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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연구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야마하의 노력 [Equipment :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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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고형승, 이진우, 야마하 제공

소리를 연구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야마하의 노력

‘음악의 도시’ 하마마쓰를 다녀왔다. 야마하 악기 공장과 모터사이클 전시장 그리고 골프장을 돌며 그들이 강조하고자 한 ‘소리’와 ‘감동’에 대해 보고 느끼고 돌아왔다. 글_고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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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Yamaha)가 국내 언론사의 골프 전문 기자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피아노와 관악기 제조 공장, 모터사이클 전시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별도로 마련한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처음엔 골프 클럽 제조 공장이 아닌 악기 관련 시설을 위주로 견학하는 스케줄에 의문을 가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소리의 감동’이 야마하에서 만드는 골프 클럽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야마하골프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이도 많다. 해외 세일즈 마케팅팀의 보자키 료타(우리 일행은 그를 ‘보자기 상’이라고 불렀다) 역시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까지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방문해 시장을 분석하고 야마하골프의 공식 수입사인 오리엔트골프의 직원들을 만나 용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수집해 본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의 골프 클럽 매출이 연간 약 5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야마하골프가 얼마나 국내 마켓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도쿄에 도착한 일행은 신칸센으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하마마쓰로 향했다. 하마마쓰는 시즈오카현에 속해 있으며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인구 80만 명의 도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제조 회사인 혼다와 스즈키, 세계적인 악기 제조 회사인 야마하와 가와이 등이 본사를 두고 있는 공업 도시다. 하마마쓰시는 ‘음악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곳곳에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고 길거리 어디선가에서 음악가의 노래와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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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서 적응 기간을 갖는다. 그 세심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피아노라고 해서 모두 소리가 같을 수는 없다. 같은 음을 치더라도 어떤 피아노는 묵직한 소리를 내지만 또 다른 피아노는 그보다 얇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 음이 다르다는 게 아니고 톤이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는 구매자가 직접 연주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톤을 고른다.
오후에 방문한 관악기 공장도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트럼펫부터 트롬본, 프렌치호른, 색소폰 그리고 리코더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수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1년 매출이 조 단위라고 하니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피아노 공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관악기 공장에서도 소리를 체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별도로 독립된 1인용 공간에 들어가서 음을 체크하지 못한다. 그만큼 연륜이 쌓인 사람만 그 소리를 듣고 불량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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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의 시작은 오르간
야마하의 창업자인 도라쿠스 야마하는 원래 의료 기기 수리공이었다. 워낙 손재주가 뛰어나 하마마쓰의 한 초등학교에 비치된 오르간 수리를 부탁받았고 깔끔하게 복원시켰다. 그때가 1887년이었다. 수리할 때 오르간 내부의 모양을 기억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던 그는 급기야 1889년에 ‘야마하풍금제작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일본악기제조주식회사’로 개편하고 미국에서 피아노 제작에 관한 공부도 했다. 1900년에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제작했고 그로부터 2년 후에 최초로 그랜드 피아노를 만들었다. 1987년에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회사 이름을 ‘야마하’로 바꿨다.
일행이 처음으로 방문한 하마마쓰의 피아노 공장 로비에는 초창기 오르간부터 2억원을 호가하는 그랜드 피아노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피아노 제조 공정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의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피아노는 나무로 제작되기 때문에 습도와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출고 직전 며칠간은 수출 국가의 기후와 비슷한 악기와 모터사이클 그리고 골프용품은 하나의 연결 고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바로 ‘소리’다. 관악기 공장 한쪽에는 악기를 테스트하는 무향실(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한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일행이 방문한 날에는 악기가 아닌 골프 클럽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20년간 야마하에서 근무한 다케조노 다쿠야 야마하골프 우드 연구 책임자가 우리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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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향실 내부에서 드라이버 솔의 다양한 부분에 레이저를 쏘면 진동이 발생하는데 그걸 수치화해서 타음을 분석하는 것이다. 레이저를 쏠 때 미세한 소리가 함께 발생하는데 그 소리가 다시 기계로 돌아오는 것도 수치화한다. 2013년에 첫 리믹스 제품이 나오면서부터 이 시스템을 골프용품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무향실이 악기만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다케조노는 “악기를 만드는 야마하 브랜드만의 강점이다”면서 “측정 시간은 7분 정도 소요된다. 클럽 솔의 외각부터 측정한다. 3000Hz가 기준이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듣기 싫은 소리이며 3000Hz 이상의 주파수여야만 우리가 원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야마하골프가 이 시스템을 갖춘 건 한국 쪽에서 타음 향상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리에 대해 피드백을 들으면 먼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고 그것을 반영해 샘플을 만든다. 시제품을 만들어 예상한 결과치가 제대로 나오는지 그걸 검증하는 장소가 바로 야마하의 무향실이다. 야마하 216이나 Z는 하이 톤의 맑은 음인 ‘쨍’하는 금속 소리가 나게 만들었고 116이나 상급자 모델은 맑은 소리보다 둔탁하더라도 잘 맞아서 날아가는 소리(이른바 먹히는 소리)를 구현하려 했다. 야마하의 전문가들은 타 브랜드의 제품 중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품도 실험하고 데이터화한다.
야마하 골프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이용한 2013년부터 매년 소리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와 평가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다케조노는 “클럽은 방향성과 비거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걸 희생하면서까지 좋은 소리를 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헤드 안에서 이상한 패턴으로 진동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일관된 방향성과 비거리 향상에 지장을 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것이 좋은 클럽을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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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소리를 찾아서
야마하는 1955년 야마하모터주식회사를 설립하며 사업의 다각화를 꾀했다. 이후 야마하는 스포츠 분야에서의 확장을 선택하고 1959년 처음으로 스포츠용품 사업을 시작했다. FRP(Fiber Reinforced Plastics)라는 섬유 강화 소재를 개발해 강도도 있으면서 유연성까지 갖춘 양궁용품을 만들었다. 이후 1961년에 스키용품, 1975년에 테니스 라켓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1982년에는 세계 최초로 카본 콤퍼짓 클럽 헤드를 개발하면서 골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행은 야마하 모터사이클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야마하커뮤니케이션센터를 방문했다. 물론 여기에는 모터사이클만 전시된 건 아니었다. 요트부터 스노모빌, 바이크, 전동 휠체어 그리고 골프 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탈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직접 시험 운행을 해볼 수는 없었지만, 시뮬레이터를 통해 간접 경험은 해볼 수 있었다. 2층은 1955년에 개발된 할아버지뻘 모터사이클부터 과거 마스터피스라 불릴 만한 것들이 모두 전시되어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두에 잠깐 언급했지만, 야마하가 우리에게 계속해서 악기와 모터사이클 등을 보여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마하골프는 야마하그룹의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한 아주 작은 사업 영역이다. 따라서 나머지 95%에 해당하는, 이른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분야의 이미지를 야마하골프에도 조금이나마 덧입히고 싶다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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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의 역사 그리고 열여덟 살 소녀
야마하골프는 무향실뿐만 아니라 필드에서도 테스트를 한다. 야마하그룹이 소유한 36홀짜리 가쓰라기골프클럽을 방문했다. 가쓰라기는 올해 3월 JLPGA투어 야마하레이디스오픈이 열린 곳이다.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이지희가 우승했다. 총상금 1억 엔이 걸린 규모가 큰 대회 중 하나다. 2014년에는 안선주가 우승한 바 있다. 골프 클럽 소속의 프로인 사토 요시유키가 아이언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그는 시바 겐이치로(왼쪽 사진) 야마하골프 아이언 연구 책임자와 함께 각 경사면을 돌아다니며 샷을 수십 번씩 했다. 다음 나올 모델에 대한 데모를 만들어 시타를 해보고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솔에 대한 부분만 테스트했다.
시바 연구 책임자는 “다른 브랜드도 이런 테스트를 하겠지만 우리는 36홀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조건과 상황에 수시로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프로뿐만 아니라 연습생이나 아마추어 골퍼도 이 테스트에 참여해 의견을 낸다”면서 “야마하골프가 아이언에 대해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은 여러 집단의 샘플을 다양한 조건에서 취득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야마하의 메인 슬로건은 ‘감동을 함께 만들자’이다. 사실 감동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와 어떻게 공유하고 소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출장을 통해 아직 일본 야마하골프는 그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일정 막바지에 그들이 궁금해하는 답을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내놨다. “야마하는 130년의 역사와 열여덟 살 소녀의 감성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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