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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야구도 그리고 골프도 이호준처럼 [People :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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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 NC다이노스의 이호준이 은퇴식을 가졌다. 하지만 NC다이노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팬들은 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볼 수 있게 됐다. 이호준은 이번 가을 야구가 끝나면 가족과 좀 더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그리고 그가 야구 다음으로 좋아하게 된 골프를 실컷해볼 생각이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바로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다. ‘실패한 투수’에서 ‘성공한 타자’라는 타이틀을 갖기까지 그의 야구 인생이 파란만장한 것도 있겠지만 두 번의 대형 연봉 계약과 미모의 배우자 그리고 2남 1녀의 자녀들은 또 다른 의미의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호준은 9월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퇴식을 했다. 그는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NC다이노스 은퇴 선수로 구성)에 손민한, 박명환, 이혜천에 이어 네 번째로 가입하는 선수가 됐다. 은퇴식에서 이호준은 후배들에게 “손끝에 미련을 남기지 말고 배트 끝에 아쉬움을 남기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인생을 그처럼 살고 싶어 하는 후배 선수는 물론 야구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법한 묵직한 명언을 하나 투척한 것이다. 마치 야구든 인생이든 모든 것에 통달한 도인처럼 말이다.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어디 야구뿐인가. 그가 야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만 인생이 미련과 아쉬움의 연속 아니겠는가. 그의 말에는 후회없는 결정을 내리고 일단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면 더는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속뜻이 담겨 있다. 정말 몇 번을 곱씹어봐도 맞는 말임이 틀림없다.

이호준은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그런 긍정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말이다. “무엇이든 할 때 잘 받아들여요. 일단 시도를 해보는 거죠. 내 것을 고집하는 것보다 그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는 게 중요합니다. 야구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던 겁니다. 나이가 들고 스포트라이트가 후배 선수들에게 넘어갈 때는 솔직히 서운한 감정도 들었어요. 정말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그것을 쿨하게 받아들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알게 됐죠.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응원하고 박수를 쳐줄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것이 선배로서 해야 할 도리입니다.”

그는 1994년 투수로 해태타이거즈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한다. 만약 계속 투수를 했다면 어땠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아마 20대 때 야구를 그만뒀을 것”이라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그가 후배들에게 남긴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의 말이다. “저는 투수를 할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투수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립니다. 마운드에 있는 선수가 그러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죠.”

이호준은 은퇴식에서 팬들이 만들어준 영상을 보며 눈물을 쏟아냈다. 애써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찌 미련이나 회한이 남아 있지 않겠는가.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던 건 이승엽이라는 국민 타자가 있었고 이대호와 김태균 그리고 박병호로 이어지는 거포들이 항상 한발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을 넘어설 수 없다는 건 분명 알고 있었다.

“제가 그들보다 잘하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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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가 은퇴 이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밝힌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과 캠핑을 가는 것이다. 야구를 하는 큰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다. 그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늘 입에 달고 있었던 게 “아빠와 캠핑 가는 게 소원이다”라는 말이다.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이번 시즌이 모두 마무리되면 그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날 계획이다. 어디든 상관없다. 또 아내와는 유럽 여행도 약속했다. 물론 결혼하기 전에 한 약속이라 아내가 그 약속을 잊어줬으면 하는 눈치도 슬쩍 내비쳤다. 그리고 또 하나. 그동안 자주 할 수 없었던 골프를 실컷 해보는 것이다.

“골프 레슨을 딱 한 번 받아봤어요. 야구 스윙이 망가질까 두려워 그립 잡는 법만 하루 배운 게 다예요. 처음엔 ‘이런 걸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몇 번 필드에 나가면서 어느 순간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무조건 멀리만 친다고 좋은 게 아니란 걸 깨닫는 데까지 돈을 많이 잃었습니다. 어금니가 꽉 깨물어지더라고요. 야구 다음으로 골프를 가장 좋아합니다. 집에 있는 TV도 야구 채널 아니면 골프 채널에 맞춰져 있으니까요.”

이호준은 골프도 무조건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느 날 이승엽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우드를 빼는 모습을 보고 그는 “어허. 넣어둬”라며 핀잔을 줬다. 파3홀을 제외한 모든 홀의 티 샷은 모두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끊어가야 한다고 말리는 캐디에게도 “남자 아닙니까!”라며 배짱을 부리기 일쑤였다. 물론 그러다가 날린 것이 바로 돈과 자존심이다. 그가 골프에 입문시킨 후배 야구선수들이 많다. 박재상, 김강민, 송은범, 정근우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늘 이호준이 제물이 되고 말았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져도 그의 드라이버 사랑은 여전했다.

“마음먹고 때리면 270m 이상은 나가죠. 예전에는 320m 파4홀에서 원온도 시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건 골프가 아니었죠. 지금은 240m만 친다고 생각하고 때립니다. 스윙 아크도 줄이면서 스코어가 더 좋아졌어요. 최근에는 야마하 클럽을 사용하는데 보통 80타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야구에 영향을 미칠까봐 골프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은퇴 이후에는 정확한 폼을 다시 배울 생각이다. 더는 야구 스윙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는 골프를 무척 좋아합니다. 만약 제대로 레슨을 받는다면 운동에 대한 센스가 없지는 않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골프 선수를 해도 정말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딸이 운동신경이 좋아서 골프를 시켜봤는데 곧잘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재미가 없다며 다시 축구에 관심을 갖기로 한 것 같아요.”

이호준은 팔꿈치 인대가 찢어져 한동안 골프를 하지 않고 있다. 야구는 테이핑이라도 하고 출전해 타격을 할 수 있지만 골프까지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골프를 하지 못하니까 죽을 맛이에요. 사실 골프처럼 좋은 스포츠가 없습니다. 야구선수에게도 정말 좋아요. 골프와 야구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입니다. 정확성을 기르고 리프레시하기에 골프만큼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요? 저는 야구가 잘 안 될 때는 가끔 골프를 하면 다음 날 바로 홈런을 때릴 수 있었습니다. 롯데자이언츠의 강민호 선수도 그러더라고요. 특정 골프장을 다녀오면 야구가 잘된다고 하더군요.”

골프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의 표정과 말투를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이호준은 어쩌면 이제 야구보다 골프를 더 좋아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처음으로 정글짐 꼭대기까지 올라갔다며 엄마에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순수해 보였다. ‘그래요. 앞으로도 당신의 인생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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