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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국가대항전 10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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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LPGA제공_2년만에 열린 한일전에서 23대13으로 승리한 한국 드림 팀]

지난해 12월,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렸던 한일여자프로골프국가대항전을 다녀왔다. 양국 여자 프로 골프 발전을 위해 1999년에 처음으로 개최됐던 이 대회의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한국 여자 골프 드림 팀이 지난 2012년에 일본 팀을 23대13으로 대파한 이후 2년만에 다시 한번 침몰시켰다. 포볼 방식(두 명의 선수 중 좋은 성적을 채택)으로 진행됐던 첫날 한국 팀은 9대3으로 앞서며 일찌감치 싱거운 승부를 예고했다. 둘째 날 열린 싱글 스트로크 매치플레이 역시 16대8로 압승을 거두며 최종 스코어 25대11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승부는 일방적으로 끝났지만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한일국가대항전만큼 버라이어티한 역사를 가진 대회도 드물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전인 2005년에 제주도에서 한일전이 치러졌다. 당시 양국의 주장은 강수연과 후도 유리였다. 당시 일본 투어를 평정하고 지금까지 50승을 기록하고 있는 후도 유리의 무게감도 컸지만 한희원, 김미현, 송보배 등으로 꾸려진 한국 팀의 기세도 대단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투어에서 활동하던 한국 선수단은 모처럼 만난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대회 1라운드를 앞두고 선수단은 진하게 회포를 풀었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정예 멤버들이 모였으니 쉽게 낙승을 할 것이라 기대했던 첫날, 12대12(5승2무5패)로 비기고 말았다.

주장 강수연은 1라운드가 끝나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꾸짖었다. 사실 이른 아침부터 선수들에게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기에 비긴 것도 어찌 보면 운이 좋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튿날 악천후로 인해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고 주최측은 공동 우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 대회는 이후 한일전에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음주를 자제하게 됐던 계기였다.

이듬해인 06년부터 2년간은 일본 후쿠오카 센추리골프장에서 열렸다. 2년 연속으로 김미현이 한국 팀 주장이었다. 06년은 한국이 29대19로 일본을 누르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중 선수 아버지인 최모씨가 방송사 피디를 성폭행한 혐의로 이듬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회보다 더 크게 부각된 것이 오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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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LPGA제공_07년 연장 승부에서 선수들이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연장전 명승부 펼친 07년

07년 역시 한국 팀은 김미현이 주장이었고 우에다 모모코가 일본 팀 주장을 맡았다. 바로 이전 해에 10점차의 낙승을 거뒀기 때문에 한국 팀의 분위기는 밝았다. 하지만 결막염에 걸린 박세리와 무릎 부상이 심했던 김미현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첫날 11대13으로 2점 차 리드를 내준 한국 팀은 둘째 날 심기일전하여 승부를 24대24,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에 들어간 양국은 두 번째 대결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고, 세 번째 연장에 나선 장정이 90센티미터 퍼트를 놓치면서 7년만에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석패를 한 한국 팀은 모두 눈물을 흘렸고 주장 김미현 역시 ‘자신이 부족했던 탓’이라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한희원을 주장으로 한 드림 팀을 구성했던 08년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한국 제주도 핀크스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는 폭설로 취소됐다. 대형 버스를 제외하곤 대회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핀크스골프장 직원들이 온천수를 끌어다 밤새 눈을 녹였음에도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9홀 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눈이 없는 지역으로 볼을 옮겨놓고 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15대9로 한국 팀의 승리. 하지만 이는 단순한 이벤트 대회로 역대 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설욕전은 이듬해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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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LPGA제공_08년 한일전은 눈으로 인해 취소됐다]

09년 한일전은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류큐골프장에서 열렸다. 이지희가 주장으로 나섰고 한국 팀은 첫날부터 일본 팀을 20대4(10승2패)로 눌렀다. 일본 팀은 한국의 기세에 눌려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첫날을 내줬지만 둘째 날 한국 팀이 방심한 틈을 타 9대15로 추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이 10점 차 승리를 거뒀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한국이 2년만에 설욕을 했다는 스토리로 훈훈하게 마무리됐을 것이다.

그런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그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주장 이지희를 선수들이 헹가래 하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이지희는 클럽하우스에서 안정을 취했지만 경미한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헛구역질을 했다. 결국 주최측이 마련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실려갔다. 다행히도 더 이상 큰 문제는 없었다. 이후 헹가래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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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LPGA제공_09년 승리를 거둔 후 주장인 이지희를 헹가래 하는 선수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한일전이 2010년에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취소가 됐다. 11년에는 대회를 태국에서 치르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지만 대홍수로 인해 역시 취소가 됐다. 당시 ‘한일전을 왜 태국에서 여느냐’며 반대 여론도 심했다. 결국 한일전은 KB금융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3년만에 다시 개최됐다.

12년 한일전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정확하게 어떤 선수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자가 직접 목격했던 일이다. 일본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갤러리 한 명이 달려들어 사인을 요구하자 경호원이 말리는 과정에서 들고 있던 펜이 선수의 눈을 찌르고 말았다. 선수는 물론 사인을 부탁했던 갤러리도 크게 당황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펜이 조금만 옆으로 향했더라도 큰 사고로 이어졌을 아찔했던 상황이었다.

이밖에 04년에 크리스티나 김(김초롱)을 한국 팀 대표로 출전시키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녀의 국적은 미국이었지만 한일전 참가 조건은 국적이 아닌 혈통주의에 입각했기 때문에 출전이 가능했다. 같은 해에 송아리(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태국인)도 참가했지만 그녀의 국적은 한국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한일전 출전을 혈통주의로 했던 것은 당시 프로 데뷔 이전이었던 미셸 위(위성미)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규정이었다. 그 대상이 크리스티나가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제는 대회 방식 개편을 고민할 때

13년에는 일본에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열리지 못했고 2년만에 한일전이 재개됐다. 한국 팀은 세계 3대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예 멤버로 구성한 반면 일본 팀은 그렇지 못했다. 수준 차이는 그야말로 대학생과 중학생이 맞붙는 형국이었다.

30년째 일본투어를 취재하고 1999년부터 한일전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취재를 한 츠키하시 아야미 일본 기자(프리랜서)는 “일본 선수들은 애국심이 없다”면서 “한국은 세계랭킹 1위라도 한일전을 참가한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그녀는 또한 “한국은 김효주, 백규정과 같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10년이 지나도 한국 팀을 이길 수 없다. 결국 이것이 한국과 일본 여자 골프의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일전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대회를 단순히 용돈 정도 벌어가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여겨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대회 방식도 재미가 없는 포볼과 스트로크 매치플레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이는 일본 팀이 고집을 피워 이끌고 가는 포맷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다시 한번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올해는 한일수교 50주년이다. 한일전이 처음 치러졌던 99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앞으로 이 대회가 어떻게 변모해야 할지 그 안에 답이 있을 것이다. 양국의 협회는 물론 주최측에서도 골프 팬을 위한 대회, 양국 골프 발전을 위한 대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골프다이제스트 고형승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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