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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를 향한 고성(高聲) [Feature: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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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셔터스톡

KLPGA를 향한 고성(高聲)

일에는 늘 순서가 있다. 중요도에 따라 선후를 정하기도 하고 사안의 시급함에 따라 처리 순서를

결정하기도 한다. 요즘 KLPGA를 보고 있으면 무엇이 중요하고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행정의 무능함은 조직을 붕괴시킬 뿐이다. 당장 앞에 떨어진 달콤한 열매에 절대

현혹되지 말길 바란다. 글_고형승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지난 3월29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했다. 4년간 협회를 이끌던 구자용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은 2012년 당시 직무 대행 체제(김대식 변호사)로 운영되던 KLPGA의 12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가 취임하면서 다소 시끄럽던 협회 분위기를 수습하고 안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구자용 회장이 사퇴하면서 KLPGA 회장 자리는 다시 한 번 공석이 됐다.

 

 

수장 없는 KLPGA로 언제까지?

KLPGA는 정기총회가 끝난 후 약 3개월 동안 강춘자 수석부회장의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강 부회장은 KLPGA 창립 멤버로 회원 번호 1번이다. 창립 멤버 네 명 중 한명현과 구옥희, 안종현은 이미 고인이 됐다. 강춘자 부회장은 지난 임기를 마지막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스스로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하지만 3월 정기총회에서 “한 번만 더 협회를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며 호소했고 대의원들은 그녀의 뜻을 받아들여 표를 던졌다.
문제는 KLPGA의 회장 자리를 계속해서 공석으로 놔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투어의 규모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고 향후 협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마당에 선장이 없는 배의 키를 마냥 항해사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당장이야 아무 사고 없이 항해는 할 수 있겠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예측 불가능한 좌초의 위험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항해사도 선장 못지않은 경력과 노하우를 지닌 베테랑일지 모르지만 그건 좀 다른 이야기다.
올해 하반기로 들어가면서 당장 수면 위로 떠오르는 쟁점은 바로 중계권에 대한 부분이다. KLPGA는 2014년부터 3년간 SBS골프와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에는 새로운 주관 방송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그 사전 작업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구자용 전임 회장이 물러난 데는 중계권 협상에 대한 부담도 한몫했을 것으로 본다. 구 회장의 사돈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이고 그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구 회장이 사돈 집안과 관련이 있는 JTBC골프(당시 J골프)가 아닌 SBS골프의 손을 들어주면서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졌다. 그런데 만약 또 한 번 사돈 집안에 비수를 꽂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어색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SBS골프가 아닌 JTBC골프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사돈 집안 밀어주기 아니냐’며 SBS 지상파까지 나서 구 회장을 압박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결국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입장이 연임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몰고 간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구 회장이 물러난 이후부터 SBS골프와 JTBC골프는 KLPGA투어 중계권을 두고 물밑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KLPGA 차기 회장에 누가 물망에 오르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피고 있다. 아마 회장으로 거론되는 이가 있으면 양 방송사에서는 바로 그 줄을 잡기 위해 총공세에 돌입할 것이다. 어쩌면 그 또는 그녀를 회장으로 앉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양 방송사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협회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에는 현재 직무 대행을 맡은 강춘자 수석부회장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이 의견이 강 부회장의 귀까지 들어갔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들은 협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협회의 실세와 굳이 등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협회의 행태는 대회를 개최하는 스폰서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협회가 ‘갑 중에 슈퍼 갑’이라는 말이 도는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협회는 매년 주최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스폰서 초청 간담회(또는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이 행사에 참석해본 이들은 모두 혀를 내두른다. 모 기업의 임원은 “어떤 중대 사안에 대해 협의하려고 우리를 부르는 게 아니었다. 그냥 ‘협회에서 이렇게 결정했으니 될 수 있는 대로 따라달라’고 강요하는 자리다”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수년간 대회를 개최해온 모 기업의 실무자는 “계약서상으로만 보면 주최사가 갑이고 주관사인 협회는 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을은 처음 봤다. 협회는 투어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협회의 수익을 재투자해서 투어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무작정 주최사만 옥죄어서 상금을 올리고 대회 참가 선수를 늘리고 이런저런 장치 장식물을 만들고 다양한 혜택을 선수들에게 제공하라고만 강조한다. 투어의 질을 올리려는 노력을 왜 주최사의 몫으로만 한정 지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이렇게 관계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건 분명 협회 행정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투어 선수 중 한 명이 협회에서 잘못 올린 대회 요강을 통해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해당 선수는 64명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의 요강을 살펴보다가 자신도 출전 자격이 있음을 알게 됐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던 그녀는 협회가 올린 최종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져 있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사무국에 문의했고 그 결과 직원의 실수로 처음부터 잘못된 대회 요강이 발표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줄로만 알고 준비하던 그 선수는 결국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전화로 “요즘 협회가 어수선하기도 하고 행정을 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에 강하게 어필을 했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긴다면 문제 아닌가. 지금은 그냥 잊어버리고 다음 대회 준비만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차분하게 심경을 피력했다.
KLPGA는 선장 없는 배로 언제까지 항해하려는 걸까?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가 있다”며 “곧 이사회를 열어 조속한 시일 내에 회장으로 추대할 예정이다. 다만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인지 내부 회원을 추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답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가 좌초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지 않다. 협회 임직원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투어의 모습에 현혹되어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흘려보낸다면 어떤 변수가 선체에 흠집을 낼지 모를 일이다. 벌써 강춘자 수석부회장이 현 직무 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명망 있는 외부 인사 대신 회원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마당에 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유심히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투어의 규모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고 향후 협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마당에 선장이 없는 배의 키를 마냥 항해사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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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

공석은 회장 자리만이 아니다. 현재 KLPGA 경기위원회 역시 위원장이 공석이다. 최근 몇 년간 KLPGA는 경기위원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김광배, 고충남, 전창기로 이어지는 외부에서 영입한 위원장들은 제각기 다른 사유로 물러났고 회원 출신으로 위원장 자리에 오른 김송율 역시 위촉과 해촉을 반복하며 자리 지키기에 실패했다.
경기위원회에는 회원 출신의 경기위원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10년간을 돌이켜봤을 때 그들의 수준은 투어 선수들이 신뢰할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룰 시험을 보면 항상 비회원 경기위원들의 성적이 더 높았다. 현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KLPGA 원로 회원들은 ‘왜 우리 밥그릇을 남에게 주느냐’는 태도로 회원이 아닌 경기위원을 배척하려고만 한다.
경기위원장의 부재로 팬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4월 아일랜드골프장에서 열린 삼천리투게더오픈 마지막 날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박성현과 루키 김지영은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보기로 홀을 마무리한 김지영이 홀 앞에 있는 박성현의 볼 마커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경기위원이 뒤늦게 뛰어와 박성현에게 마무리 퍼트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국내 골프 단체의 경기위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큰 논란이 됐다. ‘홀 아웃하지 않아도 우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과 ‘홀 아웃을 하지 않고 그린을 떠나면 실격이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시끄러웠다. 결과야 어찌 됐든 간에 그 과정은 매우 매끄럽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많은 골프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파워 블로거 천 씨는 “당시 대회장에서 다시 퍼트하라고 지시한 경기위원의 옹색한 변명은 심히 불쾌했다”면서 “전문적인 경기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대회를 강행하는 KLPGA는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성현의 팬임을 자처하는 한 골프 팬은 “박성현 선수가 우승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하마터면 이상한 일에 휘말릴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팬 역시 “경기위원장 없이 경기위원들로만 경기를 운영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경기위원 팀장이라는 직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는 위치인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협회의 모든 의결권과 각 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인사권은 이사회에 있다. KLPGA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21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회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는 찾아볼 수 없다. 구자용 전임 회장은 사외이사를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회원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들과의 갈등은 줄었지만 제 식구 감싸기식 행정을 견제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기위원장의 위촉과 해임도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경기위원장 없이 치러진 경기만 벌써 10개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사무국의 입장은 적합한 인물을 계속해서 물색 중이며 현재 여러 차례 면접을 봤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먼저 처리해야 할 사안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는 말이 그냥 흘러나오는 건 아니다. 그 행태는 정치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을 무시한 정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 모두 지켜보지 않았나.
올해 정기총회를 통해 신임 이사들이 다수 선출됐다. 그 명단을 살펴보면 젊고 유능하며 참신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직도 선배 이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 제발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주길 바란다.

 

세계 넘버원? 말로만?

KLPGA 임직원이나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면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게 ‘세계 넘버원, KLPGA!’로 시작하는 로고송이다. KLPGA는 2014년에 이 중독성 있는 로고송을 만들어 통화 연결음으로도 제작했다. 그런데 이 로고송의 가사가 요즘처럼 요원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투어의 대회 수를 늘리고 상금만 증액한다고 해서 ‘세계 넘버원’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세계 넘버원을 지향하는 단체에서 회장과 경기위원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계적인 협회가 대회를 개최하는 측으로부터 ‘슈퍼 갑’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회원이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 역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올해 선수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홍진주 역시 이런 점을 아쉬워했다. 그녀는 “물론 지금 당장 불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이 체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추대해서 그 자리에 모실 것인지에 대해서라도 명확하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소문이 이상하게 날 것을 걱정해 쉬쉬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협회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선수들 역시 기꺼이 동참하고 지지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KLPGA는 현재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궈온 업적에 도취해 제대로 된 길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쇠퇴의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KLPGA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새롭고 또 새로운’ 행정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부터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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