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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이제 울지 않아 [People:1506]

1.

사진_공영규 / 헤어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by서일주 / 의상 협찬_리플레인

 

‘멘탈갑’이라 불리는 고진영도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지난해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감당하기 버거웠던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밤마다 서러움에 복받쳐 울기도 여러 번. 활발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의 그녀였지만 이후 사람들의 무서운 시선을 피해 방한구석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그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는 올해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글_고형승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함께 투어 생활을 했고,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달았을 때는

정말 그들에게 고마웠어요.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그 시간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고진영은 올해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마지막 날 우승 퍼트를 마치고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지난해 자신의 후원사인 넵스가 주최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8개월만의 일이었다.
그 눈물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루키였던 고진영이 구설에 휘말렸던 건 지난해 중국 웨이하이포인트에서 열렸던 금호타이어여자오픈 때였다. 대회 마지막 날 친구 김효주와 챔피언 조에서 맞붙게 됐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김효주는 2라운드까지 2위 정희원에 6타 차로 앞섰으며 3위 고진영과도 7타의 차이를 보였다.
최종라운드에서 김효주는 4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쓸어 담으며 이미 2위 그룹과 9타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예약했다. 파5, 6번 홀에서 김효주는 위기를 맞았고 아주 짧은 보기 퍼트를 남겨놓았을 때였다. 김효주의 스코어를 기록하던 마커 고진영은 화장실로 향했다.
“저는 그때 미리 화장실을 들렀다가 다음 홀로 이동하려고 먼저 자리를 떴어요. 효주가 남겨놓은 보기 퍼트는 정말 짧았기 때문에 당연히 넣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저는 보기라고 표기를 했고 라운드를 끝내고 스코어카드 접수처에 들어갔습니다.”
상대가 그 누구도 아닌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자 최고의 샷 감각을 뽐내고 있었던 김효주였기에 고진영은 별 의심 없이 보기로 적었다는 것이다. 접수처에서 스코어를 맞춰보던 고진영은 김효주가 6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수정을 해서 넘겼다.
“정말 그건 어느 선수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가끔씩 선수들은 스코어를 잘못 기재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절차의 하나인 거죠. 항상 우리는 서로 틀리지 않게 맞춰보고 스스로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제출을 합니다.”
그 대회에서 김효주는 7타 차 우승을 차지했고, 고진영은 2위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고진영 역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불거졌다.
몇몇 루키들이 스코어를 일부러 틀리게 제출하면서 상대 선수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거기에는 고진영의 이름도 언급이 됐다. 상대가 다름아닌 가장 주목을 받고 있었던 김효주였기에 기사를 접한 네티즌과 골프 팬들은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정말 그때는 사람들이 무서웠어요. 연예인들이 왜 악성 댓글이나 루머 때문에 자살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을 할 수가 없어서 더 힘들었어요. (백)규정이도 그 일로 무척 힘들어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직접 나서서 억울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죠.”
사실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건의 일면만 보고 도마 위에 올려져 이리저리 돌려가며 난도질을 당하는 느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리고 언론이나 네티즌과 맞서 싸우기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잊혀지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함께 투어 생활을 했고,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달았을 때는 정말 그들에게 고마웠어요.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그 시간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일이 있고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런 댓글을 볼 때면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원치 않은 낙인이 찍힌 이상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죠.”

 

 

2

기회가 된다면 엽기적으로 생긴 개를 키워보고 싶어요.

불독이나 닥스훈트 같은 종류로요.

보고만 있어도 웃기고 즐거워질 것 같아요.

 

욕심 많은 외동딸? 그건 편견이야
열아홉의 나이로 세상에 혼자 뛰어든다는 게 얼마나 무섭고 냉혹한지를 알게 된 고진영에게는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흔히 고진영을 가리켜 ‘멘탈갑’ 또는 ‘멘탈종결자’라고 표현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녀의 이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올해 초 협회에서 주관한 ‘미디어데이’에서 ‘올해는 다 해먹겠다’고 당찬 목표를 밝혔던 것도 어쩌면 자신을 둘러싼 구설에 종지부를 찍고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을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를 좀 띄워보려고 했던 말이 이렇게 이슈가 됐네요. 아무래도 다 해먹으려면 ‘누가 덜 스트레스를 받고 대회를 치러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정확히 딱 꼬집어서 ‘멘탈이 좋다’는 것에 대해 누가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요? 저는 그냥 처해진 상황에 집중을 잘했던 것 같아요. 그 상황에 최대한 집중을 하다 보면 제 안에 있는 숨겨진 힘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멘탈’은 ‘집중’이에요. 물론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좀 웃으면서 플레이하라’는 핀잔도 자주 듣지만요(웃음).”
선배들 앞에서 ‘다 해먹겠다’고 공언한 걸 놓고도 이런저런 악성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는 그녀가 외동딸이기 때문에 일련의 행동들이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짓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색안경을 끼어도 너무나 여러 개를 낀 듯 하다.
“가끔은 제가 외동딸이라서 버릇없고 욕심 많은 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잖아요. 그 욕심이 ‘남을 어떻게 해서라도 짓밟고 내가 올라가야지’라는 게 아니에요. 그건 프로페셔널이 아니죠. 사실 댓글을 다는 분들이 대부분 저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렇게 올리겠지만 어쩌면 그 분들이 저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글들을 읽을 때마다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반성도 하고 고치려고 해요. 오히려 그것이 저에게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아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고진영은 평소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씩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집에 혼자 있거나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특히 더. 가끔씩 동생이나 반려견이 있었으면 한다는 그녀를 위해서 이번 촬영 때 강아지를 섭외했다. 그 순간만큼이라도 조금이나마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또 에디터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쌓였던 해묵은 감정이나 일말의 서운함도 날려버렸으면 했다.
“사실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애정 어린 눈빛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죠. 상처를 받아도 바로 잊어먹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모르겠어요. 정말 잊어먹은 건지 잊은 척 하는 건지는. 기회가 된다면 엽기적으로 생긴 개를 키워보고 싶어요. 불독이나 닥스훈트 같은 종류로요. 보고만 있어도 웃기고 즐거워질 것 같아요.”

 

 

 

 

3

Go 진영 Go 진영 Go!
고진영은 지난 겨울, 6주간 베트남에서 훈련을 가졌다. 비교적 시원한 날씨에 진행했던 훈련을 통해 체력도 늘리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을 했다. 지금은 거리도 많이 늘어서 핀 공략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시즌 중에도 꾸준히 체력 훈련을 병행하고 있어요. 당장은 표가 나지 않을지 몰라도 하반기 때는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큰 기구를 이용하기보다는 밴드를 이용해 잔 근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코어나 밸런스에 대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지난해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전문 캐디 서일원 씨에 대한 신뢰도 남다르다. 과거 이승현, 심현화, 조영란 등의 캐디를 했던 서 씨는 이제 고진영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채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베테랑 캐디다. 굳이 ‘목이 마르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물병을 건네주는 그야말로 선수와 캐디의 호흡이 찰떡궁합이다.
그녀가 현재 우승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는 대회는 다름 아닌 한국여자오픈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그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꺾어야 할 실력자들이 있다. 현재 상금랭킹과 대상포인트 부문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전인지와 올해 골프 전문가들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로 꼽았던 이정민이다.
“내셔널타이틀에 대한 욕심이죠. 그 트로피는 정말 갖고 싶어요. (전)인지 언니나 (이)정민 언니요? 정말 부러운 존재들이죠.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팬들도 정말 언니들을 사랑하잖아요. 그리고 외모도 예쁘고, 스타일도 정말 좋고요. 또 (허)윤경 언니는 아직 컨디션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선수이고, (김)민선이는 이미 우승도 했고요.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시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 있으면 더 좋겠어요(웃음).”
고진영은 특별히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냥 매 순간을 즐기면 언제든지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걸 꾸준히 유지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잡으면 어떤 타이틀이든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저는 어리잖아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아직 그런 틀에 갇히고 싶지는 않아요. 즐기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교회를 다니지는 않습니다만 ‘강하고 담대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마라’라는 성경 구절을 좋아해요. 항상 그 말씀을 머리에 되새기면서 플레이를 합니다. 과거 타이거 우즈나 아니카 소렌스탐처럼 압도적인 스코어로 우승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그 자신감이 교만과 오만으로 변질되지 않게끔 조심해야겠죠.”
강한 어조로 말을 하는 고진영을 보고 있으니, 문득 어린 시절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는 만화 캔디의 주제가가 떠올랐다. 누구에게든 어렵고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하고 담대하게 맞서 싸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 위기는 기회로 바뀌고 그 기회를 잡는 순간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녀는 이미 이 단순하지만 아무나 쉽게 찾지 못하는 성공의 지름길을 파악한 듯 보였고, 엷은 미소 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함이 배어있었다.

 

Ko Jin Young

고진영 : 나이 20세 입회 2013년
소속 넵스 신장 170cm
우승 3승 넵스마스터피스(2014년),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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