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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림 우월한 유전자에 노력을 더하다 [People :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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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 KLPGA 2부투어에서 활동 중인 최예림을 만났다.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가졌지만 한때 마음을 잡지 못하던 그가 변했다. 아주 단단한 껍질을 막 깨고 세상에 나와 외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부모가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라면 그 2세는 분명 운동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을 확률이 높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남들보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 타고난 체력과 체격으로 다른 이들보다 언제나 한발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일까? 운동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표현해도 되는 것일까? 글쎄! 어쩌면 그럴지도.

프로 골퍼 최예림은 농구인 출신 부모(아버지 최한철, 어머니 김희영)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래서였을까. 유년 시절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고 체력이 남달랐다. 지난해부터 그를 지도하고 있는 권오연 코치의 말이다.

“선수로서의 운동 능력은 무척 뛰어납니다. 부모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은 셈이죠. (최)예림이는 운동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있다 보니 무엇이든 잘 받아들입니다. 지도자가 아무리 좋은 걸 주려고 해도 선수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런 간절함을 갖추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원래 그의 꿈은 농구선수였다. 최예림의 말이다.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줄 때 옆에서 따라 하곤 했죠. 재미있었어요. 저는 부모님의 뒤를 이어 농구선수가 될 생각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는 손자와 손녀들에게 모두 한 번씩 골프를 시켜봤어요. 그런데 저만 흥미를 느꼈던 거죠.”

그때(당시 나이 여덟 살 때)부터 최예림은 외할아버지와 늘 함께였다. 그가 갑자기 혈액암 선고를 받고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손주 중에 저를 가장 예뻐했어요. 하지만 그걸 모르고 항상 투정만 부렸습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취미로 생각한 골프였지만 할아버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거죠. 정말 죄송해요.”

권 코치가 처음 최예림을 만났을 때는 정신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때의 심리 상태를 권 코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목표 의식이도 없고 자존감이 무척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원인은 외할아버지 때문이었죠. 예림이는 집에서의 기대와는 달리 골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냥 예림이에게 골프는 놀이와 다름없었죠. 그러다 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깊어진 것입니다. 트러블도 있었고요. 그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예림이는 구심점을 잃었던 것 같아요. 많이 울면서 ‘골프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권 코치는 일단 최예림과 차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골프를 왜 해야 하는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걸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말이다. 대화를 통해 최예림은 다시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최예림의 말이다.

“제가 골프를 할 때 지나간 것을 너무 지나치게 붙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상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욕심이 과해지면 손 떨림 현상이 심해졌어요. 프로 데뷔 이후에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입니다.”

최예림은 지난해 KLPGA회장배에서 2위에 오르며 준회원이 됐다. 올해 KLPGA 점프(3부)투어 5차전 우승에 힘입어 정회원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KLPGA 드림(2부)투어 11차전에서 연장 5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만큼 간절함과 근성이 생겼다.

3년 넘게 그의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는 선우원 알엑스짐(RX Gym) 원장은 칭찬할게 많은 선수라고 했다.

“냉철하게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뚝심이 있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운동을 수행해내는 걸 보면 예림이의 투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피곤하더라도 바로 운동 스케줄을 잡는 스타일이니까요. 서로 신뢰가 쌓이면서 향상되는 속도가 무척 빨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주는 게 코치로서의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최예림은 이제 골프에 대해서는 딱히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의 말이다.

“그냥 잘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이건 집중해야 해’라고 마음을 먹으면 아래에서부터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곤 합니다. 올해 시드 순위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통과한다고 해도 내년에 적응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아요. 못할 건 또 뭐가 있겠어요.”

그의 목표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외할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부모의 강요나 간섭 그리고 자신의 한계치에 대한 울타리 말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느낀 점은 아직 그 울타리에 갇혀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울적하거나 답답할 때는 주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일단 집을 벗어나는 게 좋아요. 굳이 친구를 만나지 않더라도 혼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무작정 돌아다녀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청승맞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저는 그걸 즐깁니다. 골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그냥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즐거워서 그 순간에 빠져 있길 좋아합니다.”

우리는 흔히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시의적으로 빛이 없는 상황도 있을 거고 눈을 감고 있어 그 빛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둠도 걷히고 눈도 뜨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밝은 빛이 비치는 곳으로 선뜻 나가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고뇌하고 노력하려는 최예림의 앞날은 밝다. 무엇보다 그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느 곳이 가장 밝은 빛이 비치는 곳인지 찾아나서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따뜻한 빛을 바라보며 그가 골퍼로 성공하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된다.

Choi Ye Rim 최예림 / 18세 / 170cm / 브라보앤뉴 소속 / 2017년 7월 데뷔
학력 : 양영초-안양여중-동광고 3학년 재학 중
성적 : KLPGA 점프투어 5차전 우승, KLPGA드림투어 11차전 우승(이상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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