이트 셔츠는 조셉. 핀스트라이프 와이드 팬츠는 조이너스.

김민선, 기다림의 의미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을 더 듣고 싶어 하는 여자 프로 골퍼가 있다. 필드에서 남자 선수 못지않은 시원한 장타를 선보이며 갤러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프로 4년 차의 김민선이 그 주인공이다. 그야말로 ‘걸크러시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이지만 막상 대화를 나눠보면 한없이 부드럽다. 시즌 초반 일찌감치 1승을 챙긴 그를 만나 최근에 푹 빠져 있다는 새로운 취미부터 골프 팬들을 위한 깜짝 공약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글_고형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민선이 즐겨 하지 않는 것이 있다. 거의 본 일이 없을 것이다. 아마 있다면 연말 대상 시상식에서? 이쯤 되면 아마 눈치를 챘을 것 같다. 그렇다. 그는 필드에서 결코 치마를 입지 않는다. 그런 선수가 몇몇 있다. 최나연, 이정민 음… 그리고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김민선과의 촬영을 앞두고 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우리 디자인 팀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치마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에게 입히기엔 다소 파격적이라는 데 모두가 조용히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에. 독자들에게는 무척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됐지만 대신 기사 말미에 큰 선물을 준비했으니 기대를 안고 읽어보길 바란다.
김민선은 지난 4월에 열린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째를 거뒀다. 2014년에 루키 시즌을 보낸 그는 이로써 매년 1승씩 챙긴 선수가 됐다. 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살롱파스컵에 처음으로 참가해 미야자토 아이(일본), 테레사 루(대만) 등과 함께 공동 14위에 올랐다. 일본에서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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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슬리브리스 톱과 점프슈트는 모두 조이너스.

골프다이제스트 : JLPGA투어 대회는 처음이었는데 느낌이 어땠나?
김민선 : 일본 코스치곤 페어웨이가 꽤 넓은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코스를 봤을 때도 부담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스 안에서의 플레이가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아주 세심하고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코스였다. 처음 경험해본 코스라 그 점이 아쉬웠다. 또 갤러리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대회가 열리는 4라운드 내내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GD : 첫 출전이라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루키 때부터 나를 좋아해준 일본 팬 두 명이 나흘 동안 갤러리로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그들은 원래 KLPGA투어와 한국 선수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나를 보고 그때부터 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1년에 네다섯 번씩 한국으로 응원을 올 정도로 열정적이다. 나고야에서 퀸즈컵이 열렸을 때도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와서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고마운 팬들이다. 또 1~2라운드 때 같은 조에서 플레이했던 선수 중 한 명은 지난해 퀸즈컵에서 나와 매치플레이를 펼쳤던 동갑내기 스즈키 아이 선수였다. 그때는 내가 두 번의 매치에서 모두 이겼다.

GD : 일본 갤러리의 반응은 어땠나?
일본은 드라이버 샷을 정확하게 치고 쇼트 게임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반면 나처럼 비거리가 긴 선수는 별로 많지가 않으니까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비거리 기록까지 살펴본 한 갤러리는 그 기록보다 더 나가는 것 같다고 말하며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단 드라이버 샷을 하면 지켜보던 갤러리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GD : 시즌 초반 스타트가 꽤 좋은 편인데?
미국 오션사이드로 50일간 강도 높은 동계 훈련을 다녀왔다. 새벽 5시45분부터 오후 6시까지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일주일에 토요일 딱 하루만 쉬고 훈련을 계속했다. 필드에서의 라운드보다 스윙 교정에 집중했다. 임팩트 순간 오른발 뒤꿈치가 들리면서 체중이 왼쪽에 실려야 하는데 나는 오른쪽 발가락 부위가 들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거리에 손해를 많이 봤다. 완벽하게 고친 것은 아닌데 아직도 교정하는 중이다. 또 다른 요인이 있다면 쇼트 게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린을 미스 하더라도 예전보다 덜 위축되는 것 같다. 그런 자신감이 스코어에 반영되는 게 아닐까 싶다.

GD : 투어를 평정한다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올해 우승을 두세 번만 더 한다면 자신감이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감만 생긴다면 누구라도 투어를 평정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춘 게 아닐까.

GD : 그런 시기가 온다면 해외 투어도 도전할 계획인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할 것 같다. 다승을 거둔다면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길 테니까 부담 없이 한번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LPGA투어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다면 가장 좋은 그림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볼 수도 있고 여러 경로가 있지 않은가. 올해는 자격이 주어진다면 US여자오픈도 출전할 계획이다.

GD : 친구인 백규정 선수가 LPGA투어를 경험하고 왔는데 특별한 어드바이스는 없었나?
국내에서 번 돈을 다 썼다며 나만 보면 항상 밥을 사달라고 한다.(웃음) 골프 선수로서 원하는 성적이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당연히 힘들었을 걸 알고 있다. 오히려 친구라서 무덤덤하게 대했다. 최근에 (박)성현이 언니에게도 투어 생활이 어떤지 물어봤더니 “고생하고 싶으면 와” 그러는 게 아닌가. 준비를 더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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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더 칼라 디자인의 스트라이프 셔츠는 메종블랑쉬.
화이트 리넨 와이드 팬츠는 조셉.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GD : 요즘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는데?
틈만 나면 바다낚시를 즐긴다. 2년 전에 태국에 놀러 갔을 때 잠깐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시간이 날 때마다 낚시를 하러 다녔다. 낚시터도 가고 바다낚시도 나가고 가끔 갯바위에서도 한다.

GD : 낚시의 매력은 무엇인가?
물고기를 잡는 손맛이 정말 좋다. 아직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골프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잡을 때의 느낌보다는 기다리고 있을 때의 느낌이 비슷하다. 골프도 버디를 하려고 덤비는 것보다 기회가 오면 잡으려고 할 때 가장 스코어가 잘 나오는 것처럼 낚시도 마찬가지다. 기다리고 있다가 입질이 왔을 때 타이밍에 맞춰 잘 채야 고기가 걸린다.

GD : 기다리는 동안 주로 무슨 생각을 하나?
다들 그게 궁금한가 보다. 항상 그런 질문을 받는다. 나는 오로지 미끼 주위에 있는 물고기들을 상상하며 기다린다. 잡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그것에만 집중한다.

GD : 골프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가?
쉬는 날만 되면 자꾸 내가 낚시하러 간다고 말하고 사라지니까 부모님은 걱정을 많이 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김)자영이 언니도 쉬라고 하면서 말린다. 하지만 (고)진영이나 (백)규정이는 자신들도 해보고 싶다며 다음에 낚시하러 갈 때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한다. 나는 낚시를 하는 게 쉬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취미다. 그 주에 대회가 없으면 거의 온종일 낚시를 한다. 밤을 새우면서 한 적도 있다. 2주 전에도 밤낚시를 즐겼다.

GD : 낚시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은 낚시 초보지만 내 경험상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바람도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인트를 잘 찾아야 한다. 초보들도 물때와 포인트만 잘 맞으면 오히려 쉽게 낚을 수 있다. 그런 걸 잘 모르면 헛수고만 하는 거다.

GD : 낚시도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와이프가 바가지 긁는 1~2위가 골프와 낚시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남편이 골프와 낚시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GD : 지금까지 잡아본 것 중 가장 큰 것은?
돔은 아직 잡아보지 못했고 바다에서 38cm짜리 우럭을 잡아봤다. 처음엔 죽이는 게 싫어서 잡은 걸 다 놓아줬다. 지렁이도 불쌍해서 못 끼울 정도였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툭툭 끼운다. 그리고 잡은 자연산 물고기는 바로 먹는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돔을 잡는 것이다. 돔도 참돔, 감성돔, 줄돔 등 정말 다양하다. 농어도 한번 잡아보고 싶다. 일단 크니까.

GD :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골프를 할 때는 골프지만 그 외 시간엔 낚시가 내 주요 관심사다. 골프와 낚시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이 모자란다. 낚시 채널도 본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이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GD : 다시 골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골프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코스 안에서는 스트레스를 당연히 받는다.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골프장만 벗어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항상 0으로 돌아온다.

GD : 플레이할 때 자신을 가장 열 받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오비가 나면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쇼트 게임에서 실수를 하면 더 화가 난다. 캐리를 1~3m 이내로 날려야 하는 상황이나 20m 정도 띄워 보내야 하는 경우 불안하다. 다른 선수는 그런 상황에서 칩인 버디를 노리거나 파를 노리지만 나는 일단 보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GD :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하나?
라운드 전 치핑 연습을 할 때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이 되게끔 반복해서 연습한 후에 나간다. ‘체중은 확실하게 왼쪽에, 볼은 확실하게 오른쪽에, 손은 확실하게 세우고, 그러면 토핑이 안 나잖아.’ 이런 생각을 머리에 되새기며 연습한다. 코스에서도 연습했던 것처럼 세팅을 해놓고 치면 결과가 좋다.

GD : 걸크러시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솔직히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GD : ‘예쁘다’는 소리가 듣기 좋은가, 아니면 ‘멋있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좋은가?
골프는 멋있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솔직히 ‘외모가 예쁘다’라는 말을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그건 아닌 것 같다. 뭐랄까. 아무에게나 하는 습관적인 멘트와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스스로는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GD : 의외다. 외모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나?
어차피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성형수술 받기가 무섭다. 부작용 날까 봐.

GD : 이제 마무리를 하자. 올해 계획은?
올해는 우승을 많이 해보고 싶다. 목표는 3승으로 정했는데 이른 시일 안에 두 번째 우승을 하는 게 지금의 목표다. 낚시를 할 때처럼 입질이 또 올 때를 기다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올해 성적을 잘 내면 내년에는 해외 투어에 도전해보고 싶다.

GD : 올해 자신이 목표한 3승과 상금 랭킹 1위를 달성하면 골프 팬들을 위한 공약을 하나 내거는 건 어떤가?
세리머니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막상 하겠다고 말만 해놓고 그때 상황이 되면 못할 것 같다. 그럼 마지막 대회에서 대회장을 찾은 골프 팬들과 프리 허그를 하겠다.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의미로 말이다.

 

사진_이승훈 / 헤어 & 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 by 서일주 / 스타일리스트_김미미

 

Kim Min Sun 김민선
나이 22세 신장 175cm
소속 갤럭시아SM 후원 CJ오쇼핑
우승 4승, ADT캡스챔피언십(2014),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2015),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2016),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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