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김지영, 맑고 밝고 자신있게 [People:1605]
사진_이승훈 / 헤어&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by서일주 / 의상 협찬_반할라 / 구두 협찬_메트로시티
루키 김지영, 맑고 밝고 자신 있게
국가대표 캡틴이었던 김지영이 한동안 입스로 인한 슬럼프 때문에 고생하다 올해부터 프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모도 마음가짐도 성숙해져 돌아온 슈퍼루키 김지영을 주목해보자. 글_고형승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때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던 베스트셀러의 제목이자 ‘아프면 환자다’, ‘어른도 아프다’, ‘금수저는 아프지 않다’는 등의 패러디를 생성해내며 엄청난 인기를 끌던 문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프지 않고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금수저든, 흙수저든,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실수를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자신이 가야 할 방향마저 잃어버릴 때가 많다. 그 안에서 학습하고 또 다른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골프 선수가 ‘입스’에 시달리면 가장 아프다. 어쩌면 그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도 한다. 2014년 골프 국가대표 캡틴이던 김지영에게 입스는 딱 그랬다. 2013년 용인대총장배와 송암배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해오던 그녀에게 닥친 커다란 시련이었고 아픔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90타를 기록하는 등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퍼트까지 이어진 입스는 김지영을 결국 국가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말았다.“부담감이 문제였죠. 태극 마크를 처음 달았고 더군다나 캡틴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했고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부담감이 자신감을 누른 겁니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대회에 나가니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신감 없는 스윙은 볼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통제 불능 상태로까지 몰고 갔어요. 정말 그때는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죠.”
대표팀 탈락 이후 같은 해(2014년)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준회원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점프투어(3부투어)를 통해 준회원 자격을 갖추긴 했지만 이어진 정회원 선발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를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가족은 그녀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골프를 잊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김지영은 다른 선택을 했다. 오히려 동계 훈련을 통해 그 안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주위에서는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지만 그렇게 되면 골프 클럽을 다시는 잡지 못할 것 같았죠. 그냥 부딪혀보기로 했어요. 동계 훈련을 가서 입스가 가장 심하던 퍼트에 매진했어요. 그러다가 역그립으로 바꾸고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더라고요. 고민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다 보면 언제나 길은 있기 마련이란 걸 깨달았죠.”
지난해 6월경 김지영은 새로운 코치(왕성도)를 만나면서 더욱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던 그녀에게 왕 코치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골프를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고 그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의 코치는 김지영의 흔들리던 멘탈을 잡아줬고 입스 역시 자연스럽게 치유됐다.
김지영은 점프투어에서 KLPGA 정회원의 자격을 갖췄고 드림투어(2부투어) 7차와 10차 대회에서 2위에 오르며 입스의 그늘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드림투어 최종 상금 순위도 13위로 비교적 양호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KLPGA 시드 순위전에 참가한 첫날 2오버파를 기록하며 95위에 머물렀다. 1라운드를 마친 김지영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왕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왕 코치는 그녀에게 “올해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다음 날부터 사흘간 김지영은 무려 12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5위로 마쳤다. “그동안 입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기뻤죠. 겨울에는 먼저 국내에서 체력 훈련을 통해 근육량을 늘렸어요. 몸무게도 5~6kg 정도 늘었습니다. 그리고 태국으로 건너가서 실전 훈련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는 신인상보다 1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즌을 마쳤을 때 상금 순위 10위권에 들어간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밝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에게서 더 이상의 아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뮬란’을 닮은 김지영은 이제 전장으로 나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가끔 내비치는 미소에 여유까지 묻어났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그 내용을 먼저 들여다보려고 해요. 그리고 신인이니까 상큼하고 밝게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Kim Ji Young
김지영 : 나이 20세
신장 167cm
학교 이포중, 영동산업과학고,
용인대 3학년 재학 중
후원사 올포유 용품사 스릭슨
드라이버 샷 거리 250야드
성적 KLPGA 2부투어 7차, 10차 대회 2위, 시드 순위전 5위(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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