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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에게 일어난 불가사의한 순간들 [Feature :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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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다이제스트] 프로 골퍼에게는 기적이 딱히 필요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지녔다. 액션 배우 같은 체격에 하늘이 선사한 것 같은 스윙 그리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동영상에서 보듯이 차고 넘치는 행운의 바운스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그들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로 자신들만큼이나 우리도 혜택을 본 게 사실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이야기는 풍부해졌으며 우리에게도 다음에는 저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걸까? 기준은 모호하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누가 보기에도 딱 한 번뿐인 일,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이다. 1989년 US오픈에서처럼 같은 날에 같은 홀에서 네 명의 선수가 에이스를 기록한 것?

조금 부족하다. 깔때기처럼 볼이 흘러가는 곳에 컵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그건 요행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아널드 파머가 이틀 연속 같은 홀에서 에이스를 한 건? 장소와 인물과 시간의 절묘한 결합이었다.

1992년 마스터스에서 프레드 커플스의 볼이 둑에 걸렸을 때는 어떤 섭리 같은 것이 프레드(그리고 수백만 명의 팬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내가 여기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프로 선수들에게 일어났던 기적 같은 사건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1. 보비 존스, 물 위를 걷다 – 1930년

1930년 US오픈이 미니애폴리스 외곽에 위치한 인터라켄컨트리클럽에서 열렸을 때, 보비 존스는 파5인 9번 홀에서 투온을 시도했다. 그가 다운 스윙을 막 시작하려는데 시선의 가장자리에 페어웨이로 냅다 달려오는 소녀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존스는 움찔했고 제대로 맞히지 못한 그의 볼은 앞에 놓인 호수의 중간까지밖에 가지 못할 운명처럼 보였다. 연잎에 떨어진 볼은 다시 튀어 올라 호수를 벗어났고 그린 30야드 앞에서 멈췄다. 존스에게 벌어진 이 마법(그리고 일상인 것처럼 뒤이은 버디)은 결정적이었다. 그는 맥도널드 스미스를 두 타 차로 물리치고 통산 네 번째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2. 보비 크뤽섕크의 역전 – 1932년

36홀을 치른 1932년 PGA챔피언십의 첫 라운드 매치에서 성공적인 투어 생활을 마치고 나중에 오클랜드힐스의 수석 프로가 되는 앨 워트러스는 열세 홀을 남겨놓고 보비 크뤽섕크에게 아홉 홀을 앞서나갔다. 크뤽섕크가 안쓰러웠던 워트러스는 1.8m 퍼팅에 컨시드를 줬고 6번홀은 무승부로 마쳤다. 그게 패착이었다. 15번 홀에서 무려 21m 퍼팅을 성공한 크뤽섕크는 그렇게 탁월한 퍼팅의 힘으로 그를 따라잡았고, 정규 라운드를 무승부로 끝낸 후 연장 다섯 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나는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워트러스는 나중에 그 대회를 회상하며 말했다.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상대 선수에게 절대로 컨시드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거리가 설사 60cm에 불과하더라도!”

3. 호메로 블랑카스의 55타 – 1962년

올해 일흔아홉 살인 호메로 블랑카스는 PGA투어에 이어 시니어투어에서도 탁월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그가 골프 역사상 가장 경이롭다고 할 만한 라운드를 펼친 건 젊은 아마추어 시절이었다. 1962년에 텍사스에서 열린 프리미어인비테이셔널이라는 대회에서 블랑카는 15언더파 55타라는 믿을 수 없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파70인 코스는 5000야드 남짓했고 티는 두 종류뿐이었다. 어쨌든 그는 13개의 버디와 1개의 이글을 기록했다. 이걸 더 기적적으로 만드는 건 그가 90cm 퍼팅을 한 번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았지만 2012년에 레인 깁슨이라는 호주의 프로 선수가 대회가 아닌 일반 라운드에서 같은 스코어를 기록 한 적은 있다.

4. 닉 프라이스의 절대 플레이할 수 없는 라이 – 1977년

2년간 공군에 복무했던 닉 프라이스가 1977년에 제대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유러피언투어에 합류해서 실력의 재정비에 나선 것이었다. 현재의 짐바브웨에 위치한 엘리펀트힐스라는 코스에서 플레이하게 된 프라이스가 드라이버 샷을 하려는데, 덤불멧돼지 무리(남아프리카에 흔한 커다랗고 털이 짧은 동물)가 티잉 그라운드 바로 옆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게 보였다. 프라이스는 연습도 하지 않은 채로 샷을 했지만 빗맞은 볼은 지면에서 18인치도 채 떠오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볼은 덤불멧돼지 한 마리의 엉덩이 부분에 맞고 짧은 꼬리 밑으로 사라졌다. 그걸 파묻힌 라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홀인원의 먼 친척뻘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런 샷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5. 벤 크렌쇼와 운명의 전령 – 1984년

1954년 마스터스에서 선두를 달리던 아마추어 빌리 조 패튼은 파5인 13번과 15번홀에서 투온을 시도했다. 그는 두 번 모두 물에 빠졌고 한 타 차이로 샘 스니드와 벤 호건의 대결로 압축된 플레이오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건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경계하는 궁극적인 교훈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1984년 마스터스에 참가한 벤 크렌쇼가 일요일에 세타 차로 선두를 달렸고 13번홀에서 시도한 드라이버 샷이 결정하기 애매한 지점에 떨어졌다. 어떻게 할지를 놓고 의논하던 크렌쇼는 갤러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그 많은 얼굴 속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패튼을 발견했다. 당시 61세였던 패튼은 오거스타내셔널의 회원이었다. 골프 역사가이자 운명을 ‘맹신’하던 크렌쇼에게는 그 우연한 모습 이상의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레이업을 택했고 두 타 차로 우승했다.

6. 아널드 파머의 더블 – 1986년

1986년 크라이슬러컵을 앞둔 화요일에 아널드 파머는 메릴랜드에 있는 TPC애브넬의 187야드인 12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는 기쁨에 넘쳤다. 다음 날 아널드는 같은 홀을 찾았고 똑같은 5번 아이언으로 또다시 에이스를 기록했다. 프로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2500분의 1이고, 토너먼트 라운드의 같은 홀에서 연이어 기록할 확률은 계산하기도 힘들지만, 대략 1000만분의 1 정도로 추산된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당신이 아널드 파머가 아니라면.

7. 프레드 커플스, 중력을 거부하다 – 1992년

1992년에 프레드 커플스는 이미 살아있는 기적이었다. 꿈 같은 스윙과 명예 그리고 멋진 모습은 단 한 사람이 모두 지니기에는 넘치는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의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그 경지를 넘어섰다. 세 타 차 선두를 달리던 그는 12번홀에서 그린 오른쪽에 꽂힌 깃대를 노렸다. 샷은 조금 짧았고 볼은 앞쪽 둑을 강타했다. 그 상황에서 으레 그랬던 것처럼 래스크리크로 굴러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프레드의 칩 샷은 30cm 앞까지 갔고 파세이브를 한 그는 2시간 후에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8. 데이비스 러브 3세와 때맞춰 걸린 무지개 – 1997년

유명한 교습가였던 데이비스 러브 2세와 그의 아들 데이비스 러브 3세는 더없이 절친한 부자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가르치고 훈육하고 조언해서 훌륭한 어른으로 길러냈다. 그래서 아버지가 1988년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큰 상실감에 빠졌다. 윙드풋에서 열린 1997년 PGA챔피언십에서 러브 3세가 마지막 퍼팅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 대기의 습기와 햇살이 어우러지면서 하늘에 잠시 무지개가 걸렸다가 몇 분 만에 사라졌다. 기상학적인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아버지가 아들의 우승을 확인하러 왔던 것일까? 정말 냉소적이지 않고는 전자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9. 앤드루 머기의 믿을 수 없는 에이스 – 2001년

특별히 장타자 축에 들지 않던 앤드루 머기는 2001년 FBR오픈이 열린 TPC스코츠데일의 332야드 파4, 17번홀에서 티 샷을 시도했다. 스티브 페이트와 게리 니클라우스 그리고 톰 바이럼이 아직 그린에서 내려가기 전이었다. 머기의 드라이버 샷은 통통 튀어서 그린으로 올라간 후 바이럼의 퍼터에 맞고 방향을 틀더니 그대로 홀에 들어갔다. 놀란 관계자는 터치다운을 알리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PGA투어 대회의 파4홀에서 나온 에이스는 이게 유일하다.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는 또 나오겠지만. 두 개의 클럽 페이스를 맞히고 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골프계가 조금 기울어진 축을 중심으로 돈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10. 타이거 우즈의 가장 위대한 US오픈 우승 – 2008년

왼쪽 경골의 이중 피로 골절. 전방 십대인자 파열. 처음부터 끝까지 스윙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타이거 우즈가 월요일 플레이오프에서 로코 미디에이트를 물리치고 US오픈의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금융시장의 거래마저 한산했을 정도였다. 여기에는 타이거가 고통을 무릅쓰고 플레이했다는 사실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 91홀(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40km에 달한다)의 핵심은 타이거의 드라이버 샷이 빗나갔을 때 칩 샷이 그대로 홀인하고 엄청난 거리의 퍼팅이 들어갔으며 그린까지 경로가 환하게 열렸다는 점이다. 큰 무대를 관장하는 골프 신들의 축복과 타이거의 강인한 의지가 합해졌을 때 그 결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승리였다.

글_맷 곰리 / 정리_브리트니 로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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