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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주인공은 나야, 나! [Feature :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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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 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흔히 ‘신스틸러(Scene Stealer)’라 불리는데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주위에도 눈이 저절로 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다양한 이유로 말이다. 한국 남녀 프로 골프 투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신스틸러는 누가 있는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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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진의 배

올해 3월 축구선수 출신의 이윤의와 결혼한 양수진은 임신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속도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결혼을 서두른 것은 아니라는 뻔한(?) 거짓말은 눈감아주는 걸로 하고. 임신한 배를 쓰다듬으며 필드를 걷는 그는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예전의 장타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동반 플레이어보다 항상 늦게 걸어가는 그였지만 갤러리의 눈은 언제나 그쪽을 향했다. 그리고 양수진 주니어가 들어있는 배에도 시선이 쏠렸다. 에디터의 볼록한 배를 가리키며 “곧 추월할 거예요”라고 짓궂은 농담을 건네며 웃던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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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우의 구레나룻

터프한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구레나룻.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나 ‘의리’를 외치는 배우 김보성을 떠올리면 항상 구레나룻이 연상된다. 그런 구레나룻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가 있다. 남자가 아닌 여자선수가 말이다. 가끔 골프 대회 중계를 보거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들여다보면 배선우의 구레나룻이 눈에 띈다. 그의 실력만큼이나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회장에서 만난 배선우는 “원래 이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제모도 해봤는데 너무 아팠어요. 사실 이게 콤플렉스라 사람들이 구레나룻을 언급하면 기분이 나빴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외모적인 것보다는 실력으로 응원해주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더는 콤플렉스가 아니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그가 더 예뻐 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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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함정

한국 남녀 프로 골프 대회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이름 뒤에 붙는 숫자다. 골프 대회 중계를 볼 때나 대회장을 직접 찾아도 쉽게 볼 수 있다. 골프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대형 스코어보드 앞에 서서 옆 사람에게 그 숫자의 의미를 조용히 물어보곤 한다. 얼마 전 대회가 끝난 KLPGA투어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는 김지영2가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2위에 오른 세 명은 이지현2, 김지현2, 김자영2였다. 또 공동 5위에 최혜정2, 공동 7위에 김민선5, 공동 12위에 김혜선2가 올랐다. 여기에 이정은6, 박보미2, 이정화2 등 예선 통과자 62명 중 6분의 1에 해당하는 선수가 이름 뒤에 숫자가 붙어 있었다.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황재민859, 김도훈752, 이지훈730, 박정환1306, 이재훈1582, 김진성875, 최재호999 등 아주 많다. 이는 동명이인일 경우 협회가 편의상 이름 뒤에 숫자를 붙여 구분한 것이다. 여자는 입회 순서대로 숫자를 붙인 것이고 남자는 회원 번호를 이름 뒤에 붙였다. 혹자는 동명이인의 다른 선수에게 상금이 들어갈 것을 염려해 그렇게 만든 게 아니냐고 말한다. 물론 처음엔 그런 의도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선수에게는 각각의 코드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가 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굳이 한 명만 출전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이는 게 이제는 왠지 어색해 보인다. 야구나 축구선수가 이름이 겹친다고 그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인다고 상상해보라.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굳이 원하지도 않는 번호를 선수 이름 뒤에 붙이는 건 문제다. 선수는 처음부터 그걸 원하지 않았을 테니까. 협회에서 행정의 편의를 위해 붙여놓은 번호가 이제는 선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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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튀는 머리

초록색으로 물든 필드에서 하얀색 볼보다 컬러가 있는 볼이 눈에 더 잘 띄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돌에게서나 봄직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허인회(왼쪽)는 군복무를 마치고 머리를 기르면서 하얗게 탈색했다. 2주만 지나면 색깔이 노랗게 변하는데 자신은 검은색이나 노란색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하얗게 탈색한 헤어스타일이 그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는데 그로 인해 대회장 어디에 있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군 복무 이후에 내 스타일을 점점 찾아가는 것 같아서 자신감도 생기고 지금의 모습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의 막내 이재원 역시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는데 제법 잘 어울린다. 1998년생인 그는 179cm의 큰 신장과 우람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데 노란색 머리를 유지하며 오히려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올해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그의 활약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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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한 골퍼들

KLPGA투어에는 홍진주나 안시현, 문현희와 같은 주부 골퍼들도 있지만 10년 이상 투어의 터줏대감처럼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중견 골퍼들이 있다. 1986년생 동갑내기 골퍼 홍란과 김보경이 그들이다. 2005년에 나란히 1부투어에 입성한 그들은 단 한 차례도 투어 카드를 잃지 않고 13년째 활동 중이다. 가끔 두 사람이 중계 화면에 잡히면 “오랜만에 얼굴을 보네”라며 반가워하는 팬들이 많다. 김보경은 지금(5월14일 현재)까지 256경기에 참가해 투어 통산 4승을 거두며 약 23억30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홍란 역시 현재 248경기에 참가했으며 통산 3승을 거둬 상금으로만 약 17억9000만원을 획득했다. 놀라운 건 그들이 250여 경기에 참가했지만 컷 탈락은 김보경이 25회, 홍란이 23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꾸준한 실력을 선보이며 후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골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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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져라, 짧아져

요즘 여자 프로 골퍼들이 입고 있는 치마의 길이를 보고 있으면 가히 혁명적이라 하겠다. 요즘엔 교복 치마도 짧게 수선해서 입는다지만 골프웨어까지 이런 유행을 탈 줄은 몰랐다. 물론 남성 팬들에겐 지극히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선수들이 굳이 플레이하는 데 불편하고 움직이는 데 조심스러운 이런 짧은 치마를 입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속바지가 있어서 크게 불편함은 없다는 게 선수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냥 반바지를 입은 것과 다름이 없지만 겉은 치마 형태이기 때문에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런데 기왕이면 무릎 위로 20cm 정도는 되어야 다리가 가늘고 예뻐 보인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안신애를 비롯해 박결, 안소현, 이정은, 박소혜 등 초미니스커트를 선호하는 선수들은 ‘자신감’을 표출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갤러리의 시선이 집중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신세대 골퍼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들이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이라면 이를 바라보는 우리도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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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미남의 위용

올해 서른여섯 살이 된 홍순상은 2013년 솔라시도파인비치오픈 우승 이후 더는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필드 어디에서든 빛이 난다. 여성 팬들은 그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자리를 다툰다. 탄탄한 몸매와 웃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는 정말 매력적이다. 배우 송일국을 연상케 하는 마스크와 투어 통산 5승을 거둔 골프 실력도 한몫한다. 혹자는 ‘게으른 천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아무튼 천재는 천재 아닌가. 여기서는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는 신스틸러를 소개하는 것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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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캐디

국내에서는 여자 프로 골프 투어의 규모가 커지면서 빚어지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전문 캐디의 등장이다. 상금 랭킹 상위권 선수의 캐디를 하면 1년 수익이 1억원에 달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전문 캐디 중 외국인들도 볼 수 있는데 과거 신지애의 캐디로 잘 알려진 호주 출신 딘 허든(Dean Herden)과 최나연의 캐디로 유명세를 탔던 아일랜드 출신 셰인 코머(Shane Comer)가 그들이다. 딘 허든은 과거 신지애는 물론 유소연, 서희경, 김효주의 백을 메면서 여러 차례 그들의 우승을 도왔다. 지금은 고진영의 전문 캐디를 하면서 인천 송도에 집까지 마련했다. 셰인 코머 역시 최나연과 김해림을 거쳐 지금은 조정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코머는 한국 선수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을 높이 샀다. 그는 현재 한국인 부인과 서울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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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응원단

국내 남녀 프로 골프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을 방문하면 단체로 응원하는 그룹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 선수의 팬클럽에서 온 경우가 많은데 열기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뜨겁다. 여자 선수를 응원하는 이들이 만든 응원 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 외에도 함께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과거 일방적인 응원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만들어진 응원 문화다. 참 보기 좋은 사례라 하겠다. 부디 남자 선수를 응원하는 문화도 하루빨리 정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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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잉 그라운드

대회가 열리는 티잉 그라운드 주변은 주최사의 홍보를 위해 쓰이는 공간이다. 독특하고 예쁜 아이디어 티 마커부터 특이한 형태의 광고 보드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몇몇 대회의 광고 보드는 선수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하고 현란해 눈이 아플 지경이다. 이는 시선을 뺏기고 싶지 않아도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야말로 좋지 않은 의미의 ‘시선 강탈’이다. 제발 업체의 홍보도 중요하지만 도를 넘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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