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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자의·비밀스러운·술·수다 [People :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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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현우

두남자의·비밀스러운·술·수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대한민국 베스트 교습가이자 SBS골프 해설위원인 고덕호와 임한섭 아나운서가 중계석이 아닌 음식점에 마주 앉았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골프 중계를 하던 그들이 이번에는 프리미엄 소주를 한잔하며 술과 음식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글_고형승

3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고덕호와 임한섭 콤비의 입담은 중계석 못지않았다. 여기에 술까지 들어가니 그들이 늘어놓은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했다. 술에 얽힌 웃지 못할 해프닝부터 골프계의 비화까지 장르는 다양했다. 물론 대화의 절반 이상이 골프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다소 민감한 내용도 있고 이번 주제와는 거리가 있어 싣지 않기로 했다. 인터뷰는 취중 토크의 형식을 빌려 기획된 것이므로 에디터의 간섭 없이 두 사람의 대화로만 구성했다. 최대한 거르거나 각색하지 않고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겼으니 이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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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호 위원 : 이런 형식의 인터뷰는 처음입니다만 정말 좋은데요. 그런데 오늘 계산은 누가 하는 거지?
임한섭 아나운서 : 이렇게 위원님과 함께 술자리를 하니 중계 끝내고 저녁 먹으면서 한잔하는 느낌인데요. 대회 중계 때문에 출장 가면 밤에 할 게 없으니까 이런 술자리를 자주 갖곤 하죠.

고 : 중계를 하러 가면 4일 이상은 함께하니까 매일 저녁이 술이죠. 예전에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스크린 골프를 즐기기도 했어요. 임한섭 아나운서가 스크린 골프에서는 프로 골퍼죠. 내기하면 제가 잃은 적도 많았어요.
임 : 지금은 자주 하지 않지만, 그때는 스크린 골프에 재미가 들려서 한창 다닐 때였으니까요. 그때는 제가 위원님께 레슨을 해드렸죠.

고 :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한섭 씨는 스크린 골프에서는 거의 싱글을 치다가 대회 코스에서 답사 라운드를 할 때면 볼이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임 : 코스 답사니까 여기저기 가봐야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고 위원님은 정말 골프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 레슨을 하면 자신의 골프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 위원님은 그러지 않아요. 전지훈련 가서 어떤 샷을 마스터하고 왔다고 자랑을 하시죠. 그리고 겨울에 석 달 넘게 쉰 저와 내기 골프를 하시죠. 그게 말이 됩니까?

고 : 뭐, 잠깐 술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상하게 같은 중계라도 하이트가 주최하는 대회에 가면 술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에게도 시원한 맥주가 제공되잖아요. 축제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요.
임 : 고 위원님은 중계할 때 지장이 있을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으니까. 중계 전까지는 지장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고 : 그때도 하이트챔피언십이었던 것 같은데 한번은 기분에 취해서 과음한 적이 있었어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혼자 카트를 타고 나갔는데 속이 울렁거리더라고요. 결국 페어웨이 옆의 러프 쪽 배수구에 실례(오바이트라고 했지만 돌려서 표현하겠다)를 범하고 말았죠. 그게 10번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코스 관리하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저한테 괜찮은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날 중계를 하는데 볼이 그 배수구 근처로 날아갈까 봐 조마조마하더군요. 선수들이 티 샷을 하고 걸어갈 때마다 카메라에 배수구가 슬쩍슬쩍 잡히는데 괜히 찝찝했어요. 그 후로 중계를 위한 출장을 갈 때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게 됐죠.
임 : 저는 술을 좋아하는데 몸에서 잘 받지 않아요. 더는 못 마실 것 같다는 신호가 옵니다. 그래서 술 때문에 고생한 적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술을 한창 즐기던 30대 초•중반엔 밤을 새워가며 마셨죠. 많이 마시지는 못해도 오랜 시간 마시는 편이었어요. 한번은 새벽 4~5시에 술자리가 끝난 적도 있었어요. 그러면 잠을 자기도 애매한 시간인 거죠. 바로 씻고 대회장에 올라가서 바로 오프닝 영상을 녹화하기도 했어요.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마시는 게 잘 마시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아버지와 술을 마실 때도 첫 잔만 따라드리고 그다음부터는 술을 채워드리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내가 내 술을 마시는데 왜 네가 따라주느냐’고 핀잔을 주시곤 했죠. 편하게 천천히 즐기면서 마시자는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고 : 아니, 사람이 기분에 취하면 정량 이상을 마시고 실례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럼 뭐, 누구는 술을 배운 놈이고 누구는 술을 못 배운 놈인가?
임 : 하하하.

고 : 임한섭 캐스터가 소맥 제조를 잘해요.
임 : 하이트에서 준 소맥 제조 자격증도 있어요.

고 : 소맥을 두 잔 정도 마시고 맥주를 마시면 배가 부르니까 소주를 마셔요. 소주가 확실히 뒤끝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개운한 것 같아요. 가장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소주 마시고 자리 옮겨서 양주 마시고 마지막으로 와인을 마시는 거죠. 와인이 여자 술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남자가 와인을 마시면 숙취가 오래간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속설이지만.
임 : 원래 증류주와 곡주를 섞어 마시면 누구나 힘든 거 아닌가요. 저는 주종은 가리지 않는데 독한 술은 잘 안 마셔요. 양주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일품 진로는 약간 진한 소주 맛이고 깊은 맛이 나는데요. 얼음이나 토닉 워터를 타서 마시니 맛이 확확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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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한번은 변기를 붙잡고 게워내고 있는데 딸이 보고 있더라고요. 색깔이 죽은 피처럼 보여서 딸이 깜짝 놀라더군요. 저도 덩달아 놀랐어요. ‘내가 뭐 잘못됐나’ 싶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전날 마신 와인이더군요.
임 : 저는 쏠릴 만큼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런데 본의 아니게 한번 쏠린 적은 있었죠. 제 아이가 겨울에 태어났는데 12월과 1월은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은 때잖아요. 아내가 첫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굳이 거기서 잔다고 자다가 방이 너무 뜨거운 거예요. 자다가 그 방에서 저도 모르게 그만.

고 : 술 마신 다음 날은 오히려 더 잘 챙겨 먹어야 해요. 영양을 보충해줘야죠.
임 : 의외로 피자처럼 치즈가 들어 있는 음식이 해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숙취에 좋다는 말이 있어요.

고 :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라면에 콩나물을 넣어서 먹는 편입니다. 해장에는 국물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전에는 숙취에 좋은 드링크제를 아침에 일어나서 마셨는데 요즘은 저녁에 마시고 자면 다음 날 멀쩡하더라고요.
임 : 숙취는 없는데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은 식사를 네다섯 끼씩 해요. 허전함이 몰려와서.

고 : 원래 고 씨들이 술이 센 편이에요. 우리 누나들의 술 실력은 장난이 아닙니다.
임 : 고 위원님은 대식가로도 유명해요.

고 : 저는 유독 윗배가 나와 있는데 이런 체형은 위가 크다고 들었어요. 최경주를 봐도 몸은 좋은데 윗배가 나와 있잖아요. 그 친구도 엄청난 대식가거든요.
임 : 말 그대로 위대하신 분이시네.

고 : 저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데 살은 잘 찌지 않아요.
임 : 위원님은 전지훈련 때 주기적으로 빼잖아요.

고 : 아침저녁으로 발악하듯이 운동을 하죠. 안 그러면 배가 나오는 걸 아니까.
임 : 위원님이 이번 전지훈련 다녀온 이후 방송 준비하기 전에 씻고 있는데 그때 거울 앞에서 “한섭 씨, 나 몸이 좀 좋아진 것 같지 않아?”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그 몸이 2~3개월 지나니까 또 불기 시작하더군요.

고 : 시즌이 시작되면 저녁마다 술을 한잔씩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임 : 술을 좋아하면 뱃살은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고 위원님은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죠.

고 : 술을 안 마시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에 술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나중에 지내다 보면 그 사람 주변에는 일하는 직원만 있지 친구가 없어요.
임 : 그래도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좋죠. 술로 늘어난 살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살을 빼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핑계 같지만, 출장 때문에 할 시간이 없어요. 운동도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닌데 술이나 밥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그렇게 많이 먹지 못해요.

고 : 그래도 요즘은 양이 좀 는 것 같은데?
임 : 그건 위원님 때문에 그런 거고요. 대회 때는 10시30분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12시에 방송 들어가서 5시에 끝나요. 코스 나가서 다음 날 핀 위치를 확인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7시에 두 번째 식사를 합니다. 그러니까 아침에 먹는 식사를 든든히 먹어둬야 해요. 그 양이 어마어마해요.

고 : 처음에는 저를 그렇게 놀리더니 요즘은 둘이서 3인분을 시켜놓고 먹습니다. 메뉴를 보면 아침 식사로 되는 게 대부분 골프장은 서너 개 정도잖아요. 우리 둘이서 메뉴에 있는 종류를 다 달라고 합니다. 먹는 게 낙인데요.
임 : 정말 고 위원님은 맛집을 검색해서 직접 찾아갈 정도로 미식가이기도 합니다. 덩달아서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으니 좋아요. 정말 출장 다니면서 짬짬이 시간 내서 맛집에 가서 밥도 먹고 그런 게 우리만의 낙인 것 같아요.

고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이 정도만 하고 갈까요?
임 : 출장이 잦으니까 출장이 없을 때만이라도 집에 빨리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첫아이가 다섯 살 때 제가 하와이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내한테 문자가 하나 왔어요. 그 문자를 보고 있는데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아빠가 집에 보름 가까이 보이지가 않으니까 아이가 엄마한테 이렇게 물어봤대요. “엄마, 나 이제 아빠 없는 거야?” 둘째가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이고 막내가 유치원생인데 막내는 제가 “아빠 회사 다녀올게”라고 하면 으레 집에 며칠 안 들어온다는 걸 알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 의미로 딱 한 잔만 더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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