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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에 관한 진실 [Digest: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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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빈센트 부세레즈(Vincent Bousserez)

쩌다 골프를 하기 시작한 대머리든, 아니면 대머리가 되기 시작한 골퍼든, 아니면 나에게든 아마도 평생 골프 바이저를 사용하는 즐거움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바이저는 프레드 커플스나 버바 왓슨처럼 머리카락이 무성해서 라커 룸의 푸른색 소독액 속에 한가롭게 떠 있는 플라스틱 빗과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는 선택된 자들에게나 티아라를 뒤집어쓰는 것처럼 착용되는 아이템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 그 라커 룸의 빗은 1번 아이언 정도의 효용가치가 있을 뿐이다. TV 프로그램을 위한 에티켓의 강요에 못 이겨 라운드를 끝낸 후 모자를 벗을 때면 나는 함께 플레이했던 파트너의 눈동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내 헐벗은 머리 윗부분으로 올라가는 것을 종종 눈치채곤 한다. “어이, 어이” 나는 고함을 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 눈은 그보다 더 아래에 있다고.”

이 바이저는 물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것으로 선명한 선탠 라인을 만들어 목부터 이마까지는 캐러멜 같은 고동색인 반면 그 위로는 밝은 아이보리 색의 선명한 선탠 라인을 남겨서 내 머리가 마치 거품이 풍부한 맥주잔처럼 보이게 만든다.

스튜어트 칭크는 2014년 TV로 중계되던 소니오픈에서 모자를 벗고 나폴리탄 아이스크림 같은 초콜릿-바닐라 태닝 라인을 선보였다. 이 모습을 스크린 캡처한 사진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는데 칭크는 이를 웃어넘길 정도의 훌륭한 센스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유머감각은 대머리 골퍼들에게는 꼭 필요한 요소다. 골프계의 다음 세대 거물 유망주로 꼽히지만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별로 유망하지 못한 조던 스피스를 보는 게 즐거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스피스는 훌륭한 외모와 좀처럼 보기 힘들만큼 뛰어난 운동선수로서의 재능을 겸비하고 있는데다 아름다운 여자친구, 그린재킷, 국제적인 명성, 연방은행보다 더 많은 현금에 무궁무진한 젊음에 더해 마지막으로 점점 줄어드는 머리카락까지 안 가진 것이 없다. 스피스는 머리카락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에 대해 선배 대머리들의 썰렁한 농담에서부터 그도 사실은 인간이었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화제로 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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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3 존디어클래식에서 “내가 머리만 빠지기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지금 연장전에 돌입했을 겁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1년 후 퀴큰론스내셔널에서는 “나는 머리가 벗겨지고 있어서 확실히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여요”라고 유쾌하게 농담을 하기도 했다. 스피스가 2015년 마스터스에서 시종 선두를 놓치지 않고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을 때 닉 팔도의 논평이 정점을 찍었다. “이제 21살인 스피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은 머리가 벗겨지는 것이에요.” 우리 모두 그처럼 운이 좋아야 하는데.

어쨌든 스피스는 나머지 우리 모두들처럼 그저 웃어넘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왜냐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마치 유사(流沙)처럼 헤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버둥댈수록 더 깊은 곤경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인조 ‘모발’ 위에 그 익살스러운 골프 바이저를 쓰는 것은 ‘핫’하다. 단, 글자 의미 그대로 해석해야만 한다. 부분가발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머리에 비버가죽으로 만든 디봇을 씌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골퍼들에게는 훨씬 더 편리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가 그 가발을 잡아당길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항상 우리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골프계의 거물인사인 도널드 트럼프는 잘 정리된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는 솜사탕처럼 부슬부슬한 인조 머리카락이 워터게이트 이후 가장 어설프기 그지없이 튀어나와 쓸 때마다 다시 재정돈해야 하는 그런 가발보다는 손질이 간편할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지난여름 턴베리에서 강풍이 불어 그의 머리가 마치 영화 ‘7년만의 외출’ 속 마릴린 먼로의 치맛자락처럼 들려 올라갔을 때 도날드의 헤어 라인은 아직 온전한 상태로 꽤나 앞으로 나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떤 대머리는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괴로움이다(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낮아지고 싶다면 아예 땅에 엎드리라는 에릭 클랩튼의 노래 가사가 적절할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샘 스니드는 머리가 벗겨진 골퍼들 중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해결책을 찾았던 사람일 것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산뜻한 페도라를 써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가 이발소를 찾을 필요가 없는 상태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션 오헤어’에서 ‘션 노헤어’로 변한 모든 사람들이 골프코스에서 모자를 쓰기 때문에 열띤 경쟁의 와중에 누가 대머리고 누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대머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알 볼딩은 1950년대 PGA투어에서 4승을 거둔 골퍼로 TV진행자처럼 멋지고 헬멧처럼 무성한 머리를 가졌다). 하지만 머리가 벗겨진 남자들은 코스에 나설 때 꼭 모자를 고집할 뿐 아니라 실내에서조차 이를 벗으려 하지 않아 래리 데이비드의 말을 빌리면 ‘점잖치 못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난을 받는다. 코미디 배우이자 열성적인 대머리 골퍼인 그는 ‘커브 유어 인수지애즘’이라는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선크림 없이는 못 나가요’, ‘오픈카 반대’ 등 그가 ‘대머리공동체’라 부르는 모임의 회원들이 매일 만나는 다양한 수모들을 목록으로 만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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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도 알다시피 머리카락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최고의 해결방안은 방어를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겸손한 품위를 유지하면서 당신의 머리가 벗겨지는 것을 가볍게 받아들여야 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우리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머리 골퍼다.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장군이자 미국의 마지막 대머리 대통령이지만 대머리를 싫어하지 않는 미국인들은 치사하게도 그가 자신보다 머리가 더 벗겨진 애들라이 스티븐스와 대권경쟁을 했기 때문에 그를 뽑았던 것이다. 건물의 정상을 장식하는 뾰족한 첨탑처럼 머리가 벗겨진 남자들은 골프계의 정상에 다다랐다. 짐 퓨릭과 로베르토 드 빈센조는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는데 아이젠하워처럼 이들도 자신의 벗겨진 머리 덕을 보았다. 어떤 이들은 머리숱이 빠지면서 약해지지만 어떤 이들은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이다. 당신은 삼손과 샘 스니드 중 누가 되고 싶은가?

이를 마음에 새기면서 나는 종종 돌아오는 카트 안에서 내 클럽을 닦는 친구에게 드라이버와 함께 내 머리도 재빨리 광을 내달라고 부탁할 작정이다. 나는 함께 플레이하는 파트너들로부터 그들이 퍼트를 할 때 그린 위에 반짝이는 멜론 덩어리를 드러냄으로써 그들의 눈을 멀게 하려고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공항에서 당신을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아가시로 착각한 남자에게 붙들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받게 되면 당신도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대머리 운동선수로 행세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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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외모  왼쪽부터 벤 크레인, 짐 퓨릭, 빌 하스, 스튜어트 칭크, 그리고 필자인 스티브 러신.

‘머리카락 숫자도 다 정해져 있다’는 찬송가 가사 역시 우리를 일깨워준다. 우리 삶의 남은 날수처럼 우리의 머리카락 수도 매일 줄어든다.
수년간에 걸쳐 머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타이거 우즈에게 물어봐라. 지난 여름 우즈는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순간이 되면 엄청난 칭송을 받았던 그의 친구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처럼 머리를 아예 밀어버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벗겨진 머리를 말하는 건지 으리으리한 자기 집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둘 다를 말한 건지 모르게 “아주 번쩍거리죠”라고 말한 우즈는 “모자를 쓰지 않으면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골프와 관련해서는 난생 처음으로 나는 우즈를 꺾었다. 머리를 밀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민다는 것은 트럼프도 감사할 만한 방법으로 자신의 머리에 대해 뭔가를 선언하는 것이다. “직접 그만 둘 수 없으면 잘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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