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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함의 끝 김아림 [People: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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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영규

시원함의 끝 김아림

시원하다. KLPGA의 대형 루키 김아림을 만나서 느낀 소감이다.

그녀의 우월한 신장, 가식이 느껴지지 않는 웃음,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스윙

그리고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해내는 언변.

준비된 신인 김아림의 매력은 이 한마디에 모두 담겨 있다. 글_고형승

나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2부)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2위에 올랐다. 그 결과 올해 1부투어 모든 경기의 출전권을 획득했다. 주위에서는 내 성적만으로 ‘뭔가 특별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시선이 싫은 건 결코 아니다(뭐, 다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단언컨대 나는 다른 선수보다 특출한 것도 없고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단지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뿐이다.

왈가닥에 말썽꾸러기였던 내가 골프를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당시 키는 작았지만 농구를 비롯한 육상, 수영, 태권도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고 “운동 한번 해보지 않을래?”라는 제안도 자주 받았다. 특히 농구는 더 많이 칭찬받은 종목이기도 하다. 아마 농구 선수의 길을 택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골프로는 칭찬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처음엔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면 허리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립을 잡는 것도 마치 가시를 만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아마 물집이 생겨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습관처럼 코치에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요?”라고 묻곤 했다. 조금만 하면 좋아질 거라는 코치의 말만 믿고 계속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골프가 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주니어 선수 시절을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또래 선수들(김효주를 비롯한 쟁쟁한 1995년생들)에 비해 골프를 늦게 시작했고 재능도 그 친구들보다 많이 뒤떨어졌다. 그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받고 있을 때 나는 운동이라기보다는 노동에 더 가까운, 아주 비과학적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골프에 필요한 훈련법이 따로 있다는 것도 2014년 말이 돼서야 알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나는 2부투어에 출전하는 선수였다. 2년째 되던 해에 스스로에 대해 더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샷이 흔들리기 시작하는지, 어느 순간에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나타나는지 등을 분석하면서 내 단점과 마주했다. 평상시 생활할 때부터 내 것에만 집중하는 훈련을 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휩쓸리지 않고 주위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2부투어에서 4승을 거뒀다.

2부투어 2차대회에서 덜컥 우승하자 코치는 나에게 “스무 개 대회 중 이제 겨우 두 개 대회가 끝났을 뿐인데 들떠 있을 거야?”라고 했다. 정확하지만 뼈아픈 지적이었다. 이후 대회에서 성적이 좋더라도 그냥 하루만 그 기분을 만끽하고 바로 다음 대회를 준비했다. 그렇게 스무 개 대회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18차대회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이미 상금 순위 6위까지 주는 시드를 확보한 상태였고 2위와는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마지막 대회에서 상금 순위가 뒤바뀌고 말았다. 1위냐 2위냐의 의미는 스포츠 세계에서 큰 차이다. 오로지 1위만 인정받고 기억되고, 어쨌든 우리는 1위를 목표로 달려가는 것이니까.

나는 과거 플레이 스타일이 무척 공격적이었다.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으면 오히려 더 달려들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기다려!’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제는 스마트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보기를 해서 분위기가 다운되고 그다음 홀이 아주 쉬운 파5홀이더라도 나는 쉽게 달려들지 않는다. 그럴 때는 살짝 뒤로 빠진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플레이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흐름을 되찾으면 그때 다시 치고 올라간다.

골프에서 흐름은 무척 중요하다. 흐름을 제대로 타면 시야가 넓어진다. 나는 코스를 넓게 보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빨리 캐치해내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트러블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샷이 괜찮은 편이다. 코스에 따라 다른 홀로 넘어가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흐름이 좋지 않을 때는 그만큼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여유를 갖고 때를 기다린다.

지난해 나는 하이트진로와 계약을 맺었다. 과거 하이트진로 소속의 서희경, 김대현 선수가 내 롤모델이었다. 그 선수들의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스윙을 연습했고 언젠가는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업체에서 연락이 와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쳤다.

평소 내가 꿈꿔오던 로고를 달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혼마에서 용품을 후원받기로 했는데 그것 역시 나에게는 행운이다. 일본 사카타 공장을 직접 견학하면서 장인들이 어떻게 클럽을 만드는지, 어떻게 선수들을 대하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지 알게 됐고 거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든든한 후원사도 생겼으니 2016년에는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할 것 같다. 1부투어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불명확하다. 대신 물러나지만 말고 내가 생각한 대로 당당하게 끝까지 밀고 나가자는 전략이다. 뭔가 기대된다거나 설렌다는 건 내가 더 성장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갖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며 더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과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골프? 난 골프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그만큼 골프가 좋다. 그렇다고 골프에 얽매이는 건 아니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 눈을 떴을 때 무언가를 위해 꿈을 꿀 수 있고 눈을 감았을 때도 그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삶이 행복한 게 아닐까. 지금 나에게 골프는 그런 존재다.>

골프가 나에게 천천히 스며든 것처럼 김아림이라는 선수도 골프 팬들에게 천천히 스며들어 행복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im A Lim 김아림 

나이 21세 신장 175cm 

학교 양동중, 한서고, 용인대 3학년 재학 중 후원사 하이트진로 용품사 혼마골프 

드라이버 샷 거리 245야드 

성적 KLPGA 2부투어 2차, 8차, 12차, 17차대회 우승(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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