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vs. 동생 매력 한판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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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우위를 정할 수 없는 자매 프로 골퍼를 만났다. ‘맏내(맏언니지만 하는 행동은 막내와 같다는 신조어)’처럼 허점이 많아 보이지만 마음 따뜻한 언니 지영진과 ‘걸크러쉬’한 매력을 뽐내며 무심한 척 상대를 챙기는 동생 지영민의 좌충우돌 인터뷰. 지금부터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2016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Twinsters)>는 한국에서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25년간 살다가 우연히 SNS를 통해 만나게 된다는 실화를 담고 있다. 각자의 환경에 순응하며 밝게 자라온 그들이었지만 항상 무언가 모르게 가슴 한쪽이 허전했다고 말한다. 쌍둥이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를 던진다. “가족은 따로 정의를 내릴 수 없어요.”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지만 간혹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십상인 대상이 바로 가족이다. 서두에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얼마 전 만난 두 살 터울의 자매 프로 골퍼와 이들 쌍둥이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엷은 미소가 지어졌기 때문이다.

언니 지영진과 동생 지영민은 성격도,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생김새도 다르다. 마치 전혀 다른 곳에서 살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언니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리듬체조를 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꽤 유연한 편이었다(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며 얼굴이 붉어졌다). 골프를 하는 와중에도 수영, 배구, 농구, 테니스, 투포환 등 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힘든 라운드를 끝낸 후에도 수영을 2시간씩 할 정도다. 하지만 성격은 신기할 정도로 차분하고 낯가림도 심한 편이다. 그리고 동생의 폭로(?)에 의하면 자신의 물건을 잘 찾지 못하고 행동이 느리단다.

반면 동생은 미술과 뷰티 그리고 공부에 관심이 많다. 대학교에서도 동생은 수석을 할 정도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성격은 시원시원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동생이지만 오히려 언니를 살뜰하게 챙기는 든든한 면도 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한 편이라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있다. 언니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동생이 어떤 일이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말 성격만 놓고 본다면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싶었다. 자매라는 걸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그냥 친한 선후배 프로 골퍼라고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제를 바꿔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 지영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리고 동생 지영민이 여섯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언니는 항상 남들보다 진도가 빨랐다. 반면 동생은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가 무거운 클럽을 휘둘러대는 게 재미있었겠는가.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2년 후 자신이 언니와 함께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호주에서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던 자매는 언니가 중학교 3학년 때(동생은 중학교 1학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골프 사관학교라 불리는 육민관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육민관고등학교를 거쳐 프로 골퍼라는 타이틀을 얻고 지난해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과에 입학할 때까지 그들은 늘 함께였다. 사춘기를 겪을 때나 성적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자매는 언제나 서로에게 의지했다.

동생 지영민의 말이다. “언니는 KLPGA 준회원 선발전을 수석으로 통과했고 정회원도 2부투어를 거쳐 순탄하게 획득했죠. 하지만 저는 정회원을 따는 데까지 3년이 걸렸어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때 언니는 조용히 제 말에 귀를 기울여줬습니다. 원래 차분한 성격이니까요. 한번은 언니에게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자 언니는 ‘내가 다 벌어서 지원해줄 테니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해’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조용히 동생의 말을 듣고 있던 언니 지영진은 놀란 토끼 눈을 하더니 “내가? 그런 말을 했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그는 “사실 그때 저도 힘든 시기였어요. 호주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살이 많이 빠졌어요. 그 이후에 체형이 변하면서 스윙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죠. 그래도 어떡해요. 동생이 힘들다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에게도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기회이기도 했으니까요. 누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서로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자매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KLPGA 2부투어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전까지는 언니와 동생이 뛰던 무대가 서로 달랐다(언니는 1~2부투어를, 동생은 2~3부투어를 오갔다). 지영진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적이 있었어요. 누가 먼저 샤워할지를 놓고 내기를 했는데 결국은 3언더파로 동타를 기록했어요”라고 말하며 동생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동생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서로 의지도 많이 하지만 경쟁도 치열합니다. 둘 다 지는 걸 정말 싫어해요.”

승부욕은 누가 낫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정반대다. 먼저 언니의 공격이 들어갔다. “영민이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뛰어나지만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걸 좀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플레이도 무척 공격적으로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자 동생이 바로 응수했다. “언니는 차분하지만 소심하게 플레이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캐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 정말 답답했어요. 트러블 샷을 잘한다는 건 인정.”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모습마저 예뻐 보이는 자매였다. 요즘 들어 “쌍둥이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두 사람은 옷도 서로 바꿔 입으며 우애를 돈독히(?) 이어가고 있다. 언니는 175cm, 동생은 178cm의 큰 신장을 가지고 있다. 언니의 말이다. “저는 예전에 비해 살이 빠지고 동생은 몸이 좋아지면서 서로 이미지가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는 쌍둥이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2018 시즌을 앞두고 이들 자매의 명암이 엇갈렸다. 동생은 2부투어 12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우승이 한 번도 없었던 언니만 올해 1부투어 시드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언니 지영진은 “골프를 혼자 하면 정말 외로웠을 거예요. 저도 동생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입니다. 영민이도 얼른 1부투어로 올라와서 함께 플레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승 조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생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면 부모님은 ‘아무나 이겨라’라고 응원을 하겠네요. 누가 우승하든 저희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습니다. 가족이니까요.”

뭔가 분위기가 훈훈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동생 지영민이 조용히 언니를 바라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누군가를 챙겨주는 게 제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사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니가 진짜 듬직하게 챙겨줍니다. 그럴 땐 ‘확실히 언니는 언니구나’라는 느낌이 들죠. 언니가 부상 없이 롱런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예전에 말한 것처럼 돈도 많이 벌어서 저를 밀어줬으면 좋겠네요. (웃음)”

언니 지영진도 동생을 향해 고마움과 함께 부탁의 말을 전했다. “동생이 골프를 즐기면서 하면 좋겠어요. ‘최고’의 자리도 좋지만 ‘최선’을 다해야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는 골프를 ‘웬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애증의 관계’가 된 것처럼 영민이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동생은 ‘사람다움’에 대해 늘 생각하고 ‘도를 넘는 지나친 행동을 하면서까지 어떤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골프라는 개인 운동을 하면서 자신이 100% 마음을 열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보너스다. 지영진과 지영민 자매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셈이다. 그 시너지가 언제 폭발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들 자매의 케미를 살펴봤을 때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Chi Young Jin 지영진
나이 24세 신장 175cm
소속 리코스포츠에이전시
학교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과 1학년
성적 2018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 25위로 통과

Chi Young Min 지영민
나이 22세 신장 178cm
소속 리코스포츠에이전시
학교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과 1학년
성적 KLPGA 드림투어 12차전 우승(2017년)

 

글_고형승 / 사진_공영규 / 헤어 & 메이크업_누에베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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