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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악바리 이유민 [People :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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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승훈/ 헤어 & 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 by 서일주

다재다능한 악바리 이유민

이제 갓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딘 이유민을 만났다. 영재 소리를 듣던 그가 공부가 아닌 골프를 선택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했다. 독특한 그의 성격도. 글_고형승

그날 에디터가 질문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조용히 앉아 두 눈만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을 게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에게서 은근히 드러나는 ‘악바리’ 근성도 얼핏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당신이 답답하면 먼저 입을 열겠지’라는 듯 말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행동했다는 건 결코 아니다. 에디터가 느낀 점 중 하나를 표현하기 위함이니 오해는 없길 바란다.
올해 만으로 열여덟 살이 된 이유민은 KLPGA 점프투어(3부투어) 12차전에서 우승하며 정회원이 됐다. 국가 상비군이나 국가 대표와 같은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가 아니었던 터라 그의 등장은 다소 신선했다.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자신의 존재를 한국 골프계에 알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골프를 시작한 이유민의 어린 시절은 조금 남달랐다. 아니 아주 남달랐다.
이유민은 한 번 본 것은 금방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났다. 일곱 살 때 이미 한자 500자를 외워 한자능력검정시험 5급을 받았다. 또 습득이 빨라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여섯 살 때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1학년 때 교내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 주자가 되기도 했다. 이유민은 영재 교육원을 다닐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다. 어머니 이명주 씨는 재능이 뛰어난 딸을 의사로 키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딸의 선택은 공부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이종진)는 딸의 진로를 정할 때가 됐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딸이 원하는 걸 시키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아버지와 한창 TV로 스포츠 뉴스를 보던 이유민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신지애와 서희경이 갤러리에 둘러싸여 화려한 샷을 날리는 장면이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아버지에게 “저거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어머니 이 씨는 강하게 반대했다. 어머니의 말이다.
“아마 5학년 내내 싸웠던 것 같아요. 심지어 대회장까지 가서 말리기도 했죠. 그럴수록 유민이는 죽기살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항상 학교가 끝나면 데리러 갔는데 운동하러 다니는 게 보기 싫어서 데리러 가지도 않았어요. 학교에서 연습장까지 버스로 50분 정도 거리였어요. 그 연습장은 저녁 9시 30분에 문을 닫는데 그때까지 연습을 하는 거예요. 결국은 제가 졌죠. 그러면서도 ‘너 정말 이거 할 거야?’라고 여러 번 물어봤어요. 딸은 연습하다가 안 되는 게 있으면 엉엉 울면서 끝까지 해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어떤 부모가 반대할 수 있겠어요.”

 

골프는 답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죠. 그래서 더 끌린 것 같아요.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이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답이 없더라도 그 답에 가까운 근사치를 찾으려고 계속 노력해야 하니까 제 성격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_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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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영재에서 스마트한 골퍼로

반대가 심한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이유민은 실력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골프채를 잡은 지 1년 만에 인천 지역에서 열린 골프 대회에서 초등부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치러진 문화부장관배에서 5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에 열린 박세리배전국초등학생골프대회에서도 5위에 오르자 어머니 이 씨는 딸의 선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조용한 성격이고 운동이라곤 겨울방학 때 수영을 잠깐씩 해본 게 전부였던 터라 처음엔 무척 힘들었죠. 운동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골프 선수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단순히 취미로 하려던 게 아니었죠.”
이유민의 말이다. 그는 영재 교육원을 다닐 만큼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다. 계산을 하면 답이 바로 나오는 게 좋았단다. 그러던 그가 골프를 택한 이유는 답이 없기 때문이란다. 무슨 뜻일까?
“골프는 답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죠. 그래서 더 끌렸어요.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이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답이 없더라도 그 답에 가까운 근사치를 찾으려고 계속 노력해야 하니까 제 성격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죠.”
이유민은 중학교 3학년 때 중고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2위에 오른 게 전부일 정도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 상비군이나 국가 대표를 거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올해 프로로 전향하면서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년 전부터 이유민을 가르치는 투어 프로 출신 문태양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스킬을 배울 때도 몸보다 머리로 먼저 이해하려는 타입이에요. 자신이 충분히 이해해야만 몸도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아요.”

 

똑 부러지는 성격과 포기를 모르는 열정

이유민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골프와 공부를 병행했다. 물론 대회가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빠졌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 이 씨의 말이다.
“선생님이 내준 과제가 있으면 연습이 끝나고 집에 10시에 들어와도 새벽 1~2시까지 꼭 하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면 너는 운동을 하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주위에서 말해도 유민이에게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직접 들은 이상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성격이었죠.”
그렇다. 이유민은 언제나 바른 행동을 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골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자기가 원하는 곳에 볼이 그대로 떨어져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번 볼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으니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 성격에 또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바닥을 치던 그의 골프는 더 내려갈 곳도 없었다. 그때 평소 알고 지내던 문태양 코치에게 레슨을 의뢰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문 코치는 모든 것을 바꿨다. 정신 상태부터 말이다. 문 코치의 말이다.
“골프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조언했죠. 볼이 왜 똑바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냐고 핀잔도 줬습니다. 전지훈련을 가서 남자 선수들이 사용하는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며 코스를 바라보게 했어요. 코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점점 시야가 넓어지더군요. 그리고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유민이 입을 열었다.
“거리도 계속 늘고 있고 무엇보다 퍼트가 좋아졌어요. 주위에서는 볼을 치러 갈 때 표정도 훨씬 편안해진 것 같다고들 해요.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요. 부모님 외에도 내 편이 있다는 느낌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만의 무기가 됐죠.”

 

롤모델은 박인비

아직 KLPGA 2부투어 경험도 전무한 이유민은 시간이 날 때마다 1부투어를 참관하며 모니터링한다.
“올해는 남자 프로 대회에도 갔어요. 확실히 쉽고 편안하게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도 그동안 모니터링하면서 습득한 것을 내년에 팬들 앞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싶어요. 그 전에 팬들이 먼저 생겨야겠지만요. 아 참, 1부투어 선수들을 보면서 가장 부러운 게 뭔 줄 아세요? 그건 자신만의 캐디를 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이 쉽게 플레이하는 것처럼 느껴지나?(웃음)”
이유민은 박인비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닮고 싶다고 했다.
“정말 침착하고 조용히 플레이하잖아요. 그러면서도 필드에서는 항상 당당하고 카리스마가 넘쳐요. 프로 골퍼는 항상 당당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에게는 어려운 숙제가 될 것 같지만 말이죠. 또 워낙 퍼트에는 달인이잖아요. 저도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퍼트입니다. 정말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선수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함께 플레이해보고 싶어요.”
평소 롤러코스터 타는 걸 무척 좋아하는 그는 골프와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올라갈 때는 무척 긴장되지만, 막상 내려갈 때는 짜릿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란다. 골프 역시 긴장의 연속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볼이 잘 날아가거나 퍼트에 성공해 스코어를 줄일 때는 비슷한 쾌감이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골프 선수로서의 목표는 해외든 국내든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보고 싶어요. 전인지 선수처럼 말이죠. 다양한 투어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어요. 일단은 최선을 다해야죠. 그래야 결과에 기대라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너무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올해 치러지는 시드 순위전을 그가 몇 위로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원치 않는 시련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이유민에게는 겪어내야 할 통과의례쯤이라고 해두자. 그는 어떤 고비든 극복해낼 수 있는 똑똑한 머리와 뜨거운 열정을 갖추고 있으니까.

 

골프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조언했죠. 볼이 왜 똑바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냐고 핀잔도 줬습니다. 전지훈련을 가서 남자 선수들이 사용하는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며 코스를 바라보게 했어요. 코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점점 시야가 넓어지더군요. 그리고 성격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    _문태양 코치

 

Lee Yu Min 이유민
나이 18세 신장 167cm KLPGA 입회 2016년 8월 학교 경인교대부설초-해원중-한국문화콘텐츠고 재학
성적 KLPGA신안그룹배점프투어 12차전 우승(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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