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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인성도 뛰어난 국가 대표 박현경 [People :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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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국가 대표 박현경을 만났다. 사춘기의 터널을 막 벗어난 그의 표정에서 어두운 그늘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편안하고 밝은 에너지가 묻어나오는 그에게서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동서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국가 대표 박현경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는 혼자서 버스를 이용해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촬영을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선 그를 위해 커피 전문점에 들러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잉글리시 머핀 샌드위치와 딸기 주스를 샀다. 밝게 웃으며 차에 올라탄 그와 인사를 나누고는 샌드위치가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그러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크게 한 입 베어 먹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휴게소에서는 잠깐 눈만 떴다가 내리지 않고 계속 잤어요.”

털털하면서도 발랄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등학교 2학년의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한창 배고플 나이지.’

첫 만남을 먹으면서 시작했으니 당연히 대화는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어졌다. 박현경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닭고기”라고 말했다. “삼계탕, 백숙, 닭갈비, 찜닭… 아무튼 닭으로 만든 요리는 모두 좋아해요.” 그는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더니 “중학생 때까지는 통통한 편이었어요. 치킨 한 마리를 다 먹고 삼겹살 3인분에 공깃밥까지 먹는 스타일이었죠. 식탐이 많은 편이라 배가 불러도 계속 먹었어요. 지금은 후회가 됩니다. 살이 잘빠지지 않거든요.” 붙임성 있는 성격을 가진 그와의 대화는 끊어지질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에디터는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지금 누가 누구를 인터뷰하고 있는 거지?’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그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스튜디오에 모인 사람들에게 전염됐다. 그리고 ‘박현경’이라는 인물의 매력에 모두 푹 빠져버렸다.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모델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마추어라고 하기 무색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끼가 철철 넘치는 그는 이른바 ‘스타 기질’이 충분한 캐릭터다. 한국여자 골프계는 또 하나의 보석을 발견한 셈이다. 아직 원석에 불과하지만 잘만 다듬는다면 누구나 관심을 두고 탐낼 만한 그런 존재가 될 것이라는데 한 표 던진다.

아버지의 따끔한 충고

박현경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 박세수씨는 2002년까지 투어 생활을 한 프로 골퍼다. 이후 2012년까지 전주에서 실내 골프 연습장을 했다. 박현경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그 연습장을 놀이터 삼아 시간을 보내곤 했다. 프로 골퍼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였을까. 또래에 비해 큰 체격을 가졌고 지는 걸 유독 싫어하던 딸을 유심히 지켜본 아버지 박 씨는 골프 선수를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우승은 4학년 때였습니다. 박세리배전국초등학생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요. 그보다 3개월 전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기회가 있었죠. 하지만 실격하면서 우승을 놓쳤습니다.”

박현경의 말이다. 당시 그는 2m짜리 파 퍼트를 남겨놓았다. 퍼트를 했는데 들어가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반대편으로 이동하지 않고 한 손으로 탭인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것 역시 들어가지 않고 볼이 자신의 발에 맞았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그는 발에 맞고 튕겨 나가는 볼을 그냥 손으로 집어넣었다.

“정말 그때는 당황스러웠죠. 저는 그 홀을 트리플 보기 처리하고 경기를 마쳤습니다. 2위와는 꽤 차이 나는 우승이었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실격으로 자진 신고를 하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대회 도중 제가 손으로 집어넣는 걸 봤던 겁니다. 아버지는 ‘이건 룰대로 하는 것이다. 너는 그냥 실격당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속상할 것도 없었어요. 분명 그건 실수였고 제가 우승컵을 받는다는 건 잘못된 것이었죠. 결국 저는 다 잡았던 생애 첫 우승을 실격으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같은 골프장에서 첫 우승을하게 됐어요.”

그는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버지의 단호한 조치가 없었더라면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얼마나 큰일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는 골프장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범한 적이 없다.

13언더파 그리고 퀸시리키트컵 2연패

박현경은 중학교 1학년 때인 2013년에 중국에서 열린 BMW주니어챔피언십에 참가한 적이 있다. LPGA투어 레인우드파인밸리클래식이 열린 레인우드골프클럽(파73)에서의 대회였다. 코스 길이가 비교적 짧게 세팅되기는 했지만 박현경은 1라운드에 이글 2개와 버디 9개를 잡으며 13언더파를 기록했다.

“그때는 버디를 파처럼 기록했죠. 그린에만 볼을 올려도 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쇼트 아이언으로 친 볼은 거의 핀 3m 근방에 떨어졌고 그 안에 들어간 퍼트는 놓치지 않았어요. 둘째 날 2언더파, 마지막 날 5언더파를 기록하면서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3언더파를 또 기록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박현경은 국가 대표 시절인 2015년과 2016년에 퀸시리키트컵에 출전해 개인과 단체전을 2연패했다.

“역대 대회 2연패는 있다고 들었어요. 올해 출전했다면 3연패도 노려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참가하지 못했어요.”

퀸시리키트컵은 국제 대회지만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휩쓸다시피했다. 올해도 최혜진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그 명맥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현경은 더 아쉽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국가 상비군이 됐고 그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국가 대표로 활약 중인 그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나라를 대표해 대회에 출전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외국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치냐’고 물어볼 때가 많아요. 그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죠. 외국 선수들은 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파티를 즐기러 나가곤 합니다. 숙소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선수들밖에 남아 있질 않아요. 그들과는 골프를 대하는 마인드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뭐든 즐겁게 임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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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분리증 그리고 멘탈 노트

그는 몇 주 전 병원에서 ‘척추 분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동안 하루에 1500개 이상의 볼을 때려냈다. 그러다 보니 2~3년 전부터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방치했다가 최근 척추 분리증임을 알게 됐다.

“연습량이 많다고 좋은 건 결코 아니더라고요. 요즘은 연습 패턴도 바꾸고 척추를 둘러싼 근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상의해서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비거리를 늘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랫동안 골프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커졌어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아버지와 티격태격하기도 했습니다만 올해 아버지생신 때 진심을 담은 장문의 편지로 화해했습니다.”

박현경은 지난해 퀸시리키트컵 이후 1년 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초조하고 고민이 많았으리라.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 몰입할 때가 잦았다. 그럴 때마다 ‘멘탈 노트’를 꺼내 들고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12장 정도 되는 노트인데 멘탈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한마디씩 해주는 걸 제가 적어놓은 것입니다. 자신감이 떨어질 때나 화가 많이 날 때 그리고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 노트를 보면서 감정을 추스르는 거죠.”

팬들의 고마움을 아는 선수

박현경의 롤모델은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정은이다. 인터뷰 내내 그가 반복해서 사용한 단어는 ‘인성’이었다.

“(이)정은 언니와는 함께 대표 합숙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동생들도 잘 챙겨주고 ‘효녀 골퍼’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착한 언니예요. 언니의 군더더기 없는 스윙을 좋아해요. 제 롤모델이죠.”

그는 올해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리고 아마추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자 사인을 요청하는 갤러리가 줄을 이었다. 그는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 사인을 해줬다. 그러자 사인을 받은 갤러리 중 한 명이 “이렇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줘 정말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는 앞으로도 팬들의 고마움을 아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가 골프를 잘할 수 있는 이유도 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인성이 좋은 선수가 되고 싶고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몇 시간을 서서 사인을 하더라도 한 명도 빠짐없이 다 해주고 싶어요. 손이 아프더라도 말이죠.”

그는 골프를 ‘예민한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죽어 있는 공을 살려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만큼 예민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게 골프의 매력이죠. 1년간 우승은 못했지만 조급하지는 않아요. 제 골프 인생은 이제 시작인 걸요. 앞으로 겸손하게 자만하지 않고 골프를 대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도요.”

Park Hyun Kyung 박현경 / 17세 / 166cm / 함열여고 2학년
경력 국가 상비군(2013), 국가 대표(2014~현재)
성적 퀸시리키트컵 개인, 단체 우승(2015, 2016), 세계아마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 전국체전 개인전 동메달, 송암배 3위(이상 2016),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아마추어 부문 1위(2016, 2017)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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