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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는 사람들 [Feature: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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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월터 로스 주니어(Walter Looss Jr.)

행복의 기운을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키 파울러만 하더라도, 그 화려한 스타덤의 장신구들을 보면 스포츠 카와 오렌지색 스냅백을 쓰고 열광하는 팬들, 유튜브에 올라온 모토크로스 묘기 영상들, 패션모델인 여자친구와 만끽하는 우승의 포옹까지 모든 게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그의 진면목을 다 알 수 없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올해 스물여섯 살인 그의 흔들림 없는 침착함이야말로 그의 본질이다.
파울러를 지켜보면 매력적인 겉모습 뒤에 충만한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상반되는 자질들, 이를테면 모험심과 경계심, 에너지와 참을성, 겸손함과 자신감 같은 것들을 잘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명민한 정신이 숨어있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그는 조심스럽고 내성적인가 하면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어떤 모습이건 편안해 보인다.
조금 지나치게 빈번하다 싶은 더블보기를 할 때조차 파울러는 불행한 기색을 내비치는 법이 없다. 필 미켈슨, 키건 브래들리와 신나게 연습 라운드를 할 때면 파울러는 그중에서 가장 현란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말은 제일 순하다. 그래도 그의 예리한 관찰력은 늘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일사천리로 플레이를 진행하고, 부치 하먼의 대대적인 수술 집도 이후 유연성을 유지하는 스윙을 하면서 좀처럼 주저하는 경우가 없다. 클럽을 맞고 날아가는 볼을 눈으로 뒤쫓는 파울러의 표정에서는 다음 샷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는 처음 골프를 한 날부터 완전히 매료되었고, 처음의 느낌을 최대한 오랫동안 그대로 간직하려고 노력한다.” 파울러는 세 살 때 뮤리에타에 있는 조그만 연습장에서 골프볼을 맞히기 시작했다. “행복한 사람은 확실히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골프나 사실상 모든 방면에서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파울러의 개인적인 행복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때조차 그가 거의 매일, 그것도 대부분 36홀을 플레이한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녹초가 되는 느낌을 받는 적이 없다.” 파울러는 말했다. “오히려 무리를 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할 때가 많다. 나는 플레이하는 게 좋고, 플레이가 잘 안 되더라도 거기서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심지어 골프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라운드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바하마의 베이커스베이에서 플레이를 할 경우 그냥 대충 하면서 크로스핸드로 그립을 잡기도 하고, 몇몇 홀에서는 왼손잡이용 클럽을 쥐고 왼손으로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재미만 있으면 된다.”
지난 5월 파울러는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때도 그의 ‘어린 아이처럼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두드러졌는데, 그는 순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도 프로 골프를 예전에 비해 확실히 더 행복한 게임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리 매킬로이의 부상도 행복한 골프라는 메시지를 더 강화했다. 역시 스물여섯 살인 그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재능을 기꺼이 나누려는 예술가의 분위기를 풍기고, 타고난 너그러움은 그를 아놀드 파머 이후 가장 친근한 넘버원으로 만들었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하는 예민한 성격으로, 예전만큼 골프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털어놓고, 심지어 잘 맞지 않은 클럽을 던지기도 하지만 매킬로이는 그러면서도 여덟 살짜리 골프 신동의 매력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 나이 때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그의 오랜 스윙 코치였던 마이클 배넌이 아이를 정겹게 일컫는 모습이 나온다. “늘 행복한 아이지, 우리 로리는.” 매킬로이를 추격 중인 조던 스피스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자신에게 울화통을 터뜨리기도 하는 치열한 전사 타입인데, 스물한 살답게 행동하는 드문 순간에도 그는 무척이나 즐겁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골프를 하는 게 왜 그렇게 행복하냐는 질문에 스피스는 “왜냐하면 내가 골프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고는 지적인 사람답게 즉석에서 멋진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정복하는 게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그런 도전을 즐기는 이유는 정복에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갈 때마다 마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맥박이 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짜릿함을 사랑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신의 심장박동을 어떻게 컨트롤해서 더 나은 샷을 이끌어내는지 지켜보는 게 이 도전의 묘미다. 우리는 그 짜릿함, 그 불가능한 노력을 위해 여기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경우 가만히 앉아 웃고 있을 생각이 없다. 짜증을 내며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리할 것이다. 다음 홀로 가서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자골프에서는 열여덟 살의 리디아 고가 행복한 플레이의 장점을 보여주는 대열에 합류했다. 그녀는 선수생활을 끝마칠 때 “즐거움을 만끽한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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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돔 푸로어(Dom Furore)

 

과정 vs. 결과

3 사회가 행복의 메신저로 피터팬 같은 사람들을 선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쉽고 수월하게 탁월함을 발휘하는 모습은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던 어린 아이를 깨어나게 한다. 우리 사회가 젊음에 집착하는 건 이렇게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전통주의자들은 파울러에게 우승을 더 하라고 요구할지 모르지만, 더 행복한 사람들은 아마 그런 결과보다 과정을 더 높이 평가할 것이다.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승을 하고야 말겠다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고, 다만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그런 기회를 차지하고 싶어 할 뿐이다. 한때 타고난 모험심 때문에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무모한 점프를 했던 그는 이제 어려운 샷으로 그걸 대신한다. 파울러에게서는 그런 샷을 해내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2위도 나쁘지 않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샷을 하지 못하는 건 좋지 않다.
순수주의자들은 그런 스타일은 실수가 잦다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파울러는 플레이어스의 마지막 여섯 홀에서 6언더파를 기록하고, 플레이오프에서는 17번 홀의 아일랜드 그린에서 위험천만한 핀을 향해 두 차례 웨지 샷을 하면서 PGA투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로 손꼽힐 만한 버디를 기록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골프팬들은 언제나 행복한 챔피언을 사랑한다. 역경 앞에서도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가 처한 어려움도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는 선수들. 그건 미켈슨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였고, 늘 밝아 보이는 매트 쿠차가 스코어에 상관없이 팬들의 환호성을 받을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내가 하는 일을 즐기는 건, 비록 결과와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부러 그러려고 선택하는 게 아니다.” 쿠차의 말이다.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건 내게 굉장한 행운인데, 이 게임에 필요한 기질을 타고난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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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돔 푸로어(Dom Furore)

행복의 장애물들

5 대부분의 골퍼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하다. 토너먼트에서 플레이를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건 복잡한 방정식이다. 투어 프로들은 친구들과 거닐면서 아름다운 날씨를 즐기는 게 주된 목적인, 즐겁지만 수준은 낮은 게임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뭐가 잘못될 수 있는지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실수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헤밍웨이는 이런 말을 했다. “지식인의 행복은 내가 알기로 세상에서 가장 드물다.”
쉰두 살의 나이에도 계속 PGA투어에서 활동하려는 의지가 게임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말해주는 비제이 싱은 행복과 토너먼트 골프가 양립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행복이라는 말은 여기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좋은 샷을 하고,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건 다르다.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면 기분이 좋지만 그것도 사실상 행복은 아니다. 코스에 나가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플레이를 하는 동안 내가 느끼는 것도 행복은 아니다.”
싱은 어의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멘탈 코치인 줄리 엘리온(Julie Elion)은 자신을 찾아온 선수들에게 의미가 함축된 용어의 사용을 피한다. “행복은 모두에게 상당히 원대한 목표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일정한 수준의 만족을 획득해서 최고의 실력을 게임에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행복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의 태도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정상급 선수들은 스스로에게 만족을 허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집착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많은데, 그건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만족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더 나아가 행복을(최소한 골프 게임에 있어서는) 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다.
벤 호건은 일상적인 라운드에도 진지하게 임하는 걸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재미로 골프를 하지 않는다.” 잭 니클러스는 얼마 전에 자신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늘 모자라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나는 늘 이렇게 해서는 내가 도달해야 마땅한 수준에 결코 이르지 못할 거라고, 그러니까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느꼈다.” 타이거 우즈도 이걸 뒤집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 자신의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그건 사실상 ‘행복을 차단한다’는 뜻이었다. 2012년에 키아와에서 PGA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우즈는 2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는데, 메이저챔피언십에서 주말에 하향곡선을 그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3라운드에서는 보다 느긋한 태도를 갖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잘못된 태도로 임했던 것 같다.” 우즈는 74타를 기록하면서 선두권에서 밀려난 후 이렇게 말했다. “뭐랄까 조금 행복하게 플레이를 즐기려고 했는데, 그건 안타깝게도 내 플레이 방식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나는 당면한 과제에 치열하게 집중하면서 그 밖의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그게 내가 메이저 대회에서 14승을 한 비결이다. 나한테는 맞지 않는 접근법이었다.”
플레이를 행복하게 즐기는 것처럼 보였던 위대한 선수들조차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보비 존스는 기분 좋은 평정심을 지녔지만 대회에서는 내면의 괴로움이 너무 심했던 나머지 스물여덟 살에 은퇴를 하고 말았다. 리 트레비노는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하기로 유명했지만 종종 초조함과 분노로 이어지곤 했던 예민한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쿠차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대회에서도 쉽게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월터 헤이건은 그야말로 플레이 도중에도 장미 향기를 만끽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토너먼트 골프를 낙원으로 여겼던 파머는, 젠킨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력에 수반되는 순수하고 완벽한 즐거움’을 사랑했다.
골프에서 행복을 추구하려는 투어 프로들에게 그의 이런 태도(어려움을 포용하는 태도)는 하나의 귀감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연꽃은 진흙 속에서만 피어난다.” 스윙코치인 션 폴리는 선수들과 이런 철학적인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나쁜 샷으로 인해 기분이 저조해졌을 때 즉각적으로 밀려오는 불행한 느낌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그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다음 샷에 매진할 경우 그 기분은 사라질 것이다. 쉽지는 않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노력이다. 하지만 최선의 것들, 최고의 도약, 그리고 궁극적으로 최고의 행복은 그런 노력에서 나온다.”
웹닷컴투어에서 올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며 PGA투어로 돌아올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스물여덟 살의 피터 말나티(Peter Malnati)도 같은 생각이다. 비록 스스로 “천성적으로 행복의 기질을 타고 난 것 같다”고 묘사했지만, 그걸로 ‘성장의 사고방식’을 키워서 토너먼트 골프의 어려움을 막아내는 법은 학습을 통해 터득했다.
“프로골퍼는 패배와 실망을 이겨내야 할 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그걸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말나티는 1타 차로 36홀 플레이의 US오픈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 날 이렇게 말했다. “골프는 가장 위대한 게임이고, 그걸 잘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발전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성공적인 플레이를 했을 때에는 플레이하면서 실제로 느끼는 행복이 성공 방정식의 일부로 작용했다.”

 

몰입의 경지
골프는 심리와 신체적으로 몰입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활동으로 거론될 때가 많다. 그 행동에 완전히 몰두해서 오로지 눈앞의 과제에만 집중하는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성이 가능한 목표가 있어야 하며 지나치거나 모자란 도전은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제일 먼저 시작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당시 시카고대학의 심리학자였다. 그는 예술가와 의사, 암벽등반가, 그리고 체스 선수들을 인터뷰한 끝에 그들이 저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히 빠져든 나머지 갈증과 허기, 피로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후로 여러 건의 중요한 연구가 뒤따랐고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경우가 많다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늘 좋은 플레이를 기대하는 투어 프로들은 항상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골프에서 가장 잘못된 오해는 일관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50대 교습가인 마이클 헤브론(Michael Hebron)은 말했다. “일관성을 추구하는 골퍼들은 게임의 융통성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골퍼만큼 행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위대한 선수들도 꾸준하지 않다. 위대한 선수들이 위대한 건 그렇게 일관되지 않은 것에 잘 대처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점을 말할 때 파울러는 이 점을 이미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샷이든 머릿속에 그렸던 대로 구사하는 것, 볼을 정확하게 맞혀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항해 정확한 탄도와 궤도로 날아가서 정확한 지점에 착지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그런 건 한 라운드에 한 번이나 있을까.”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고, 그 말을 한 사람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걸 감안하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게임의 본질과 그에 따른 도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그걸 사랑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골퍼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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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불행 앞에서 연민을 품어야지, 행복을 느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퍼팅 그린의 조용한 분위기 밑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끓어오른다.
3월에 베이힐에서 우승을 거둔 후, 헨리크 스텐손이 18번 홀에서 공동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버디 퍼팅을 시도하는 걸 보면서 가졌던 생각을 그대로 털어놓은 매트 에브리는 어떤 면에서 솔직함을 칭찬할 만하다. 당신은 이미 마스터스 참가 명단에 들어갔잖아. 실패해. 나도 거기에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결국 퍼팅은 들어가지 않았고, 덕분에 누군가(어쩌면 여러 골퍼)는 행복해졌다. 그걸 인정하든 안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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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마스터스
▶ 벤 호건은 72번째 홀에서 3.6미터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 메이저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공은 홀을 지나쳐서 75센티미터를 굴러갔다. 되돌아오는 퍼팅도 실패하면서 허먼 카이저가 행복한 우승자가 되었다.

 

1970년 브리티시오픈
▶ 더그 샌더스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90센티미터의 파퍼트를 하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퍼터를 처음 지면에 댄 순간부터 실제로 퍼팅을 하기까지는 25초가 걸렸다. 공이 오른쪽으로 빗나가자 당시 해설을 맡았던 헨리 롱허스트는 이런 탄식을 내뱉었다. “아이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샌더스는 다음 날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잭 니클러스에게 한 타 차로 패했다.

 

1983년 브리티시오픈
▶ 이 대회의 결정타는 이틀에 걸쳐 벌어졌다. 헤일 어윈은 3라운드 14번 홀에서 5센티미터의 탭인 퍼트를 앞두고 헛스윙을 하는 바람에 보기를 기록했고, 다음 날 톰 왓슨에게 한 타 차로 뒤진 2위를 차지했다.

 

1989년 마스터스
▶ 스콧 호크는 서든데스 방식의 플레이오프 첫 홀인 10번 홀에서 60센티미터 파퍼트를 성공하면 닉 팔도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퍼팅은 왼쪽으로 벗어났다. 우승은 11번 홀에서 버디를 한 팔도에게 돌아갔다.

 

1991년 라이더컵
▶ 미국 팀은 환호에 휩싸인 나머지 베른하르트 랑거가 헤일 어윈과의 싱글 매치 18번 홀에서 1.8미터 파퍼트를 실패했을 때 예의를 차릴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매치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미국 팀이 1포인트 차로 최종 승리를 거뒀다.

 

2001년 US오픈
▶ 마지막 홀에서 세 사람은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마크 브룩스는 스리퍼트를 해 보기를 기록했다(두 번째 퍼팅이 1.8미터 거리). 스튜어트 싱크는 60센티미터 퍼팅을 실패해서 더블보기를 했다.
레티프 구센도 3.6미터 거리에서 스리퍼트를 했다. 결국 구센과 브룩스가 동타가 되었고, 이튿날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구센이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마스터스
▶ 최종 우승을 차지한 잭 존슨은 두 번째 라운드 16번 홀에서 60센티미터 파퍼트를 실패했다. ‘10샷 규칙’(선두와 10타 이내의 타수 차까지 3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적용하는 컷오프 규칙)이 적용된 탓에 컷오프 기준은 8오버파로 조정됐다. 이 덕분에 웃은 선수는 15명이었고, 최종적으로 2위를 차지한 레티프 구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2009년 BMW챔피언십
▶ 마지막 홀에서 투퍼트로 보기만 해도 투어챔피언십 출전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브랜트 스네데커는 무려 포퍼트를 했고, 그 결과 존 센든이 서른 명이 참가하는 페덱스컵 결승전 막차에 탑승했다.

 

2012년 크라프트나비스코
▶ 우승과 동시에 양귀비 연못으로 뛰어드는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18번 홀에서 김인경의 30센티미터 파퍼트는 홀 가장자리를 돌아 나왔다. 그녀는 유선영과 동타가 되었고, 유선영이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됐다.

 

2013년 헤리티지
▶ 우천으로 두 번째 라운드가 토요일 아침으로 연기된 상황에서 예스퍼 파네빅은 마지막 홀에서 1.5미터 파퍼트를 실패했다. 그의 샷이 한 타 늘어나면서 커트라인은 1오버파에서 2오버파로 올라갔고, 스물한 명이 더 구제되면서 주말 라운드에 합류한 선수는 91명으로 늘어났다(역대 타이기록). 최종 순위 공동 9위를 차지한 마크 윌슨과 트레버 이멜만이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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