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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천국 뉴질랜드 베스트 코스 [해외코스: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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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리클리프스 14번 홀 그린. 바다 멀리 카발리군도가 보인다.

 

5 Days in Utopia

골프의 천국과도 같은 뉴질랜드 베스트 코스

 

해안 절벽에 조성된 뉴질랜드의 베스트 코스이자 최근 10년래 개장한 전 세계 코스 중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카우리클리프스와 케이프키드내퍼스를 돌아보았다. 골프 유토피아에서 5일을 보냈다.
남화영 사진 라이언 브란버그 제공

 

남반구 호주 옆에 위치한 섬나라 뉴질랜드는 인구 430만명을 최근에 넘어섰지만 골프장은 420곳이나 되는 골프 천국이다. 남북 섬과 주변 도서를 포함한 나라 총 면적이 27만534㎢로 우리나라보다 2.7배나 크지만, 골프장 수는 우리와 비슷하니 코스 한 곳 당 1만명 꼴이다. 총 인구가 고작 부산(360만명)과 그 생활권을 합친 정도다. 남한 인구가 총 5000만명이니 코스 한 곳 당 12만명이 몰리는 우리와 산술 비교하면 그네들의 골프 환경이 대충 그려진다.
넓은 땅에 극도로 적은 인구, 농경 목축이 주산업을 이루는 뉴질랜드는 목가적인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 울창한 숲과 나무, 나지막한 동산에 양과 소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눈덮인 설산도 있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자연의 웅장함을 표현한 무수한 영화가 촬영됐다. 한마디로 좋은 골프 코스가 만들어지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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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리클리프스 파3 7번 홀 옆으로는 산책길인 핑크비치로 이어진다.

억만장자의 드림 코스
소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함께 90년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글로벌 헤지펀드의 양대 산맥 타이거펀드의 설립자 줄리앙 로버트슨은 젊은 시절인 1970년대 중반 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하고는 이곳에 노년의 안식처를 만들기로 마음을 굳혔다.
세월이 흘러 20여년 뒤인 95년, 억만장자가 되어 다시 찾은 로버트슨은 점찍어둔 세 군데에 총 2만2000에이커의 땅을 샀다. 작은 섬이 무수히 박힌 카발리 군도가 보이는 뉴질랜드  북쪽 끝 케리케리 마타우리베이에 6500에이커, 동쪽 해안의 네이피어 인근 호크스베이에 6000에이커, 그리고 남섬 퀸즈타운의 마타카우리에 설산을 배경으로 와타티푸 호숫가 농장을 샀다.
그리고 그중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골프장을 조성했다. 열혈 골프광인 그가 회원으로 있던 뉴욕의 시네콕힐스, 내셔널골프링크스와 같은 골프장은 오랜 전통 명문이었지만, 그는 ‘골프가 진정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게임’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또한 모든 골프광이 그러하듯 그만의 드림 코스에 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2000년에 개장한 카우리클리프스는 데이비드 하만이 설계한 코스다. 코스 중에 가장 높은 곳인 14번 홀 뒤에 로버트슨은 설계자를 기리는 청동판을 새겼다. ‘플로리다의 집에서 이곳을 46번이나 방문했고 코스의 부분 부분을 만드는데 각고면려(刻苦勉勵)했다’고 상찬했다. 그리고 2003년 3월엔 뉴질랜드의 대표 골퍼인 마이클 캠벨과 프레드 커플스를 초청한 이벤트 대회를 열었다.
호크스베이에 위치한 케이프키드내퍼스는 오늘날 코스 디자이너 중 신진 대표주자인 탐 도크의 설계로 04년 개장했다. 그리고 08년과 이듬해 11월에 헌터 매헌, 앤서니 김, 카밀로 비예가스, 션 오헤어를 초청한 키위챌린지를 열었다. 국조(國鳥)인 키위의 이름을 따 카우리클리프스와 케이프키드내퍼스 두 개 코스를 오가며 벌인 대회로 두 코스의 절경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굳이 골프 대회를 통한 홍보가 아니더라도 두 코스는 이제 전 세계 골프 애호가에게 꼭 가봐야 할 코스로 자리잡았다. 케이프키드내퍼스는 지난 09년 <골프 다이제스트>에서 ‘미국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 중 13위, 카우리클리프스는 25위에도 올랐다.
역사 오랜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의 링크스와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의 쟁쟁한 코스 사이에서 10년도 지나지 않은 신참내기 두 코스가 세계 100대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골프라는 게임이 600년의 역사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지향점인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대한 깨달음과 찬탄을 전하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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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바다가 조망되는 18세기 콜로니얼 스타일 클럽하우스.
2 / 카우리클리프스 18번 홀. 목장 능선을 따라 조성되어 계곡을 연결한 다리가 3개나 된다.
3 / 카우리클리프스 17번 홀. 그린 뒤로 노포크 소나무가 홀 가이드 역할을 한다.

 

4다도해의 장관 카우리클리프스
9월30일 새벽.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4년마다 열리는 럭비월드컵 개최지인 탓에 뉴질랜드 전역이 들끓고 있었다. 월드컵, 올림픽에 이은 세계 3대 스포츠라는 럭비월드컵은 올해 20개국이 출전하는데 그중 뉴질랜드 팀인 올블랙스(All Blacks)가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공항에는 올블랙스 로고를 까맣게 도색한 비행기까지 보일 정도였다.
오클랜드에서 케리케리까지는 비행기로 40분 거리다. 차로 이동하면 3시간30분 정도지만 섬나라인 이곳은 조그만 도시까지 항공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때문이다. 공항에서 20인승 경비행기 비치(Beech)편으로 케리케리로 향했다. 케리케리는 최근 공항 명칭을 베이오브아일랜즈(Bay of Islands)로 바꾸었다. 다도해로 유명한 이곳을 관광용으로 홍보하기 위해 바꾼 것 같다. 인구는 6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읍 규모지만 조용하고 아늑해 노인층이 많은 휴양지다.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170년 전인 1840년에 케리케리에서 오늘날 뉴질랜드를 건국한 것이나 다름없는 ‘와이탕기조약’이 체결되었다. 토착민이자 용맹하기 이를 데 없는 마오리 전사가 최신식 무기를 앞세워 들어온 영국군과 화친을 맺고 함께 살기로 한 협정이었다.
케리케리는 카우리(Kauri) 소나무의 대표 산지다. 줄리앙 로버트슨은 카우리숲이 우거진 이곳에 농장을 사들였고, 해안선을 따라 골프장을 지었다. 그리고 이름을 ‘카우리숲의 해안절벽’이라는 데서 카우리클리프스라 지었다. 그는 여름철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오너스 코티지(Owner’s Cottage : 별장)에서 머문다.
골프 디렉터인 라이언 브란버그는 “줄리앙이 코티지 앞 마당에서 11번 홀 그린까지 120야드 거리에서 어프로치 샷 연습을 종종한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같지 않게 소탈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손님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도 나누며 잘 어울리죠.”
총 22개의 코티지 모두 거실 창문에서 바다가 조망되고 주변으로는 숲으로 둘러싸인 포근함을 준다.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했던 미국판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오웬은 ‘어릴적 어머니의 뱃속만큼이나 아늑하다’고 다소 과장된 방문 소감을 남기고, 너무 솔직하게도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글을 끝맺었다. 하지만 그가 좀 더 후생을 도모하고, 꾀를 냈다면 ‘아내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라고 쓰지 않았을까 싶다.
2층 규모의 클럽하우스는 간소하면서 실용성을 테마로 한 17~18세기 미국 동부 교회 건축 양식인 콜로니얼 스타일을 따랐다. 내부로 들어가면 뉴질랜드의 토속적인 나무 공예품으로 인테리어를 통일했다. 이곳이 타이거펀드 설립자가 만든 곳이란 흔적은 응접실에 깔린 호랑이 문양의 두터운 카페트 밖에 없다.
서비스는 18세기 대영제국 빅토리아 시절의 품격과 격식을 따른다. 서양식 식사와 서빙이 특징이다. 이곳 농장에서 직접 제조한 수제 버터에 고기를 쓴다. 그러니 저녁식사에 재킷을 입어야 하는 에티켓 정도는 따라주어야 한다.
코티지에 묵는 게스트는 밤 10시까지 온수가 나오는 실내 수영장과 짐(Gym)에서 운동을 할 수 있고, 낮에는 실외 수영장과 7번 홀을 따라 마련된 핑크비치까지 내려가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으며 바다가 보이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코스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날이 흐려지며 빗줄기가 내리고 바닷바람이 거셌지만 나는 라운드를 고집했다(한국의 골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1번 홀부터 그린 뒤로는 바다가 펼쳐졌다. 그린 잔디는 벤트그라스에 페어웨이는 라이그라스다. 디보트 자국 하나 없이 잘 관리된 페어웨이로 카트를 달리는 맛은 일품이었다. 하루에 많아야 30팀 정도 받는다 했다. 앞뒤로 뻥 뚫린 코스를 누리는 건 대통령 골프를 넘어 황제 골프에 가까웠다.
4번 홀은 ‘캄보(Cambo)’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마오리족의 혈통인 마이클 캠벨의 별명을 따서 붙였다. 그는 05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에 이 홀 그린에 올라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했다. 프로숍에는 캠벨이 헌정한 US오픈 트로피 선수 소장본을 진열해 놓고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산을 절토하지 않고 천연 목장 계곡을 따라 코스가 조성되어서인지 계곡과 계곡을 연결한 높다란 다리가 3개나 있다. 코스가 원래의 자연 계곡을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업다운이 다소 심한 편이다.
9번 홀을 지날 때였다. 젖소 예닐곱 마리가 페어웨이 가운데를 지나면서 풀을 뜯고 있었다. 라이언이 농담 삼아 말했다. “8번 홀 밑에서 젖소를 방목하는데 그 녀석들이 그린키퍼 역할도 합니다. 긴 풀을 뜯어먹으면 적당하게 페어웨이 관리가 되지요.” 그중 한두 마리가 벙커 안으로 들어가더니 벙커 정리 하지 않은 채 매너없이 무덤덤하게 이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쓱 지나갔다.
대부분의 홀에서 바다가 조망되지만 짧은 파3 홀 14번 홀부터 17번 홀까지는 아예 그린 뒷배경으로 펼쳐진 대양을 향해 샷을 하는 완만한 내리막 홀이다. 왼쪽으로는 바다를 마주한 계곡이다. 바다 건너 편으로 점점이 박힌 섬이 카발리군도다. 맑은 날이면 푸른 바다와 하늘이 눈부시게 빛난다.
파4 16번 홀은 화이트 티에서의 거리는 353야드로 짧은 편이지만 움푹 낮은 곳에 그린 뒤로는 창공과 바다여서 착시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이 홀의 별칭이 ‘유혹(Temptation)’이다. 바다의 여신 사이렌이 유혹하기 때문에 샷이 길어서 볼을 수장(水葬)시키고 지나가야 한다.
이튿날 저녁 만찬에는 부지배인인 폴에게서 다양한 와인과 함께 체험(Degustation) 정찬을 대접 받았다. 이렇게 고급스럽고 엑조틱(Exotic)한 곳엔 과연 어떤 이들이 찾았을까 궁금했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한다. “세계적인 셀레브러티는 거의 다녀갔지요. 그중에서 팝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가장 인상적인 방문자였어요.” 허 참. 이런 곳을 이틀만 머물고 떠나자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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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의 경외감 케이프키드내퍼스
케리케리를 떠나는 날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러더니 결국엔 오전 항공편이 결항되고 말았다.
폴은 나와 라이언을 거기서 한시간반 거리의 붕갈레이까지 자동차로 태워주었다. 케리케리보다 큰 동네이고 더 큰 레이더 시설이 있어 비행기가 뜰 수 있다는 거였다. 뉴질랜드는 섬나라이기 때문에 웬만한 항구에는 요트 정박 시설이 있다. 붕갈레이는 파도가 높지 않아 도크에 꽤 많은 요트들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붕갈레이에서 오클랜드까지는 역시 20인승 경비행기로 25분 거리다. 한국 여행객에게는 20인승, 50인승 경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꽤나 재미있는 경험일 터였다. 비행기가 크지 않은 터라 부조종사가 승무원 역할까지 했다. 주조종사는 앳돼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고, 내 앞으로 조종실(콕핏)과 계기반까지 보였다.
‘여기서 뉴질랜드 산하를 다 보겠다’고 감탄하자 라이언은 “고객이 요청하면(‘돈을 엄청 더 내면’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카우리클리프스에서 케이프키드내퍼스까지 헬기로 이동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뉴질랜드의 자연 환경을 좀 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렴, 그렇겠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세트장을 하늘로 누비는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니 어떤 광경일지 상상이 되었다.
뉴질랜드의 수도는 북섬의 남쪽 끝에 위치한 웰링턴이지만 그곳은 행정 중심일 뿐이다. 그보다는 오클랜드가 대표적인 국제공항으로 교통과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올해 럭비월드컵의 세미 파이널과 파이널 경기를 오클랜드의 이든파크에서 개최했다. 오클랜드에는 그래서 집집마다 올블랙스의 실버펀 로고를 마치 국기 게양하듯 내걸고 있었다.
라이언이 한마디 덧붙인다. “뉴질랜드는 럭비와 골프가 일상인 나라죠. 럭비를 즐기는 나라는 골프로도 유명합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가? 가장 원시적인 땅따먹기인 럭비와 골프하는 나라가 일맥상통한다? 농경·목축 문화의 진화된 게임이라서 그럴까? 그렇다면 골프 종주국인 미국은? 그렇지! 럭비의 트랜스포머 버전인 미식축구가 있다.
오클랜드에서 50인승 경비행기 봄바르디Q300으로 갈아타면 네이피어까지는 한 시간 거리다. 네이피어는 인구 5만명 정도인 그나마 꽤 큰(?) 항구 도시다. 지중해성 기후와 산들이 적절하게 배합된 지형으로 와이너리만도 6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도시는 1856년에 세워졌는데 당시 영국군 사령관이던 네이피어경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1930년에 큰 지진이 발생해 도시 전체가 괴멸된 뒤로는 현재의 아르데코풍 건물이 새롭게 지어졌다. 그래서 건물마다 ‘1932, 1933’이라는 연도가 붙어있는 게 도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네이피어공항을 나와 해안선을 따라 30분 정도 달리면 호크스베이(Hawke’s Bay)에 닿는다. 거기서부터 케이프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의 농장이 시작된다. 이름이 제법 흥미롭다. 의미를 풀이하면 ‘독수리만(灣)’에 ‘납치자곶(串)’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곳은 수륙의 경계가 마치 독수리 부리처럼 ‘호(弧)’를 이룬다. 그리고 그 끝에 뾰족하게 나온 곶에 골프장이 자리한다.
‘납치자’라는 이름이 붙은 건 아이러니컬한 역사에서 유래한다. 18세기말 쿡 선장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침략자들이 총칼로 이곳을 점령했다. 그 뒤로 쫓겨 도망친 뉴질랜드인이 간혹 이곳에 나타날 때마다 침략자들은 그들을 ‘납치자’라며 척결하려 했다고 전해진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경우를 일컫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곳의 원주민은 가넷(Gannet)이라 불리는 철새다. 설계자인 탐 도크를 3년 전 한국에서 만났을 때 그는 케이프키드내퍼스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부지는 가넷의 도래지였다. 그래서 그들의 영역을 피해 코스를 조성했다. 그러니 내가 한 일이란 계곡이 흐르는 그대로 페어웨이의 길만 만들어준 것일 뿐이다.” 태곳적부터 살던 가넷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땅따먹기가 얼마나 가소롭고 아니꼬울까 싶다.
어설픈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도착하자마자 코스를 돌아보았다. 케이프키드내퍼스는 양 목장을 끼고 도는 아웃 코스 전반 홀 초반이 다소 밋밋하다. 하지만 4번 홀부터 대양이 보이기 시작하고 파3 6번 홀에서는 깊은 계곡을 지나 샷을 하는 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이 코스의 백미는 다섯 손가락을 펼친 듯한 계곡을 따라 조성된 인 코스에 있다.
‘인피니티(Infinity)’라는 별칭이 붙은 12번 홀은 하늘과 바다와 페어웨이 모든 것이 한없이 가로로 펼쳐진다. 세로는 오직 하나 그린 위의 핀뿐이다. 왼쪽으로 대양이고, 앞으로는 계곡을 마주한 14번 홀 그린 옆에 성질 사나울 듯한 검은 황소가 풀을 뜯고 있다. 함께 라운드 한 골프 매니저 존이 웃으면서 짓궂게 말했다. “저 친구가 이 홀의 보스죠. 그쪽으로 볼을 치거나 성질 건드리지 마세요. 울타리를 뚫고 나와 공격할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듣고난 뒤에는 샷이 소심해지더니 뒤땅을 치고 말았다.
전장 600야드인 파5 15번 홀은 다섯 손가락 중에 중지를 따라 바다로 향하는 홀이다. 페어웨이 폭은 20~30야드 정도인데 러프란 게 없다. 페어웨이 가장자리를 따라 ‘위험(Danger)’말뚝만 군데군데 박혀 있다. 얼마나 위험한지 가보았더니, 아뿔사! 바로 밑이 높이 140m 벼랑이고 바다다. 존이 말을 보탠다. “볼을 잘못 쳐서 계곡으로 날아가면 10초 뒤에 저 밑에서 풍덩 소리가 나요.”
그린 바로 뒤에는 벙커가 세 개 심어져 있다. 빠른 그린인지라 온 그린 되어도 볼이 굴러갈 것이며 그 볼을 감싸 막아주는 곳이 벙커였다. 벙커에 들어가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거기서도 급격한 절벽이다. 오금이 저리고 사타구니가 가려웠다.
“올 4월에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바람에 벙커 뒤로 일부가 함몰되어 보수 공사를 해놓은 상태죠.” 장난기 넘치던 존의 얼굴이 그때만 제법 엄숙해졌다. 이런 환상의 코스가 일부라도 함몰된다면 그건 이곳을 찾을 수많은 골퍼를 위한 재앙일 것이다.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향할 때 존이 ‘카트 타지 말고 오솔길로 걸어가라’며 권했다. 계곡 꼭대기를 따라 이어진 좁은 길을 걸었다. 옆으로는 호크스베이의 장관이 제대로 펼쳐졌다. 저 너머 석회암인지 오랜 세월의 흔적인지 회백색빛으로 파인 절벽들이 웅장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자 그곳은 또 다른 세상의 끝이었다. 온 사방이 내 발 밑에서 평화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왼쪽 편으로는 양이 풀을 뜯고, 정면으로는 페어웨이가 펼쳐지고 오른편으로는 대양이었다. 호연지기(浩然之氣)였다. 백두산 천지에 올랐을 때 만 봉우리가 고개를 조아리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더구나 나는 드라이버 하나 꿰차고 있으니.
그때 사소한 깨달음이 왔다. 럭비와 골프 모두 잔디에서 하는 놀이였다. 넓은 들판이 있고, 잔디에 서면 굴러보고 싶고 뛰어보고 싶고 볼도 치고 싶어진다. 축구와 야구도 잔디 구장에서 하지만 럭비와 골프만큼 잔디에 민감한 스포츠도 없을 것이다.
탐 도크는 코스를 다 만들고나서 이렇게 정의했다. ‘케이프키드내퍼스를 문학으로 표현하자면 그건 서사시(Epic)일 것이다.’ 3번 홀까지가 영웅의 초라한 유년기라면 인 코스에서 다양한 시련과 고난과 환희를 경험한 뒤에 15, 16번 홀에서 클라이막스를 지나며, 클럽하우스를 향해 가면서 서서히 석양을 맞이한다.
클럽하우스는 마치 양털 깎는 창고처럼 특징적이다.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까지 양과 관련된 컨셉트로 통일되어 있다. 숙박하는 게스트 하우스와 중앙 로지 역시 양과 관련되어 있다. 골퍼는 마치 ‘골프하는 양’이 되어 라운드 마치고 창고로 들어가는 스토리가 완성된다.
중앙 로지에서는 저녁마다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인다.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테아와(TeAwa)와인을 필두로 마스터 소믈리에인 마이클이 각 코스마다 다양한 품종과 빈티지의 와인을 골라준다. 뉴질랜드 남섬의 연어, 북섬의 오리 가슴살, 뉴질랜드 고급 육우인 앵거스비프 스테이크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낮에는 코스에서 천국을 느끼고 저녁에는 입안에서 천국을 맛보았다. 라이언에게 이곳에 들른 사람 중에 누가 기억나는지 물어보았다. “빌 게이츠, 아. 그리고 한국에선 CJ의 이재현 회장님도 들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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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케이프키드내퍼스 파3 13번 홀은 125야드로 짧지만 그린 주변 벙커로 애를 먹을 수 있다.
2 / 케이프키드내퍼스의 ‘해적의 널빤지’로 불리는 파5 15번 홀은 주변으로는 온통 절벽과 바다다.
3 / 케이프키드내퍼스의 클럽하우스는 양 창고처럼 소박하다.

 

천국같은 코스 위대한 자연
그렇게 3일을 보내고 석양이 질 무렵 네이피어공항으로 향했다. 골프 유토피아에서의 5일. 네이피어의 다양한 와인과 포근한 잠자리, 그리고 연한 비취빛에서부터 코발트블루로 변하던 대양, 눈부실듯 황홀했던 코스와 수없이 멍청했던 내 샷이 파노라마처럼 돌아갔다. 귀국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정말로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바라건대 좋은 글만 많이 쓰며 골퍼를 행복하게 해주다가 죽어서 그 덕분에 천국 에 가고 싶다. 그곳은 아마도 케이프키드내퍼스이거나 카우리클리프스일 것이다.

 

 

 TRAVEL INFO   

뉴질랜드 개요와 여행 정보

개요 / 면적 27만534㎢. 인구 430만명. 수도 웰링턴. 종족은 백인 70%에 마오리 원주민 15%. 1인 당 국민소득 3만255달러. 농업과 축산업이 주요 산업. 기온은 남반구라서 한국과 반대로 여름인 12~2월엔 12~24도. 환율은 뉴질랜드 1달러 = 922원. 대한항공 직항(인천-오클랜드)편 11시간50분 소요.
여행 정보 / 골프 전문 여행사인 ES투어가 카우리클리프스(54홀), 케이프키드내퍼스(54홀)와 오클랜드를 여행하는 7박9일 뉴질랜드 럭셔리 상품을 내놓았다. 02-775-8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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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혁신적이고 편안한 골프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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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표 아마추어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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