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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내 마음속에 저장 [Travel :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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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의 나라라고 불리는 대만을 방문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태국이나 싱가포르, 홍콩과 더불어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나라로 대만을 꼽을 정도로 인기 관광지가 됐다. 그런 현상에는 우리나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앞다퉈 소개한 것도 있겠지만 일단 중국보다 접근하기 쉽다(거리상이 아닌 문화, 음식 등에서)는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류의 불을 지핀 나라이기도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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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기념당 좌우로 국립희극원과 국립음악청이 있다.

에디터에게 대만은 사계절 따뜻한 나라이자 중국어를 쓰는 나라 그리고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Sorry, Sorry)’가 120주 이상 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 정도였다. 사실 역사 시간에는 졸기 일쑤였기에 장개석과 장제스가 동일인임을 한참 후 에나 알게 됐을 정도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재미있게 봤지만, 그 배경으로 쓰인 건물의 모티브를 대만 지우펀 거리의 한 찻집에서 얻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

이번 팸트립을 동행한 여행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주워 듣고 가이드의 설명을 귀담아들으며 대만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 있었다. 대만을 다녀왔다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야 한다는 곳을 위주로 방문했다. 그리고 그 매력에 푹 빠진 채 다시 찾을 날만 고대하고 있다. 일단 대만 길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허름한 외관의 건물이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그건 국민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대만인은 검소하고 겉치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40~50년이 훌쩍 지난 것처럼 보이는 건물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는 바꾸겠지만 겉은 페인트를 단 한 번도 덧바르지 않은 듯 허름하다. 가끔 ‘진짜 저기에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아파트나 빌딩이 많다.

대만은 공식적인 국호가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다. 남한의 3분의 1 정도 면적이며 인구는 약 2300만 명이다. 수도인 타이베이(Taipei)에 약 265만 명, 2010년 직할시로 승격된 신베이에 약 390만 명이 살고 있다. 신베이(新北市)는 다른 말로 뉴타이베이(New Taipei City)라고 불리는데 우리나라의 성남이나 고양과 같은 도시라고 보면 된다. 한창 집값이 오르다가 요즘 들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말이다. 대만은 한때 일본의 식민지 아래 놓여 있었지만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리 격한 편은 아니다. 일본식 가게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대만 문화가 최근 들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어디를 가든 케이팝(K-Pop)을 들을 수 있고 우리나라 연예인이 광고하는 상품도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한국말로 유창하게 물건을 팔거나 말을 걸어오는 이도 있다. 한국인을 바라보는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보면 왠지 모를 뜨거움이 내면에서 올라옴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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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는 여성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2. 중정기념당의 장제스 동상 뒤에는 ‘윤리’, ‘민주’,‘과학’이라는 그의 정치 철학이 쓰여 있다.
3. 지우펀에서 반드시 맛봐야 하는 건 곱창 국수다.
4.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에서는 신진 디자이너의 다양한 작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

장제스를 만나다

대만은 1949년 중국 공산당과 내전을 치른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가 밀려나면서 만든 정부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제스를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은 대만의 초대 총통 장제스를 기리기 위해 1980년에 만들었다. ‘중정’은 본래 장제스의 본명이다. 중정기념당은 70m 높이의 건축물이다. 이를 오르기 위해서는 여든 아홉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물론 엘리베이터도 있다) 그것은 장제스가 서거한 나이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어보면 여든네 개라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다섯 개는 조금 떨어진 곳에 또 있으니 놀라지 마시길. 1시간에 한 번씩 근위병 교대식이 약 10분에 걸쳐 진행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장제스 동상 앞에 양쪽으로 선 채 지키고 있는 근위병들의 절도 있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근위병 교대식은 육군, 해군, 공군이 각기 다른 날짜에 진행한다. 군복 색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장제스 동상 바로 뒤에 커다랗게 새겨진 ‘윤리’, ‘민주’, ‘과학’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그가 강조한 대만 통치를 위한 정치
철학이다. 이를 찬찬히 살펴보던 스무 살쯤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관광객끼리 주고받는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저기 뭐라고 써진 거야?” “학과, 주민, 이윤.” 오른쪽부터 읽지 않고 왼쪽부터 읽어도 말이 되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고 일단 그들의 대화가 귀여웠다. 그래도 한문을 읽을 수는 있지 않은가.

전시실에는 그가 살아생전 활동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유품을 여럿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도 있다. 중정기념당 좌우로는 국립희극원과 국립음악청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트라이앵글 모양으로 위치해 있는데 그 사이에는 널따란 공원이 있다. 다양한 꽃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원과 중정기념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건 덤이다.

치히로의 숨결을 느끼다

아마도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누구나 ‘지우펀’이라고 말할 것이다. 신베이에 위치한 지우펀은 과거 금이 많이 나오던 곳으로 항상 사람들이 북적였다고 한다. 하지만 폐광이 되면서 더는 금을 캘 수 없게 되자 여느 지방 도시와 다름없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던 그곳이 대만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영화와 드라마(한국 드라마 <온에어>도 여기서 촬영했다)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고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장소 역시 지우펀에 있다. 지우펀은 우리나라의 북촌 한옥마을을 연상케 한다. 좁은 골목길과 비탈길에는 옛날 건물이 즐비하다. 저녁에 홍등이 여기저기 켜지면 또 한번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된다. 물론 수많은 인파에 이리저리 치일 때는 짜증이 좀 나지만 말이다.
지우펀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지산제(基山街)’ 골목길에 들어서면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이 좌우로 늘어서 있다. 시장과 비슷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서는 땅콩 아이스크림이 특히 유명하다. 기회가 된다면 하나 정도 맛보는 것도 좋다. 단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만큼 달짜근하다. 두 사람이 한꺼번에 오르내리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폭의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일본어가 쓰인 커다란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어로 ‘아메오차’라고 쓰여 있는데 다름 아닌 찻집이다. 바로 이곳이 그 유명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에 모티브가 된 ‘아메이차러우’다. 건너편에서 바라보거나 특히 저녁에 이곳을 찾는다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우펀 상점마다 애니메이션 속 가오나시(얼굴 없는 신) 캐릭터 상품을 파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대부분 한국과 일본)이 늘면서 점심때 1인당 400대만 달러(한화 약 1만5000원)의 중국식 코스 메뉴를 내놓고 있다. 기본 반찬이 여섯 가지 정도 나오는 아주 훌륭한 메뉴다. 만족도는 충분히 높을 것이다. 오후에는 식사가 아닌 디저트와 차를 파는 곳으로 바뀌는데 1인당 300대만 달러(한화 약 1만1000원)에 즐길 수 있다. 한국어 구사가 아주 유창한 훈남(?) 직원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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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산문창원구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담배 공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2. 중정기념당 전경.
3.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 전경.
4. 예류지질공원의 버섯 바위.
5. 지우펀의 좁은 골목길과 비탈길에는 옛날 건물이 많다.
6.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에서는 독특한 아이템을 살 수 있다.
7.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에게도 최고의 장소다.
8.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는 어느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도 예술 작품이 된다.

여왕 두와 오리 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신베이의 예류(野柳)지질공원을 찾으면 된다. 대만 북쪽의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수천 년을 거친 침식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독특한 모양의 바위를 만나볼 수 있다. 이름은 붙이기 나름이라지만 여기에서는 버섯 바위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바위, 촛대 바위, 선녀 바위 등을 볼 수 있다. 또 가장 대표 바위인 여왕 머리 바위도 있다. 일행을 입구까지 안내한 가이드는 여왕 머리 바위의 목 부위가 가늘어져 이제 몇 년 후에는 부러질지도 모르니 반드시 사진을 찍어두라며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사진 찍는줄이 너무 길어 눈에만 담기로 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에 안내문과 표지판이 잘되어 있다. 여왕 머리 바위를 ‘여왕 두’라고 표기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저녁에는 타이베이 시내에 위치한 스린 야시장(士林夜市)을 꼭 가보길 바란다. 야시장의 역사는 100년(1909년부터)이 훌쩍 넘었다. 주말 평균 5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일단 가서 오줌이라도 누고 올 필요가 있다.

이곳에서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먹거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곱창 국수다. 앉아서 먹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테이블 비슷한 것도 없다. 큰 그릇에 담긴 것은 65대만 달러(한화 약 2500원)이고 작은 그릇은 50대만 달러(한화 약 1900원)다. 맛이 어떠냐고? 함께 간 여자 기자 한 명은 배부르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그 자리에서 두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아니 더 들어갈 공간이 있다면 오리 혀 요리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먹거리가 아니더라도 눈요기만 하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액세서리와 의류가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니 걱정은 하지 마시길.

자네, 예술을 아는가!

요즘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곳이 있다.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와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華山 1914 文化創意産業園區)는 과거 담배와 술 제조 공장이었다가 요즘에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송산문창원구는 타이베이 시내 한복판에 있다. 101타워와 5분 거리다. 송산문창원구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담배 공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느낌은 시골 학교나 옛날 스타일의 대학교 강의실을 연상케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2011년 정식으로 오픈한 이곳은 서점을 비롯해 각종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나 박물관, 공연장 등이 마련되어 있어 큰돈을 들이지않고도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또 이곳에서는 세계 디자인 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송산문창원구 바로 앞에는 대형 서점을 운영 중인 에스라이트(Eslite) 기업이 만든 에스라이트 호텔과 쇼핑몰이 있다. 쇼핑몰에는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도 들어가 있어 직접 체험을 해보거나 특이한 형태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도 있다.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는 특히 여성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14년에 일본인이 지은 양조장을 지금은 복합 문화 단지로 변형시킨 것이다. 이곳 역시 다양한 크기의 공연장과 전시장, 영화관, 서점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의 스타벅스까지 입점해 있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아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의 대학로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규모는 훨씬 작지만 말이다. 이곳은 어디서 사진을 찍든 인생작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대만 예술가들이 내놓은 인생작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굳이 시내 쇼핑센터에 가서 우리나라에도 파는 물건을 두고 고민하는 것보다 송산문창원구와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에 들러 자신만의 아이템을 구입하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절대 후회는 없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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