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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답지 않은 루키 안병훈, 그의 여유와 긍정 [People: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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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현우 / 장소제공_베어즈베스트골프클럽

 

참으로 여유롭다.
안병훈이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에 풍긴 느낌이 아니다. 그저 몸에 배어 있을 뿐이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승 없이도 꾸준히 꿈을 향해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글_한원석

 

안병훈을 처음 본건 지난 PGA챔피언십에서였다. 이미 5월 BMW챔피언십을 우승하고 한창 관심을 받는 그였다. 우승 이후 썩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는 못한 시점이었다. 회상해 보면 그는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퍼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뭔가 루키답지 않은 초조함과 불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투어밴에 앉아서 편하게 휴대폰을 만지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든지, 연습레인지에서 동료 선수들과 인사 나누고 농담을 하는 여유라든지. 메이저라 긴장할 만도 할 텐데 말이다. 오히려 투어밴에서 퍼터 3개를 들고 유유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여유와 긍정이 우승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2

골프 그 자체를 즐기다
2009년 최연소 US아마추어 챔피언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안재형, 자오즈민 두 한중국가대표 탁구선수의 아들이라는 떼지 못할 수식어가 붙으면서 기대는 한층 높았다. 하지만 우승 소식은 커녕 골프팬들의 머릿속에서 그의 이름은 지워져만 가고 있었다. 그가 US아마추어 챔피언으로 등극하고 계속해서 그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면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조던 스피스 등의 세계 톱 스타들과 어깨를 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는 조금 다르다. 뒤늦은 나이에 우승하고 톱랭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리스트를 나열하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안병훈은 스스로를 후자라고 말한다. 그는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도 얼떨결에 우승한 거다”고 했다. 더군다나 그때 볼을 잘 친 것도 아니었다. 안병훈의 생각일 뿐이다. 그 이후에 긴 기간 동안 우승이 없었는데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는 “꼭 천천히 성공하자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승 못 한 기간도 언젠가는 다 겪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무슨 여유일까. 그냥 안병훈의 성격인듯싶다. 꾸며서 이야기를 하거나 모범 답안을 주려는 어색한 모습이 아니었다. 바로 내뱉은 말이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쩌면 골프에 대한 그의 철학인 셈이다. 그렇다고 골프를 소홀히 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학교 골프에만 열정을 쏟고 매진을 했다. 딴 데로 세지 않았다. 그를 보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 진학했다. 장학생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성적도 어느 정도 유지 해야 했다. 학업과 골프를 전부 잘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안병훈은 어릴 때부터 골퍼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미국으로 넘어와 환경이 좋은 데서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와서 딱히 더 좋거나 나쁜 건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걱정이 앞서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즐기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버클리를 중퇴하고 프로 전향을 선택했다. 유러피언투어 Q스쿨을 통과하면서 2부 투어에 진출하게 되었다. 왜 PGA투어에 진출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말기 바란다. 어차피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테니까. 아픈 데를 또 긁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안병훈에게 묻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잊은 듯 ‘뭐 대수로운 것도 아니고 큰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단순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 좋은 일은 빨리 잊는다고 했다. 그는 “공이 잘 안 맞을 때는 정신적으로 좀 힘들다. 하지만 자고 나면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여유가 있고 긍정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연습하고 노력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어떻게 우승 없이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겨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건너가 유럽투어 생활을 하면서 또 적응하고 어려움이 많았을 법하다. 안병훈은 이마저도 “즐기면서 했다”고 말했다. 음식도 다 잘 먹는다. 가리는 게 별로 없다. 그의 유한 성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골프 하는 그 자체가 즐겁다.
볼을 치는 그 자체가 재미있다”
그가 말한 대로 골프를 좋아하는 느낌이 전달됐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3

우승까지 기다림

안병훈은 2014년 2부투어 격인 유러피언 챌린지투어에서 롤렉스트로피의 우승을 거머쥔다. 챌린지투어 랭킹 3위에 오르면서 유러피언투어 신인으로 2015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 안병훈은 루키 시즌 목표가 시드 유지였다. 그런데 시즌 초반 BMW챔피언십 우승 이전까지 톱 10에 3번이나 이름을 올리면서 걱정을 덜었다. 샷 감각도 좋고 루키로서 꽤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5월 BMW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뒀다. 안병훈은 “이런 큰 대회에서 우승할지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다. 공이 꾸준히 잘 맞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플레이는 거침없었다. 마지막 날도 안전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성격이 그렇다. 코스에서는 매우 공격적이고 다혈질이다. 그리고 공이 아주 잘 맞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혈질이라고?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서도 신기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클럽을 땅에 찍는가 하면 볼이 잘 안 맞으면 화도 많이 낸다. 눈에 거슬리게 그리고 보기에 좋지 못할 정도까진 아니다. 아직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던져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안병훈은 심지어 아버지가 그의 다혈질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떻게 평소와 코스에서의 플레이가 다를 수 있느냐고 의아해한단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멘탈이 조금 약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를 보면 그냥 하는 소리다. 지난 신한동해오픈 우승 당시만 봐도 우승을 위한 집념이 대단했다. 웬만한 멘탈로는 18홀동안 그렇게 집중할 수는 없다. 승부욕이 대단히 강하다. 내기라든지 사소한 게임을 할 때도 지고는 못산다. 이길때 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가 우승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실히 알 만했다.
최연소 US아마추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 기대가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병훈은 그런 압박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했다. 쿨한 건지, 별 생각이 없는 건지. 그래도 확실한 건 매우 긍정적이고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믿음, 게다가 어린 나이에 오랜투어 생활을 했던 프로와 같은 여유로움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안병훈이 우승하고 골프를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또 있다. 그는 “골프 하는 그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이제는 본업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는 어렵다. 그는 쉬는 날에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골프채를 하루도 안 잡으면 안 되는 유형의 골퍼다. 퍼팅하거나 숏게임 연습을 통해 감각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게 직업이라는 압박보다는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대가 아닌 목표
아쉬움도 조금 있고 하반기에는 썩 이렇다 할 성적을 내고 있진 않지만 루키로서 우승도 하고 시드 걱정도 없어졌다. 이쯤 되면 스스로 기대를 할 만하다. 주니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한다. 자신에게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안병훈은 “얼마만큼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지금까지의 성공이 전부일 수도 있다. 물론 더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목표는 당연히 있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혀 투어 선수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은 아니다. 그냥 이게 안병훈이 아닌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유하면서도 여유 있고, 그리고 자신을 믿고 있으므로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겠구나.
그는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도 그랬다. 하지만 안병훈은 “안 뽑혔는데 담아두면 좋을 것도 없다. 남은 시즌에 더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목표는 메이저 우승이다. 그중에서도 마스터스 우승이다. 초청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그도 물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종목표다. 골프를 시작하면 누구나 다 원하는 꿈 아닌가.
안병훈에게 어떤 골퍼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좋은 골퍼다. 볼을 굉장히 잘 치는 골퍼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참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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