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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인생의 슬라이스는 없다! [People : 1709]

이병규, 인생의 슬라이스는 없다! 

야구 선수라는 타이틀로 외야를 종횡무진으로 달리던 ‘적토마’ 이병규가 요즘 골프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은퇴 이후 잔디를 밟아보고 싶어 골프장을 찾는다는 그의 말이 다소 짠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아쉽거나 서운한 감정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행복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에게서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글_고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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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더그아웃 제공 / 장소 협찬_티클라우드컨트리클럽

야구 선수 출신 ‘적토마’ 이병규(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의 입담은 이미 올해 본지 2월호 ‘두 적토마의 취중 토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축구계의 ‘적토마’ 고정운과 만나 골프와 술 그리고 가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 적이 있다. 그로부터 5개월여가 흐른 지난 7월, 이병규는 야구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퇴식을 했다. 그의 등 번호 9번은 영구결번이 됐다. LG트윈스에서는 김용수(41번)에 이어 두 번째다. 이병규가 은퇴식에서 “지금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예요. 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아내던 모습은 그 자리에 모인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마음마저 찡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는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닌 야구를 지켜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취미인 골프와 함께 남은 인생을 그려가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 : 야구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의 하루는 어떤가? 이병규 :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선수 시절과 비슷한 패턴이다. 다만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경기장을 찾는다. 선발 명단을 보고 선수들을 분석하며 중계 준비를 한다. 선수들이 몸을 풀 때 둘러보며 컨디션을 파악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 선수의 몸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경기에 들어가면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해설 도중 경기장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가끔 ‘저런 상황에 대타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해설위원이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말을 하는 것도 잊은 채 모니터로 들어오는 그림만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아,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본분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 후에는 그런 상상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선수들의 움직임에만 최대한 집중했다.

해설위원 이병규를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나는 현장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시청자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또 이미 짜인 각본이 아닌 눈에 보이는 상황을 경험과 버무려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입장과 시청자의 입장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낯설고 생소한 경험은 불편하다. 시청자는 익숙하지 않음에 무척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다. 편파 해설(올해 6월, 기아와 롯데 중계에서 벤치클리어링까지 간 데 대해 특정 선수의 행동을 언급한 것이 기아 팬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런 부분은 분명 내 잘못이다. 편하게 전달하고자 한 원래 의도와 달라졌다는 건 확실히 미숙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나는 또 해설할 때 최대한 우리말을 많이 쓰려고 노력한다. 야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이다. 지금까지의 해설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자면 7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골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야구의 영구결번 제도다. 등 번호 9번이 영구결번이 됐는데 소감은? 영광이다. 그렇게 결정을 내려준 LG 구단에 고마움을 느낀다. 9번은 김상훈, 한대화 선배가 달았던 번호다. 영구결번으로 내 등 번호가 영원히 팬들에게 기억된다는 건 더없는 행복이다. 앞으로 그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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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건 당연히 지난해 10월8일 내 마지막 타석이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 팬들도 그것이 야구 선수 이병규를 응원하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걸 직감했던 것 같다. 더 큰 소리로 이름을 연호했고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때 나는 ‘저들의 응원을 더 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제 골프 이야기를 해보자. 공을 때리는 게 질릴 법도 한데 왜 골프인가? 골프를 시작한 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야구를 제외하곤 해본 게 별로 없다.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어도 치는 것 외에는 소질이 없나 보다. 일단 볼을 때리면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고질적인 슬라이스가 발목을 잡지만 말이다. 골프는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다.

요즘에는 누구와 자주 플레이하는가?
주로 생활 패턴이 비슷한 야구 해설위원들과 골프장을 찾는다. 서재응, 김선우, 조성환 위원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즐겁다. 이제 겨우 100타의 굴레를 벗어났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많은 걸 배운다. 이종범 선배와도 플레이를 한 번 해봤다. 그는 요즘 야구 천재가 아닌 골프 천재로 필드를 누빈다. 선배나 동료들과 라운드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기쁨이다.

골프 실력은 많이 늘었나? 슬라이스가 고질적인 문제다. 그리고 탄도가 높은 편이다. 아이언이나 웨지 샷은 어떻게든 하는데 드라이버 샷은 거리 욕심을 내면서 무너진다. 누군가 옆에 와서 슬쩍 “300m는 날리죠?”라고 물어오는 순간 내 샷은 망가진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라운드가 아직 불편하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때문이다. 230m만 보내도 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골프를 얼마나 자주 하는가? 은퇴 이후에 잔디를 밟을 일이 없으니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잔디를 밟고 싶은 마음에 골프장을 찾는다. 사흘간 중계를 하고 이틀은 방송 준비를 하고 나머지 이틀은 나만의 시간이다. 그중 하루는 골프 연습장을 찾고 또 하루는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경기도 가평에 프리스틴밸리골프클럽을 자주 찾는다. 김선우 위원과는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에서 플레이한다.

마지막으로 ‘적토마’ 이병규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나는 선수 시절 ‘후회하지 말자’, ‘창피함을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뛰었고 최선을 다했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골프의 슬라이스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향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았다. 앞으로는 후배 선수들을 응원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통해 계속해서 행복을 찾을 것이다.

 

Lee Byung Kyu 이병규
나이 43세
경력 LG트윈스(1997~2006), 주니치드래건스(2007~2009), LG트윈스(2010~2016)
현재 스카이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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