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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 노리는 나비 효과 [Feature :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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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ICCGA, 치중가든골프클럽,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 제공

대륙이 노리는 나비 효과

중국이라고 하면 일단 뭐든 우리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골프 환경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제는 큰 오산이다.  그들은 바뀌기 위해 노력 중이고 어쩌면 그 어느 나라보다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골프장 투어를 다녀오며 느낀 바다. 글_고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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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 골프장을 방문했을 때 이상한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벙커란 벙커는 모두 예비 잔디로 빼곡히 덮여 있었다. 처음엔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물론 벙커에 볼이 빠질 일은 없어 좋긴 했다. 일행 중 한 명에게 그 연유를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골프장 허가가 늦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해놓은 조처라고 했다.
중국은 2012년 11월부터 제18차 당대회 비서장이자 당 총서기 그리고 중앙군사위 주석의 자리에 오른 시진핑의 주도로 부패 척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같은 해 12월에 개최된 정치국 회의에서 공직자 윤리 규정인 ‘8항 규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의 김영란법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접대 금지, 연회의 간소화, 회의 시간 단축 그리고 골프 금지 등이 포함된 반부패 방지 규정이다. 지금까지 이 규정을 어겨 처벌된 공무원의 수만 20만 명에 달한다.
시진핑 주석이 벌인 부패와의 전쟁으로 중국의 골프 산업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골프장 허가만 기다리던 사업주에게는 이보다 더 큰 낭패는 없었다. 국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골프장은 비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면적이 넓은 중국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동원했다. 상공에서 벙커의 모래가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골프장임을 알아챈다고 했다. 만약 허가를 받지 않은 골프장이라면 바로 굴착기를 이용해 모든 부지를 뒤집어엎었다. 비밀스럽게라도 운영하기 위해서는 벙커를 예비 잔디로 덮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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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중국의 골프 대중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도 많았다. PGA투어는 3부투어 격인 PGA투어차이나를 통해 시즌 상금 랭킹 5위까지 이듬해 웹닷컴투어(2부투어) 시드를 부여하는 등 중국 시장의 잠재 가능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또 PGA투어와 LET(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는 물론 원아시아투어와 KLPGA투어 역시 다수의 대회를 개최해왔다. 여기에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음에도 골프 금지라는 규정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여론도 들끓었다.
결국, 2016년 4월,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금지했던 골프가 더는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골프를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공무원이 골프장 회원권이나 골프와 관련된 선물을 받는 것은 불법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동안 관톈랑이나 진청 등 어린 골프 선수들이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펑산산이 LPGA투어에서 활약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 펑산산이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집중 조명까지 받자 결과적으로 중국 골프계는 다소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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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이 중국으로

최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치중가든골프클럽(Qizhong Garden Golf Club)에 중국 대표 회원제 골프장의 대표 네 명이 모였다. 그들은 ‘ICCGA(International City Classic Golf Alliance)’라는 비영리단체를 창설하는 데 발기인으로 참석한 것이다. ICCGA를 알기 쉽게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세계 회원제 골프장 연맹’ 정도다.
올해 7월, 치중가든골프클럽과 쑤저우에 위치한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Jinji Lake International Golf Club) 그리고 난징의 중산인터내셔널골프클럽(Zhongshan International Golf Club) 대표들이 먼저 모여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는 데 협력하기로 ‘도원결의’를 했다. 그리고 발기인 행사를 한 당일 청두의 럭스힐스인터내셔널컨트리클럽(Luxehills International Country Club)이 이들과 함께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들이 함께하려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사실, 연맹의 창설 행사라고는 하나 대부분 중국 기자들이 초청된 것이고 해외에서 온 기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우리를 위해 일일이 통역해주는 이도 없었고 그야말로 눈뜬장님이자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에디터는 후덕한 인상의 데이비드 리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 사장 옆에 착 달라붙어 이것저것 캐물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국 내 회원제 골프장이 모였다. 이들은 이미 국제적인 대회를 치러봤고 모두 도시와 인접해 접근이 쉬운 골프장이다. 이번에 함께한 럭스힐스인터내셔널컨트리클럽까지 네 개의 골프장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중국 골프 발전에 이바지하기로 결의했다.”
데이비드 리의 말이다. ICCGA에 가입한 골프장의 회원에게는 모두 패스포트 형태로 만들어진 고객 이용 수첩을 지급한다. 현재 네 개의 골프장 회원은 1년에 최대 여덟 번까지 각 골프장에서 회원 대우를 받을 수 있다. ICCGA 관계자는 “중국 최고의 골프 코스를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는 회원권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며,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회원제 골프 코스와 함께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ICCGA는 중국뿐만 아니라 이후 한국, 대만,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회원제 골프장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연맹 발족에 참여한 그레이스 수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 부사장은 “연맹에 가입할 골프장은 그 나라의 대표적인 회원제 골프장이어야 한다”면서 “ICCGA 창립자들의 요구 사항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고 과반수 골프장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고 조건을 언급했다. 연맹 측은 별도 심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골프장 중 서른 개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리 사장은 ‘친구’라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골프장의 영리만을 위해 연맹을 창설한 게 아니다”며 “훌륭한 친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처럼 우리는 연맹에 가입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골프장이 더 나은 골프장으로 거듭나는 데 일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쾌한 성격의 리 사장은 호방한 웃음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이렇게 친구는 좋은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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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 회원제 코스들

ICCGA의 창설 멤버 코스이자 중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원제 코스 두 곳을 돌아봤다. 상하이의 치중가든골프클럽은 홍차오 국제공항에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1999년 오픈한 치중가든은 2011년 문을 닫았다가 리뉴얼을 거쳐 2013년에 재개장했다. 2년 동안 클럽하우스부터 코스까지 전면 보수에 들어갔다.
18홀 규모(화이트 티 기준 5801야드, 토너먼트 티 기준 7208야드)의 치중가든은 2017년 US오픈 개최 장소인 에린힐스의 코스 설계자 데이나 프라이(Dana Fry)가 설계했다. 현재 7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권 가격은 88만 위안(약 1억5000만원)이다. 2014년부터 LET 뷰익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으며 2014~2015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베스트 뉴 코스 톱100에도 올랐다.
18개 홀이 커다란 호수에 들어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워터해저드가 인상적이다. 일단 치중가든은 물과 싸움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볼을 넉넉히 준비하는 게 좋다. 단적인 예로 8번홀 왼쪽의 워터해저드에는 낚시하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여기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
고풍스러운 유럽식 스타일의 클럽하우스 외부와는 달리 현대식 편의 시설이 즐비하다. 테니스 센터를 비롯한 각종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있고 대중탕을 갖춘 사우나와 마사지 룸에서는 라운드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버릴 수 있다.
다음 날 방문한 쑤저우의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은 게리 플레이어가 디자인한 코스로 포레스트, 웨트랜드, 링크스 코스의 27홀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MG가 운영하는 골프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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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저우 시에는 삼성반도체 공장이 들어와 있다. 그에 따른 협력 업체도 다수 들어와 있으며 신라호텔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골프장 이용객의 20~30%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스토랑에는 한국 라면(청경채와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라면)과 김치가 나올 정도다. 한번은 에디터가 프런트 직원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진땀을 빼고 있는데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무슨 문제 있습니까?”라고 물어와 깜짝 놀랐다.
중국 10대 골프 코스 중 하나인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은 2010년 볼보차이나오픈을 개최한 토너먼트 코스이기도 하다. 이때 양용은이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에서 꼭 플레이해봐야 하는 골프 코스 톱30에 오르기도 했다. 연회비는 12만 위안(약 2000만원)이며 현재 9개국 8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비회원의 경우 주중 20만원, 주말 30만원의 그린피를 내야 한다.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을 처음 방문하면 ‘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인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인천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과 아주 비슷한 느낌이다. 골프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지 호수가 코스와 붙어 있는데 그 호수 건너에는 마천루가 즐비하다. 세 가지 스타일의 코스 역시 친숙한 느낌이다. 모든 홀에 걸쳐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건 깊은 벙커다. 사람 키(물론 에디터의 작은 키는 차치하고라도)보다 훨씬 깊은 벙커가 코스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코스 주변에는 라이트가 1m 높이로 숨어 있는데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 나이트 골프를 할 때 그 라이트가 자동으로 솟아오른다. 진지레이크인터내셔널골프클럽은 뭐든 최고를 지향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골프장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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