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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의 시대 [Digest: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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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이지오

막말의 시대

인터넷 다음카페 ‘캐디세상’에서 필드 위에서 막말을 던지는 매너와 교양이 실종된 진상 골퍼에 대한 사연을 모았다. 바보가 아니라면 당신의 말 한마디에 경기 보조원들 가슴이 멍들 수 있음을 모르진 않을 거다. 글_전민선

 

 

Episode 1 

“남자 친구랑 뽀뽀하기 힘들겠다”

치아 콤플렉스가 있어 치아를 교정한 지 2년 정도 됐을 때였다. 교정 기간 끝에 찾아오는 가지런한 치아를 당당히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를 지을 그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고객이 내게 말했다. “언니! 남자 친구랑 뽀뽀하기 힘들겠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애매했지만 나는 이렇게 받아쳤다. “다행히 남자 친구가 없어요. 입 가리고 말해야 하고, 밥 먹자마자 이 닦으러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떠야 하는데 누가 만나주겠어요. 철길 세계에 입문한 여자 친구라면 저라도 싫죠.” 이는 자기 비하인데 아닌 듯하면서 자기 비하를 하고 그걸로 고객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온 경력 10년 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그는 알까?

 

Episode 2

“볼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해?”

네 명의 고객 중 유독 한 명이 그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전반 9홀 내내 공이 잘 안 맞았다. 당연히 그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안 좋아졌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 라운드. 그 고객의 그날 운수가 영 좋지 않은지 10번홀 티 샷도 어김없이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나는 또다시 그 고객의 볼을 찾기 위해 갈대와 긴 풀을 헤집었다. 하지만 끝내 그의 볼을 발견하지 못했고, 운수 없는 그 고객의 반응은 내 예상대로였다. “볼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잘 봐야지! 캐디가 볼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해?”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나는 “이번에는 볼을 찾기 힘든 곳이었어요. 고객님, 저도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답했다. 그 결과,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머지 홀을 돌아야만 했다. 드라이버를 집어 던지고,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욕설을 퍼붓는 통에… 
‘제가 공 못 치라고 물 떠놓고 고사라도 지냈나요, 고객님?’

 

Episode 3

“내 볼 봤어? 봤냐고!”

18홀 라운드가 끝나고 기분 좋게 고객들의 클럽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입에 쌍시옷을 남발하며 “야! 내 볼 봤어? 봤냐고! 내가 몇 번을 말해?”라고 말하는 고객이 등장했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상황인즉, 그가 친 공이 옆 홀이자 플레이를 진행 중인 우리의 페어웨이로 넘어왔고 그때 자신의 볼이 어디쯤에 떨어졌는지 내게 두 차례나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다는 것.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윽박지르며 사과할 것을 강요했고 정의로운 내 고객 덕분에 이 모든 상황은 정리되기에 이르렀다. “여보세요, 왜 우리 캐디에게 욕을 하고 그러십니까? 못 들었을 수도 있죠. 우리 중에 아무도 당신 말을 들은 사람이 없습니다.”

 

 

Episode 4

“네가 무슨 캐디를 한다고 그래?”

필드 위에서 다른 이의 볼을 자신의 볼이라고 우기는 골퍼, 플레이가 느린 골퍼, 볼을 슬쩍 치기 좋은 곳으로 옮기는 골퍼 등 여러 유형의 골퍼를 봤지만 스코어를 속이는 골퍼도 적지 않다. 그날 내가 맡은 골퍼 중 한 명도 그에 속했다. 몇 번이나 보기를 파라고 우겨 함께 한 동반자 중 한 명은 그에게 “야! 그린 주변에서 한번 철퍼덕했잖아. 보기야, 보기!”라며 따끔하게 지적을 했다. 머쓱했는지 금세 그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 후 몇 개 홀에서는 정직하게 스코어를 계산했다. 그리고 5개 홀 정도 지났을까? 스코어카드에 더블 보기를 적는 내게 “계산 똑바로 해! 내가 어떻게 더블 보기를 했단 말이야! 타수도 제대로 세지 못하는 주제에 네가 무슨 캐디를 한다고 그래?”라며 무안을 줬다. 나는 티잉 그라운드부터 홀에 공을 넣기까지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답했다. “고객님, 3온에 3퍼트 하셔서 더블 보기 맞으세요. 이 홀은 파4홀이고요.” 그랬더니 그 고객 왈, “아, 여기 파4홀이지. 마이 미스테이크!”

 

 

Episode 5

“숲에서 뭘 그렇게 오래 있다가 나와?”

한 고객의 티 샷이 오른쪽으로 OB가 났다. 세컨드 샷 지점으로 이동해 나머지 세 명의 고객에게 클럽을 전달하며 서드 샷 랜딩 포인트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OB를 낸 고객과 함께 볼이 떨어진 지점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렵게 볼을 찾아 카트 쪽으로 향하는 우리를 향해 한 동반자가 실실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둘이서 숲에서 뭘 그렇게 오래 있다가 나와?” 나는 그 고객의 농담을 애써 무시하고 억지웃음을 짓고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나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받아쳤다. ‘먹고살기가 참 고되다!’

 

 

Episode 6

“어이, 미스 김! 내 말 알아들었어?”

퍼팅 그린에 올라 다리를 모은 채 한 고객의 퍼팅 라인을 봐주고 있을 때였다. 다른 한 고객은 내게 왼쪽 다릴 조금 벌려달라고 요청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고객의 요청을 순순히 들어줬다. 그랬더니 내 다리 사이로 공 한 개가 굴러오는 것 아닌가! “고객님, 뭐하세요? 고객님 볼이 뒤에 있었나요?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퍼팅 연습을 좀 해봤지. 그런데 이 구멍이 나를 거부하네. 헤픈 것보다는 낫지.” 민망함에 멋쩍게 웃으며 퍼팅 라인을 다시 보려는데 이어서 들려온 그의 한마디. “어이, 미스 김! 내 말 알아들었어?” 

 

 

Episode 7

“퇴근 후 뭐해?”

진상 고객들 중 성적인 농담이나 추파를 던지는 고객이 있다면 ‘웃어주지 않는다, 정색하고 대답하지 않는다, 원활한 경기 진행만 생각한다’라는 나만의 행동 규칙을 만들어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스킨십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작업 멘트를 날리는 고객을 만날 때면 얼굴에 현재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퇴근 후 뭐해?”라고 물어보는 고객은 그래도 양반이다. 어떤 고객은 캐디피에 3만원을 더 얹어주면서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들이대기에 친오빠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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