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GD-MAGAZINE / Feature /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이 말한 나인브릿지 [Feature : 1710]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이 말한 나인브릿지 [Feature : 1710]

1

18번홀 아일랜드 그린과 리베티드 벙커.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이 말한 나인브릿지

나인브릿지에서 PGA투어가 처음 개최된다. 설계자 데이비드 데일에게 나인브릿지의 본질, PGA투어로 인한 변화 그리고 선수들이 맞서게 될 도전에 대해 들었다.
글_한원석 / 사진_이승훈

2

대회를 위해 새로 만든 10번홀 티잉 그라운드.

이미 한국에서 찬사를 받으며 최고의 코스로 인정받은 제주 나인브릿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PGA투어 정규 대회의 첫 코스로 정해졌고 앞으로도 최소 5년간 이곳에서 대회가 열린다. 나인브릿지를 선정한 이유가 있다.
 
이미 이런 큰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CJ가 주최하는 PGA투어인 만큼 월드 스테이지 골프 클럽을 자부하는 곳을 전 세계에 널리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나인브릿지는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스코티시 하일랜드 코스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놀랍게도 영국의 코스에서나 어울리고 볼 법한 벙커가 이 코스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 있다는 점이다. 어색하지도 않으며 최고의 골프를 경험했다고 극찬할 수 있다.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 그리고 그린에 식재된 벤트그라스와 러프의 켄터키블루가 절묘하게 잘 조화됐다. 자연을 잘 유지하고 살리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한다. 갤러리로 실제 대회장에 가면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TV 중계를 시청하는 것 만으로도 한국에서 열린 대회가 아니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결국 본질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코스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에게는 더없는 도전이 될 코스다. 전략적으로 페어웨이 자체가 해저드인 코스다. 다시 말해 해저드나 벙커를 피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볼을 정확한 위치에 갖다놓는 게 더 중요한 코스다. 페어웨이에 슬로프가 심하다.
 
행여나 왼쪽으로 흐르는 슬로프에 드로 구질 드라이버 샷을 하면 굴러서 페이웨이를 벗어날 수 있다. 15개의 벙커 벽면을 새로 만들었다. 리베티드 벙커로 벽면을 층층이 쌓아 만들었다. 겉보기엔 턱이 매우 위협적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벌타를 안겨주진 않는다. 그래서 공정한 도전이 될 것이다. 물론 제주도의 강한 바람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3

8번홀 리베티드 벙커 작업 모습.

나인브릿지 철학
어떤 코스든 간에 오너와 매니지먼트 그리고 설계자 간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인브릿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이비드 데일(David Dale)은 CJ 이재현 회장과 1 대 1로 대면할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대화를 통해 더 명확한 콘셉트와 그의 빅 피처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복잡하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겼지만 모든 콘셉트를 바탕으로 독특하게 조화를 이룬 18홀 코스를 설계해내야 한다는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게 됐다고.
 
우선 빅 피처다. 제주 나인브릿지를 월드 클래스 골프 클럽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데이비드 데일은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이재현 회장은 제주 나인브릿지를 월드 스테이지 골프 클럽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코스로 만들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차례 회의를 했다. 데일은 단적인 예를 하나 들었다. 이재현 회장은 꼭 시그너처 홀이 있었으면 했다. 데일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든 홀이 각자의 방식대로 시그너처 홀로 보이도록 하는 접근법은 어떤가” 하고 되물었다. 시그너처 홀을 회원들이 결정하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들은 선호하는 홀에 대한 판단을 회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모든 홀이 각자의 방식대로 특색 있는 코스로 탄생한 배경이다.
 
데일은 “이 코스를 처음 회원들에게 선보였을 때 모든 게 우리가 원한 것처럼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골퍼가 플레이를 해봐야 정확히 어떤 코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골퍼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코스를 개선해나갔다. 조금씩 조금씩 코스 상태가 향상됐다. 그리고 인터내셔널 그룹의 골퍼들에게 처음 코스를 개장했을 때 극찬을 받았다. 데일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성공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나인브릿지는 기본적으로 매우 프라이빗하며 자연환경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최고의 골프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어야 했다. 매우 자연 지향적이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선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작할 때부터 나인브릿지의 철학이었고 지금까지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데이비드 데일은 “선수들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이 처음 부지를 걸었을 때 느낀 그대로다. 지형을 따라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연적인 장점이 많았다. 잘 어울릴 만한 특징을 갖추고 있었다. 전반 9홀엔 실개천이 흘렀고 후반 9홀엔 실개천이 홀의 경계가 되는 해저드로 이어졌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적재적소에 윈드브레이크가 있었다. 농사를 지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버려진 땅도 있었다.

5

15번홀 세컨드 샷 지점에서 바라본 그린.

가축이 어슬렁거리던 풍경이 떠올랐다. 꿩 소리도 들려왔고 사슴이 뛰어다니던 자리도 목격했다. 이미 잘 자란 나무와 식물이 식재돼 있었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흥미로운 부지였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인브릿지가 지향하는 자연주의 코스를 설계할 수 있었다. 이곳이 왜 프라이빗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자연 속에 고립되어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떨어져 있다는 느낌으로.
 
나인브릿지엔 코스에 대한 콘셉트가 있다. 바로 미스터리한 코스다. 플레이를 하고, 배우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잘 알아가는 코스다. 그리고 랜딩 에어리어가 정확하게 보인다. 이런 면에서 영국제도의 코스와 같다. 데일은 “나인브릿지를 스코티시 하일랜드 코스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걸 보여주고 이해시키기 위해 글렌이글스를 보여줬다. 직접 가서 플레이하고 코스를 돌아봤다”는 것. 데일은 글렌이글스를 경험하면서 소름 돋았던 것이 있다. 꿩 소리가 들렸고 사슴도 돌아다녔다. 처음에 나인브릿지에서 경험한 게 그대로 있었다. 너무나도 같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었다. 결국 전달하려는 느낌은 나인브릿지에 오면 옛 영국의 코스 설계 콘셉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데일은 “고객을 이해시키는 데 글렌이글스가 좋은 예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게 현재의 나인브릿지다.

PGA 대회가 가져온 변화
나인브릿지 설계자 데이비드 데일은 “나인브릿지는 이미 대회를 열 수 있는 코스다”라고 말했다. 나인브릿지는 파 72, 7309야드의 코스다. 전장이 길게는 7800야드까지 늘어나는 요즘 PGA투어 세팅에선 짧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잘 생각해둬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코스는 1994~1995년에 설계됐다.
 
설계할 당시만 해도 코스가 그리 짧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비가 발전하고 골프볼이 좋아졌다. 선수들의 기량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결국 전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인 건 그럴 만한 여유 부지가 있었다. 다른 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티 박스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 또 PGA투어의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여 장타자들에게도 충분히 도전적인 코스가 될 수 있도록 세팅을 바꿨다. 하지만 긴 전장만이 답은 아니다. PGA 평균을 위한 변별력이 분명 필요했다. 코스를 무작정 어렵게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모든 선수에게 공정한 테스트의 기회가 되는 코스 세팅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변화를 줬다.
코스가 PGA투어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코스는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계속 진화한다. 가령 벙커를 한쪽으로 이동하거나 크게 만든다든지. 아니면 그린의 리딩 에지를 딱 알맞게 낮춰 볼이 크게 튀지 않게 한다든지. 그러면 핀 위치도 그린 에지 쪽으로 더 둘 수 있어 전체적으로 코스를 더 어렵게, 도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일반 골퍼가 알아채진 못하겠지만 로 핸디캐퍼나 스크래치 골퍼는 느낄 것이다. 그런 위치에 핀을 꽂으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게 된다.
 
4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

매년 조금씩 알게 모르게 코스에 변화를 준다. 티 박스를 살짝 높이거나 때론 벙커를 페어웨이 쪽으로 끌고 들어온다. 그린의 리딩 에지를 살짝 죽였다. 나무를 베어 시야를 확보할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로 인해 바꿔줘야 할 요소도 있다. 잔디가 자라서 배수 시설을 교체해야 한다든지 토양을 바꾼다든지 세밀하게 조정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 코스는 변화 없이 멈춰 있으면 안된다.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가꿔가야 좋은 명성과 평판을 이어나갈 수 있다. 최고라는 평가에 그저 만족하고 있을 순 없다.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유지 관리 그리고 지면과 잔디도 빠르고 단단하게 컨디션을 맞춰야 한다. 그게 결국 좋은 잔디, 건강한 잔디다. 그래야 골퍼들도 좋아한다. 또 볼이 잘 구른다. 결국 더 좋은 포지션에 볼이 멈추고 더 좋은 전략으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단단하고 빠른 지면이 모든 수준의 골퍼에게 더 좋다. 단단한 곳에서 볼을 깨끗하게 치는 게 일반 골퍼에게 어려울 순 있다.
 
PGA투어가 가져온 변화는 곧 세팅이다. 좋은 코스를 선보이기 위해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동시에 유지 관리 측면에서 기회를 엿봤다. 질 좋은 골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코스 관리 방법도 배웠다. 특히 앞서 말한 대로 페어웨이를 더 단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습득했다. 수직 깎기(Verticut), 에어레이션 그리고 오버시딩을 통해 지면을 다졌다. 이미 어느 정도 조화가 잘 이뤄진 코스다. 코스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대회의 재미
제주다. 결국 바람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선수들이 코스를 공략하는 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스코틀랜드에서도 바람이 불기 때문에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어웨이 공략을 잘해야 한다. 바람에 맞서 낮은 컨트롤 샷을 구사하면 런이 많이 생긴다. 페어웨이 언듈레이션으로 인해 볼이 슬로프를 타고 원치 않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게 바로 코스의 매력이다. 볼의 움직임과 거기에 대응해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샷이 CJ컵@나인브릿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포트 벙커에서 탈출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공격적인 플레이에서는 핀 위치에 따라 모든 벙커가 위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매우 전략적이다. 만만치 않은 핀 위치도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그린을 놓쳤을 때 그린 주변에서 치는 어프로치 샷도 흥미를 끌 부분이다.
 
코스 환경도 눈을 호강시킬 부분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설계자로서 이 코스에서 가장 크게 느낀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 까닭이다.

About GD MAN

Check Also

hj111

인생도 야구도 그리고 골프도 이호준처럼 [People : 1711]

[골프다이제스트] NC다이노스의 이호준이 은퇴식을 가졌다. 하지만 NC다이노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팬들은 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볼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