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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만든 사나이, 이정환 [People :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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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oping For More Magic 
기회를 만든 사나이, 이정환

이정환은 요즘 거침없는 행보를 걷고 있다. 생에 첫 우승을 거두며 7년이란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정상의 문턱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그가 세 번의 입대 신청에 탈락해 우승을 얻은 에피소드, PGA투어 차이나에서의 활약, 동생을 신입 캐디로 영입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글_인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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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트를 넣을 때는 울컥하더라고요.
어머니는 제가 안 보이는 곳에서 눈물을 훔치셨다고 해요.”

 

| 리턴매치, 신의 장난
이정환은 지난 6월 카이도골든V1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오랜 무명의 설움을 떨쳐냈다. 투어 데뷔 7년 만에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첫 승과 함께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중고 신인’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중고 신인이오? 어떤 별명도 다 좋아요. 그만큼 제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첫 우승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주 연속 김승혁과 연장전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선수 두 명이 2주 연속 연장전을 펼친 것은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첫 번째 연장전은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치렀다. 14번홀까지 2홀 차이로 격차를 벌렸던 김승혁은 이정환에게 15번홀과 16번홀을 내주며 18번홀까지 올스퀘어로 가져갔다.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 김승혁이 버디를 먼저 낚고 이정환이 9m의 버디 퍼트를 놓치며 승부가 갈렸다. 이정환의 말이다.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보다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정환에게 매치플레이에 강한 이유를 묻자 “주니어 때 정암배주니어매치플레이와 중고연맹회장배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홀마다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정환은 그다음 주에 열린 카이도골든V1오픈에서 김승혁과 리턴매치를 펼쳤다. 마치 운명의 장난과도 같았다. “지난주 상황이 오버랩되는 느낌이었어요. 이번 대회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왠지 회복하기 힘들 거란 생각을 했죠.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으니까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또 그날이 할머니 생신이었는데 힘들 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기운을 냈어요.”
이정환은 후반에 급격하게 떨어진 체력으로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17번홀(파3) 티 샷이 해저드에 빠져 더블 보기를 기록했으며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김승혁의 파 퍼트가 홀을 돌고 나왔고, 이정환은 8m 버디 기회를 놓쳤지만 파로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마지막 퍼트를 넣을 때는 울컥하더라고요. 어머니는 제가 안 보이는 곳에서 눈물을 훔치셨다고 해요.”
이정환은 2주 만에 두 대회에서 1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그동안 골프를 하면서 지출은 큰 반면 수입이 적었거든요. 통장에 상금이 입금된 걸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이정환은 올 상반기 동생 정훈 씨와 뜻깊은 추억을 쌓았다. “정훈이가 올 초에 제대했고 9월에 대학교 복학을 앞두고 있어요. 그 사이에 남는 시간은 제 캐디로 활동하기로 했고요.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동생이 골프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경기 중 초보 캐디인 동생과의 에피소드에 대해 묻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경기 중 세컨드 샷을 한 뒤 정훈이에게 공 위치를 물었어요. 그런데 정훈이가 태연하게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웃음이 났습니다. 우승 당일에도 동생의 엉뚱한 행동에 눈물이 쏙 들어갔습니다. 홀을 마무리하고 승혁이 형의 마지막 퍼트를 기다리는데 다짜고짜 우승 포옹을 하자고 해서 당황스러웠고 그 상황이 너무 웃겼죠.”
동생에 대한 인센티브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 정훈이가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작은 가방을 하나 선물해줬습니다. 그리고 복학할 때 학교 등록금을 내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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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 전성기를 누렸더라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성공에도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 입대 실패로 얻은 결실
188cm의 이정환은 남자 투어에서 키가 가장 크다. 긴 팔다리로 장타력은 기본으로 갖췄고 평균 타수 70타(3위)로 안정된 기량을 자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린 적중률 3위(81.94%), 파 세이브율과 리커버리율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쇼트 게임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리커버리율이 66.35%로 파를 지키는 위기관리 능력은 따라올 자가 없다.
그의 무기는 아이언 샷. 특기이자 가장 좋아하는 샷이다. 평소 드라이버나 3번 우드는 거의 연습하지 않는다. “우드 샷은 보통 열 개 정도만 연습해요. 많이 칠 때가 스무 개 정도고요. 그 이외의 시간은 아이언 샷을 연습해요.”
경기가 없을 때 그의 생활은 다른 골퍼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경기가 없을 때 10시쯤 연습장에 가서 3시까지 샷을 가다듬고 퍼트 연습을 해요. 그리고 5시에 귀가해 저녁 식사를 합니다.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체력 단련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에요”
이정환은 사실 올해 입대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입대 신청을 했지만 탈락했다. 그 뒤로 두 번의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년 실업 때문인지 경쟁률이 높더라고요. 아마 군에 갔으면 우승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겠어요.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죠.”
그는 입대 실패로 2월이 돼서야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군에 갈 생각으로 1월까지 넋을 놓고 있었어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곧장 아버지가 주니어 골프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태국으로 갔어요.”
그는 자신의 샷을 일정하게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특히 다운스윙 때 짧아지는 스윙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긴장하면 스윙이 급격하게 내려오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런 경우 스윙의 공간이 작아져 방향 컨트롤이 어려워지거든요.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면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문제를 수정한 후 올 시즌 그는 더욱 안정적인 샷을 하게 됐다. 아홉 개 대회에 참가해 모두 컷 통과했고 톱10에 다섯 차례나 이름을 올리며 물오른 샷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 내 생에 봄날은 온다
이정환의 성공적인 질주는 ‘가족’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GT 세미프로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국가 상비군으로 활동하며 국가 대표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제주도 합숙 훈련 때 축구를 하다가 무릎 부상을 당하며 주요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때 국가 대표 선발 기준인 포인트를 쌓지 못해 꿈을 접어야 했다.
“가벼운 무릎 부상인 줄 알았어요. 엑스레이 촬영에서는 이상이 없었는 데 경기 도중 갑자기 무릎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MRI 촬영에서 연골이 찢어져 걸레짝이 돼 있는 거예요. 초반에 발견했다면 꿰맬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늦은 거죠. 세 개 대회에 연속으로 참가하지 못했고 결국 국가 대표 선발 기준을 채우지 못했어요.”
부상 이후 상비군에서도 떨어지자 프로 데뷔를 결심했다. 정규 투어 카드를 손에 쥐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프로 전향 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며 주목받지 못했다. 우승을 거두기 전까지 2012년 제28회 신한동해오픈 공동 8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동안 이정환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기들을 멀찌감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노승열, 송영한, 김우현은 동기예요. 제 또래의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부럽더라고요. ‘나도 언제 저렇게 잘될까?’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일찍 전성기를 누렸더라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성공에도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이정환은 지난 3년간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2014년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정규 투어 시드를 잃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 달간 클럽을 놓고 살 정도였으니 말이다. 생각을 비우며 대책을 마련했다. 아시안투어 시드까지 떨어지며 일어서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2월 말 치른 PGA투어 차이나 퀄리파잉스쿨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무대에 발을 디뎠다. PGA투어 차이나에서 2년간 활동한 그는 지난해 상금 랭킹 45위, 2015년 32위로 꾸준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적어냈다. 중국 시리즈에서는 2015년 캐딜락챔피언십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PGA투어 차이나에서는 선두권에도 자주 진입했고 성적이 좋은 편이었어요. 지난해 국내 투어도 병행했는데 이상하게 국내에서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죠. 입스가 왔거나 스윙에 이상이 있으면 고칠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니 답답했습니다.”
그는 연이어 말했다. “그때 제 스윙을 가장 많이 연구했어요. 점점 제 스윙이 보이기 시작했고 스스로 컨트롤할 능력이 생겼죠. 게다가 새로운 메인 스폰서를 만나면서 클럽도 교체했고 모든 게 궁합이 잘 맞았어요. 여러 가지 변화가 올 시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광주 출신인 이정환은 이야기 도중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억양을 구사했다. “짧게 대화를 하면 광주 사람인지 잘 눈치채지 못하는데 길게 대화를 하면 들통이 납니다.”
광주 사투리로 현재 자신의 활약에 대해 표현해달라고 하자 그가 이렇게 받아쳤다. “아따, 핫해분다이~~!”

 

Lee Jung-Hwan 이정환
나이 26세 신장 188cm 소속 PXG
우승 카이도 골든V1오픈(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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