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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의 파란만장 골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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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정식으로 라운드한 걸 모두 합치면 스무 번이 채 넘지 않고, 지난 1년간 골프장 근처에는 거의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한국PGA 정회원 선발전을 수석으로 통과했다면 당신은 믿겠는가? 이는 만화나 드라마에서 천재 골퍼의 일생을 다룬 허무맹랑한 내용이 아니라 지난해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이야?

올해 스물여섯 살의 프로 골퍼 김민호에게 지난 몇 개월은 그야말로 꿈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꿈도 꿔보지 못했던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났다. 투어 생활을 접은 지 6년만에 한 번도 라운드를 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코스에서 정회원 선발전을 치렀는데 1위에 올랐다. 그 일주일 전에는 챌린지투어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역시 평생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코스에서 말이다. 그리고는 2015년도 시드 순위전에 출전해 2위(연장전 패배)에 오르며 시드까지 확보했다.

김민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파란만장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골프클럽을 잡았던 그는 만 15세가 되던 2004년(고등학교 1학년)에 한국PGA 준회원 선발전 본선에 응시해 통과했다. 그 해에 한국PGA는 연령제한 규정을 만들었지만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출전했던 3부투어에서 3위에 오르며 선발전 예선 면제 특전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때만 해도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가 굉장히 작았어요. 그래도 골프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건 ‘내 작은 체구로도 볼을 저렇게 멀리 보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서였죠. 아마추어 때는 특별한 성적도 없었고, 국가상비군이나 대표도 아니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준회원 선발전을 통과하고 이듬해에는 로하스챌린지투어에서 만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했습니다.”

이후 2부와 3부를 오가며 투어 생활을 했지만 더 이상 우승과는 인연을 쌓지 못했다. 정회원 선발전에도 몇 번 참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한 김민호는 ‘투어 선수라는 직업을 평생 이어가기에는 부담’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접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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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전에 ‘레슨으로 돈을 좀 벌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5개월 정도 레슨을 하다가 강동구에 위치한 한 건물에 와인바를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오픈했습니다. 그때 건물주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이었고요. 스물을 갓 넘긴 제가 사업 계획서를 들고 그분 앞에서 설명을 하고 ‘건물을 살리겠다’고 하니 승낙하시더군요.”

2009년 5월의 일이었다. 그는 청년 사업가로 변신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홍보를 했다. 광고지를 만들어 새벽에 아파트 단지에 몰래 들어가 차에 꽂다가 쫓겨나기도 여러 번. 하지만 손님들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점점 입소문을 탔다. 매장에 있는 와인바를 사랑방과 같은 공간으로 활용했다. 부침개를 부치고, 막걸리를 팔고, 식사를 못한 손님을 위해 비빔밥을 만들고, 서비스로 화채나 과일을 제공하는 등 다른 스크린골프연습장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3~4개월쯤 지나니까 골프존 창업센터에서 찾아왔어요. 어린 나이의 운영자가 매출이 제법 잘 나오니까 그들도 궁금했겠죠. 색다른 골프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취재를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월 평균 순수익이 1200~1500만원 사이였으니 그럴 만도 했겠죠. 하루에 평균 서너 시간 밖에 못 잤던 기억이 있어요. 2호점을 내자는 분들도 몇 분 찾아왔어요. 저는 그때 ‘2호점은 무리고 대신 직원들 교육은 해드리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시스템 구축만 해드렸어요.”

청년 사업가 김민호는 골프와는 전혀 다른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명품 시계 감정을 공부하기 위해 종로에서 유명하다는 사람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고, 보석감정사 시험을 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주얼리 홈페이지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기업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바이럴 마케팅 영업도 했고, 동대문에서 점퍼를 사다가 내다팔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의 부모가 해오던 사업이 좋지 않아 스크린골프연습장을 팔게 되면서 다시 좌절을 맛봤다.

“누구나 그런 힘든 시기는 찾아오니까요. 부동산에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팔려나가는 걸 보고 있으니 참으로 아쉽더군요. 그러다가 서초동에 있는 삼성레포츠센터에 레슨 프로로 취직을 하게 됐습니다.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 안에는 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만 있었지 정작 김민호는 거기에 없었어요.”

유심히 자신을 되돌아본 김민호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레슨 분야에서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블로그를 운영했고, 문화센터에서 골프에 대한 이론 강의까지 하게 됐다. 나중에는 칼럼을 써달라는 의뢰까지 들어왔다.

“친구들이 찾아와서 골프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건 좋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나갔던 것이 스크린골프대회였습니다. 처음에는 탈락을 거듭했지만 점점 감각을 되찾았고 제법 괜찮은 성적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아직 어린 나이에 투어를 접은 게 아깝지도 않냐’고 했어요. 그때 저는 한국PGA 준회원 신분이었지만 협회비도 130만원이나 못 내고 밀려있었던 상황이었어요.”

고심을 하던 김민호는 한국PGA 준회원으로 입회한 지 10년만이자, 투어 생활을 접은 지 6년만에 다시 챌린지투어에 참가하게 됐다. 경험 삼아 나갔던 예선전에서 2위로 통과를 하더니 두 번째 대회에서는 첫날 6언더파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공백 기간이 길었고 연습도 거의 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결과가 좋게 나오자 그는 자신을 얻었다. 정회원 선발 포인트가 어느 정도 쌓이자 3부투어도 병행을 하기로 결정했고,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덜컥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승했던 대회 바로 전날까지도 레슨을 하고 참가했어요. 매번 그런 식이었죠. 우승을 하고 나니 주위에서는 ‘정회원이 될 수도 있겠다’며 축하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회원선발전을 치르기로 결정했고 결국 1위로 통과했습니다. 그건 거의 기적에 가까웠습니다. 연습라운드를 해본 것도 아니었고, 충분한 연습을 하고 나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냥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이 즐거웠고 저에게는 모처럼만에 갖는 휴가와 같은 느낌이었어요.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선발전을 통과한 다음에도 그의 생활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주중에는 레슨을 하고 주말에는 조기 축구회에 참가해 축구를 했다. 시드 순위전을 치르러 갔을 때만 해도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클럽을 잡고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날도 많지 않고 골프장을 다니면서 대회를 준비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투자한 게 없으니 결과에 대한 기대도 없었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참가했을 때는 그동안 텔레비전으로만 봐왔던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어요. 그런 선수들과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에게는 라운드를 한다는 자체가 익숙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느 아마추어 골퍼와 마찬가지로 골프장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신났어요. 마치 대회에 나온 3명과 휴가를 즐기러 온 1명이 라운드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4라운드가 모두 끝났을 때 그는 공동 1위에 올랐고 연장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날이 저물어 라이트 경기를 하든지 아니면 다음날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상대 선수는 라이트 경기에 약하다면서 다음날 경기하길 원했지만 김민호는 이미 레슨 스케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하게 잡아놓은 상황이었다.

“몇 번 승강이를 벌이다가 ‘그럼 내가 진 걸로 할게요’라고도 했습니다. 거기서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 없이 경기가 치러졌고 결국 2위로 끝냈습니다. 결과야 어찌됐든 이미 저는 2015년 시드권을 확보했고, 주위에서는 모두들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며 기뻐했죠. 하지만 1부투어를 아직 경험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제 마음가짐이나 포지션이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사람들은 골프를 육체적인 노동이 많이 가미되어야 잘할 수 있다고 말들을 하는데 골프는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순위는 기대를 하지 않는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골프예요. 아직도 저는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올해는 어떤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에 준회원이 됐고 최연소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투어 생활을 접고 잠시 다른 길을 걸었던 그이기에 다시 되찾은 자신의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투어에만 올인하는 여느 프로 골퍼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큰 수익을 바라던 예전의 김민호는 이미 과거 저편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저에게는 골프를 잘 몰라서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일주일이나 집을 비우겠다는 거야?’라며 그냥 동네 조기 축구회에 다녀오는 것쯤으로 취급해버리는 결혼한 지 2년째에 접어드는 아내가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저에게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져 정말 고마워요.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 아내와 뒤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는 연습장 식구들, 그리고 아직은 골프를 즐길 수 있다라는 점이 제 큰 힘이자 무기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겠어?’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아직 모르겠어.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니까’라고.”

김민호 : 나이 26세, 신장 186cm, 소속 MFS, 성적 한국PGA정회원선발전 1위, 2015KGT시드순위전 2위
[골프다이제스트 고형승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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