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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를 넘어 대세 골프돌로 [People : 1708]

 꿈나무를 넘어 대세 골프돌로

예쁘장한 외모에 밝고 쾌활한 성격과 뛰어난 골프 실력까지 갖춘 김민주를 만났다. 열다섯 살에 소녀티를 채 벗지 못했음에도 그를 주목한  이유가 있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라 할 수 있지만 언젠가 한국 여자 골프의 기대주로 성장할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글_고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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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는 2002년생이다. 만으로 열다섯 살이다. 흔히 그 연령대의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 촬영을 한다는 건 크나큰 도전(?)이다. 프로 골퍼도 숫기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촬영은 무척 더디게 진행된다. 이른바 그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모델이 아니다 보니 표정이나 포즈가 어색하기만 하다. 하물며 인터뷰를 자주 하는 프로 선수도 그러한데 처녀 인터뷰를 앞둔 열다섯 살 소녀야 오죽할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쭈뼛거리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을 보자 불안감은 더해만 갔다.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자리한 김민주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듯 불안해 보였다.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에디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때는 밝고 경쾌한 음악이 한몫한다. 그리고 그에게 춤을 춰도 좋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촬영장에서 춤을 추라니.’ 그건 너무나도 무리한 요구라는 걸 그 자리에 모인 스태프들은 잘 알고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블랙핑크의 최신곡 ‘마지막처럼’이 흘러나왔다. 물론 걸 그룹에 푹 빠져 있는 에디터에게는 흥겨운 노래임이 틀림없었지만 그의 취향에도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음악이 서서히 후렴구를 향해 달려가자 김민주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리듬을 타는 듯 보였다. 제법 그 움직임이 스웨그를 장전한 래퍼처럼 느껴졌다. 서서히 경직된 표정이 풀리더니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자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승화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발레와 재즈댄스 그리고 벨리댄스까지 배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에디터의 기우가 무색할 만큼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골프의 시작 그리고 우승
현재 중학교 3학년인 김민주는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골프 클럽을 처음으로 잡았다. 그의 부모는 딸에게 취미로 골프를 시켰다. 아니, 엄밀히 표현하자면 부모의 원활한 취미 생활을 위해 골프를 배우게 됐다. 골프를 즐기는 부모가 라운드하러 갈 때 집에 어린 딸만 남겨둘 수 없었다. 열한 살 터울의 오빠는 이미 대학생이라 따로 자취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골프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부모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김민주는 공부와 춤에 관심이 많았다. 성적으로는 우수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였다. 혹여 한 문제라도 틀리면 이미 배운 걸 틀렸다며 억울해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의 꿈은 의사였다. 학교에서 장기 자랑을 할 때 앞장서는 이도 김민주였다. 친구들과 모여 춤추는 걸 좋아했다. 그런 그가 골프에 빠졌다. 김민주의 말이다.

“실내 연습장에서 볼을 치고 나면 땀이 흠뻑 나잖아요. 그럼 왠지 모를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도 체격 조건이 좋아서 코치 선생님이나 주위에서 부모님에게 선수 쪽으로 키워볼 생각이 없는지를 물어보곤 했어요. 시작한 지 1년 만에 80타대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언더파를 기록하기 시작했죠.”

중학교 2학년 때인 지난해 그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갑자기 기복이 심한 경기를 펼치면서 골프에 흥미를 점점 잃었다. 고민 끝에 연말까지만 해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다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막상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마지막 열정을 쏟아부으며 성적을 끌어올렸다. 태국으로 전지훈련까지 다녀온 김민주는 올해 규모가 작은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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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던 것 같아요. 골프 실력이 점점 안정권에 들어가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바로 삼천리꿈나무대회에서 그 일이 일어난 거죠.”
KLPGA-삼천리꿈나무대회는 올해 6월, 군산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예선에서 이븐파를 기록하며 1위로 경기를 마친 김민주는 본선 첫날 2오버파를 기록해 선두와 1타 차 2위에 올랐다. 본선 둘째 날 2타를 줄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규모가 큰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그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일단은 타수 차를 벌려 도망가려는 생각을 접었어요. 그런데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했죠. 그때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말인데 볼 딤플을 하나씩 세면 순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딤플을 세면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점차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딤플에 집중하며 플레이하다 보니 정작 다른 선수가 스코어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몰랐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던 선수 중 한 명이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기록하자 김민주는 가장 먼저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반면 그는 파를 잡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승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글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한 타 차 뒤에 있었다. 스코어를 의식하면서 플레이했다면 마지막 홀에서 승부가 어떻게 갈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우승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규모가 큰 대회에서 입상한 것이 처음이었죠.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저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은 정말 제가 봐도 멋져 보였어요.(웃음)”
김민주는 우승 비결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꼽았다. 언제나 목표는 예선 통과였다.

하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단다. 부정적인 생각이 그를 지배하면서 항상 기복이 심한 경기를 펼쳤다. 정작 자신은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존재임을 알지 못했다. 친구 중 한 명이 “너는 하나만 보고 가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했을 때 비로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압박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길게 보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조급해지면 성공은 멀어진다는 걸 알게 됐죠. 흔들리던 저를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며 재촉하지 않았던 부모님께 정말 고마움을 느껴요. 골프를 계속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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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조력자들 그리고 배선우
골프를 하지 않을 때 김민주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골프에만 몰입하다 보면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단다. 그때는 항상 피아노 앞에 앉는다. 연주를 실컷 하고 나면 다시 골프에 집중하기가 쉬워진다고.

“주일에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어요. 연습도 할 겸 피아노 연주하는 시간이 많아요. 학교 공부와 골프 그리고 신앙생활까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점차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성경 말씀 중에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3절)”라는 구절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며 생활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면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생활에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김민주의 부모다. 골프를 좋아하지만 그보다 더 딸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만 한다. ‘참견’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괜찮아, 다 잘될 거야”라는 말로 딸에게 힘을 준다.
김민주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주위에 수소문해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스승을 찾아 나선다. 그는 현재 세 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강하게 훈련시키는 걸로 유명한 이기현 트레이너에게 체력 훈련을 받고 있다. 210m에 머물고 있는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함이다. 또 부족한 쇼트 게임을 보완하기 위해 유응열 코치에게 하루에 3시간씩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샷에 대해서는 노건 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다. 노 코치에게 샷 점검을 받은 이후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고마운 이들이 많은 만큼 부담감도 큰 게 사실일 터. 김민주는 아직 구력이 짧고 전국 대회의 참가 수도 많지 않아 국가 상비군이나 국가 대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올해 반드시 국가 상비군이 되어야 한다는 조급함 따위는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국가 상비군이나 대표가 목표이긴 하죠. 하지만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천천히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야 나중에 더 큰 목표를 향해서도 주저 없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 금메달, KLPGA 1부투어에서의 우승, 해외 무대로의 진출, 이런 것들은 아직 먼 이야기니까요.”

그는 요즘 ‘어떻게 하면 훌륭한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일단 겸손한 태도와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미지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스타라면 모름지기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K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배선우 선수가 제 롤모델입니다. 경기할 때 차분하고 큰 감정의 기복 없이 플레이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그리고 그는 언제나 겸손한 태도로 사람을 대합니다. 2위만 여러 번 하다가 처음 우승했을 때 인터뷰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승 문턱에서 몇 번 좌절하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더 기다려야 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고 했어요. 그 말이 아직도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김민주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평소엔 표현하지 못했는데 후회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도 많고 지금도 도와주시는 분이 많은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어요. 이 기회를 빌려 그분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Kim Min Ju 김민주

나이 15세 신장 167cm
학교 충남 삼봉초 – 석문중 3학년 재학 중
특기 아이언 샷(6~8번 아이언)
성적 KLPGA-삼천리꿈나무대회 중등부 우승(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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