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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하면 아니 되오! [Digest: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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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최수연

깜박하면 아니 되오!

라운드가 잡혀 있던 날, 골프장에 도착하여 보스턴백에 챙겨온 옷가지를 꺼내던 그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흐른다. ‘아니, 내가 왜 모자를 챙겨 오는 걸 깜빡했을까?’

보스턴백과 캐디백에 반드시 챙겨 가야 할 아이템을 깜박하여 벌어진

에피소드 혹은 깜박깜박 건망증으로 인해 벌어진 별별 이야기. 글_전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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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 거제도의 드비치골프장에서 열린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프로암 골프대회에 나갔을 때의 일이에요. 옷을 갖춰 입고 모자를 쓰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모자가 없는 거예요. 제가 모자만 쏙 빼놓고 짐을 챙겨 간 거죠. 부랴부랴 골프장에 와 있는 같은 소속사의 선수가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느덧 출발 시간이 되어 몇 홀 정도 모자를 쓰지 않고 플레이했죠. 다행히 같은 소속사의 김지희 선수가 모자를 가져다 줘서 나머지 홀에서 모자를 쓰고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골프장에 캐디백을 두고 출발한 적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달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_정재은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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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라운드 후 갈아 신지 않고 그대로 집에 가도 무방해서 스파이크리스 골프화를 즐겨 신어요. 그날 제 발이 하얗게 퉁퉁 불어 터진 건 다름 아닌, 이 스파이크리스 골프화 때문이었죠. 어느 날, 라운드에 나갔는데 골프화를 꺼내려고 골프화 주머니를 열었더니 골프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가 들어 있더라고요. 모처럼 1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 한 화이트 스커트에 선바이저까지 곱게 맞춰 썼는데 말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렸어요. 하이힐이 아니라서 그나마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운동화를 신고 플레이에 나섰어요. 

그 운동화가 통기성이 좋은 러닝화만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테죠. _배경은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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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때의 일이에요. 대회장에 갈 때 어머니가 운전하시고 저는 주로 잠을 청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골프장에 도착해서야 저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합니다. 그런데 그제야 콘택트렌즈를 챙겨 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안경을 끼긴 하지만 안경은 제 도수에 딱 맞지 않아서 시야가 흐릿했어요. 어떻게 하겠어요. 일단 그런 상태로 경기를 치렀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 콘택트렌즈를 챙겨 오셨어요. 5홀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에게 렌즈를 받아 착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안경을 끼고 플레이를 했던 5홀까지 얼마나 타수를 까먹었는지. 나머지 홀에서 도저히 만회할 수가 없어서 예선 탈락했어요. _김학형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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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시절 이야기예요. 경기 전날이었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집에 들러 짐을 정리해서 대회장으로 출발하려고 했죠. 근처까지 가서 아버지와 밥을 먹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려는데, 캐디백이 없는 거예요. 때마침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상희야, 너 캐디백 안 가져갔지? 경비실에서 너의 백이 현관에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결국 아버지가 집에 다녀오셨어요. _이상희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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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웨어 매너가 있잖아요.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는. 그런데 벨트를 챙겨 가지 않은 거예요. 벨트를 안 하고 바지를 입자니, 헐렁해서 흘러내려갈 것 같고. 하는 수 없이 허리를 한 단 접고 이를 감추기 위해 티셔츠를 밖으로 빼내 입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죠. 가관이더라고요. 허리를 접었더니 바지 기장이 발목 위까지 올라가 있더라고요. 한순간에 ‘요상한 골퍼’가 되었어요. 그나마 대회가 아닌 친선 라운드라 다행이었죠. _박준원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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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때문에 뜻하지 않은 목돈을 지출한 적이 있어요. 한번은 스턴백을 아예 안 가져가서 골프장 프로 숍에서 옷부터 골프화, 심지어 모자까지 전부 구입해야 했어요. 

또 한 번은 빈 보스턴백을 가져가서 같이 간 후배의 옷을 위부터 아래까지 싹 빌려 입었죠. 후배가 아니었더라면 또 헛돈을 쓸 뻔했어요. 그래서 요즘 제 신조 중 하나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예요. _신나송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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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부킹 시간에 맞춰 골프장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그리고 평소처럼 예약자의 시간 내 무사 도착을 알릴 겸, 예약자명을 확인하고 라커 번호를 배정받기 위해 프런트로 향했죠. 그런데 프런트 직원이 저희 이름을 재차 묻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는 말. “예약자명 ○○○님 맞으세요? 그 이름으로 예약 확인이 안 되는데요.” 그러기를 10여 분. 결론은 이거였어요. 리가 예약해둔 날짜가 그다음 날이었던 거예요. 우리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터벅터벅 클럽하우스를 걸어 나왔어요. 그리고 그날 우리는 스크린 골프방에서 대리 만족과 위안을 느꼈죠. _김태훈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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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어느 대회 프로암에 나갔을 때 벌어진 일이에요. 저와 한 조를 이룬 동반자들에게 밝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어요. “안녕하세요? 프로 골퍼 송영한입니다.” 그런데 동반자 중에 스폰서 부사장님이 포함돼 있었던 거예요. 미처 몰라뵈어 순간 당황해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했어요. 지금껏 가장 아찔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땐 이런 일도 있었어요. 경기에 나갔는데 퍼터가 없는 거예요. 구경 나온 누나의 퍼터를 빌려서 무사히 대회를 마무리했어요. 지금은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죠! _송영한 프로

 

a

제 부주의(?), 건망증(?) 때문에 골프장까지 갔다가 라운드조차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온 적이 많아요. 이유는 하나! 캐디백을 안 가져간 것. 골프장에 도착해서 직원이 백을 내릴 수 있도록 트렁크를 열었는데 그가 조심스레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거예요. “트렁크에 캐디백이 없는데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으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어요. 선수들 중에 저와 같은 해프닝을 벌인 이들이 많을 거예요.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매일같이 연습장에 가니까 항상 트렁크에 캐디백이 실려 있으니까요. 뭐, 그날 저도 그런 줄 알았죠. 하지만 그 후 같은 상황을 몇 번 더 겪으니 허탈감이 밀려오더라고요.  _김하늘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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