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맥긴리와의 짧지만 소중한 만남 [People:1512]
사진_이현우, 양정윤
2014 라이더컵 유럽 팀 캡틴이었던 폴 맥긴리가 지난달 방한 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맥긴리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가진 팬 미팅에 앞서 한 시간가량 별도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 대회장을 방문해 관전하고 윤채영을 만나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해운대 백사장을 배경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벙커 샷 레슨을 진행했다. 글_고형승
폴 맥긴리는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짐 퓨릭이나 필 미켈슨, 심지어는 시가 사랑이 남다른 미겔 앙헬 히메네스보다도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라이더컵에서 유럽 팀을 우승으로 이끈 캡틴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혹자는 그게 뭐 대수냐고 물어올 수도 있다. 역대 라이더컵에서 그가 선수로 팀의 3회 우승, 부단장으로 2회 우승, 단장으로서 1회 우승을 이끌었다면? 맥긴리는 유러피언투어에서의 4승을 포함해 프로 통산 9승을 거둔 선수지만 라이더컵과의 인연이 더 깊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과 탁월한 리더십이 미국의 드림 팀을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다. 맥긴리와의 만남은 올해만 두 번째다. 올해 7월 발렌타인골프클럽(최초의 온라인 골프클럽)의 캡틴으로 임명됐을 때 스코틀랜드에서 만났다. 에디터는 짓궂게도 다른 종류의 위스키를 마시는지 물었다. 그때의 인상이 강했는지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에디터는 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해보고 싶었다. 즉석에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와 배우 박재민을 진행자로 긴급 투입했다. 그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엄친아이자 골프에도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적임자였다. 물론 영어도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구사한다.
박재민 : 국내 골프팬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자면? 폴 맥긴리 : 이름은 폴 맥긴리이고 내년이면 유러피언투어에서 25년간 활동하게 된다. 48세이고 다수의 우승 경력이 있으며 라이더컵에는 2002•2004•2006년 총 3회에 걸쳐 선수로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팀 단장이었다. 스코틀랜드의 글랜이글스리조트에서 미국 팀을 꺾고 우리가 이겼다. 그리고 1대 이언 폴터에 이어 발렌타인온라인골프클럽 (www.ballantinesgolfclub.com/kr)의 2대 캡틴이 됐다.
골퍼로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그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 대단히 친절하게 시작하더니 아주 돌직구를 날리는 것 같다. 나는 48세이고 유러피언투어에서 미겔 앙헬 히메네스에 이어 두 번째 연장자다. 그가 아마 51세일 게다. 48세 정도 되면 대부분의 골퍼들은 경기에서 뒤처지고 순위도 떨어져 다른 일을 찾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정정하게 플레이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물론 그렇다고 경기가 아주 잘 풀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올해 6경기에 출전했지만 내년에는 12~15개 대회에 출전하게 되기를 바란다. 내년이 마지막 해가 될 것이고 50세가 되면 나는 시니어투어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으로 건너가 챔피언스투어에 참가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골프를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골프를 하는 게 재미있다는 것이 최대의 동기인가? 최대의 동기라면 아마도 골프가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기라는 점일 것이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경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몇몇 경기들은 육체적으로 훨씬 더 힘든 스포츠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정말 어려운 스포츠 중 하나가 바로 골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플레이를 컨트롤할 요소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해야 한다. 하루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고 할지라도 다음 날 아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토록 빠르게 변화한다. 볼이 튀어 오르는 데 돌이나 날씨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며 특정한 날 어떤 기분인지에 따라 그 결과는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인다. 시속 160km가 넘는 속도로 클럽을 휘두르는데 1도만 틀어져도 5m가량 라인에서 벗어나고 만다. 그렇게 경기는 잘 풀렸다가도 다음 순간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퍼팅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날에는 홀이 크게 보였다가도 다음 날에는 아주 작게 보일 수 있다. 항상 예기치 않은 상황과 기분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도전이라는 점이 나로 하여금 골프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골프를 정의한다면? 내게 있어 골프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 세계를 돌며 여행도 많이 한다. 개인적인 배경에 대해 조금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19세가 될 때까지 골프선수는 내가 꿈꾸던 인생이 아니었다. 나는 게일릭 풋볼(럭비와 유사한 아일랜드식 풋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19세 때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더 이상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됐다. 더블린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골프를 자주 접하게 됐고 미국으로 옮긴 뒤에도 공부와 골프를 병행했다. 결국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나는 너무 늦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운이 좋게도 꽤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며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고 많은 일을 할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나는 발렌타인과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두 세가지 다른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선수로 활동하고 TV 해설자로 일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스스로를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가 골프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여기서 당신과 같은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는가. 이는 어느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나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게일릭 풋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정말 좋은 질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내가 정말 축복 받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게는 성공하겠다는 열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게일릭 풋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을 때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골프였다. 때로 삶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럴 때는 내 안에 나를 조종하는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슬개골이 산산조각이 나서 대단히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사는 내게 더 이상 달릴 수도, 몸을 틀거나 급격하게 방향을 바꿀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일곱 차례나 더 수술을 받았지만 반드시 성공을 거두겠다는 강렬한 열정이 있었다. 그 열정 때문에 전혀 다른 진로를 택했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성공을 향한 강한 집념으로 골프를 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잊지 못할 기억이 있을 텐데? 2002년 나는 아주 운이 좋아서 골프 경력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 벨프리에서 열린 라이더컵에 출전하게 됐다. 당시 유럽은 미국에 열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은 타이거 우즈, 데이비드 듀발 등 절정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로 매우 강력한 팀을 구성하고 있었다. 나는 일요일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그린 주변에만 거의 5만 명의 갤러리가 운집해 있었고 수십 억의 사람들이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 가운데 서 있었다. 내리막 경사의 약 4m 퍼트를 성공시켜 게임을 따냈고 라이더컵 우승을 결정지었다. 그건 결코 쉬운 퍼트가 아니었고 아주 큰 브레이크가 있는 퍼트였다.
골프가 특별한 이유는? 골프의 장점이기도 하다. 골프는 핸디캡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가 로저 페더러와 테니스를 한다는 게 불가능하지만 골프는 그 누구라도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와 플레이할 수 있다. 골프는 모든 수준의 선수들이 한 공간에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어려워하거나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멘토로부터 어떤 골프 교습을 받았나? 나에게 골프 선수로서 최고의 지도자는 아버지다. 그를 통해서 골프를 배우게 됐고 골프 선수로서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마 첫 대회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전날 아버지가 나에게 해준 말이 아직도 중요한 원칙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는 “네가 내일 몇 타를 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내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바로 남을 속이는 행위야”라고 했다. 그것이 바로 발렌타인의 ‘스테이 트루(Stay True)’ 정신이다.
‘스테이 트루’는 어떤 의미인가? ‘스테이 트루’라는 발렌타인의 기본 정신이 나에게 강하게 와 닿는 이유가 있다. 인생을 살면서 부모로서 코치로서 골프 선수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봤는데 모든 영역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실되게 모든 영역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소통을 해야 한다. 특히 내가 캡틴으로 있으면서 선수들과 진실함을 공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발렌타인의 기본적인 모토인 ‘스테이 트루’는 나와 딱 맞는 아이디어다. 그 정신이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가 됐으면 좋겠다.
골프는 정신력의 경기라 하는데 갤러리나 대중의 눈이 무서웠던 적은 없었나? 물론 언제나 그랬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참으로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라이더컵 단장을 맡으면서는 더욱 그랬다. 내가 실수를 하면 유럽 팀의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최종 결정권을 가진 캡틴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더욱 승리에 대한 집념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결국 나로 하여금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선수로서도 부담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위닝 퍼트를 할 때 나 역시 다른 사람이 했을 법한 것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이 퍼트를 놓치고 싶지 않아. 빗겨 나가지 않기를 바라. 홀에 못미처 서버리지 않기를 바라.’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런 멋진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정말 흥분된다는 생각도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작년에 팀을 이끌게 되었을 때 꼭 유지하고 싶었던 자세 중 하나였다. 캡틴으로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심리적 압박을 기꺼이 감당하고 홈그라운드에서 6만5000명의 관중들이 우리가 하는 샷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십 억의 사람들이 TV를 통해 우리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기를 바랐다. 이런 상황을 즐기지 못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골퍼에 이르지 못한다.
골프는 개인 경기이고 결국 혼자 플레이해야 한다. 당신에게 팀 동료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게일릭 풋볼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이 한 가지 있고 이제 프로 선수로서 종점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내 지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내가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 내가 팀의 일원이었을 때 성적은 13번의 경기에 출전해서 단 한 번 패배를 맛봤다. 이건 정말 놀라운 기록인데 나는 뛰어난 팀 동료와 탁월한 주장을 곁에 두는 행운을 누렸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어쨌거나 팀원으로서 경기를 치를 때는 앞에 얼마나 거대한 적이 있든 주눅이 들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 혹은 그와 같은 수준의 선수와 경기를 가질 때에도 정말 뛰어난 플레이를 펼친다. 주위에 팀 동료들이 있을 때면 마음에 부담도 덜 느끼고 정말 멋진 퍼트도 선보이게 된다. 라이더컵에서의 승리는 바로 그렇게 이뤄졌다. 그것이 아마 내 골프 경력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전설적인 골퍼는? 내가 선수 생활을 하기 이전에 활동했던 골퍼지만 잭 니클러스야말로 100년이 넘는 골프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골퍼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함께 플레이를 했거나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서는 타이거 우즈가 가장 뛰어난 골퍼다. 절정의 기량을 가지고 있을 때의 타이거와 많은 경기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는 오로지 장점만 있을 뿐 약점이 보이지 않는 선수였다. 그는 볼을 멀리 보냈고 대단히 뛰어났으며 컨트롤도 매우 정확했고 숏게임은 온 세상을 다 놀라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강인했다. 따라서 이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내 세대에서 내가 본 가장 뛰어난 선수는 단연 타이거 우즈다.
매우 까다롭고 유쾌하지 못한 질문일 수도 있다. 골퍼도 사람이니만큼 누구나 죽게 될 것이다. 만일 당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후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꽤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지만 타이거 우즈만큼은 아니다. 누구나 그런 수준에 오르지는 못한다. 아니 잭 니클러스를 제외하고는 그런 수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큰 불만이 없다. 다만 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공정한 플레이를 한 선수, 고결함을 잃지 않았던 골퍼, 그리고 투어 생활을 하면서 친구가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굳이 대단히 뛰어난 선수로 남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꽤나 성공적인 선수였고 사람들이 늘 곁에 있기를 원했던 골퍼로 기억됐으면 한다.
좀 더 심도 있는 질문을 해보겠다. 당신 생각에 진정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아주 좋은 질문이고 정말 깊이 있는 질문이다. 부자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평안을 가진 사람이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재의 자신이 대단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시야로 세상을 관조하는 사람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이것이 내게는 열반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나라를 방문했다고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그동안 골프를 하면서 가본 곳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가보지 않은 나라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내년에 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나라는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브라질이다. 내년 올림픽 아일랜드 팀 단장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남자 팀에는 로리 매킬로이가 있고 어쩌면 그래엄 맥도웰이나 셰인 로리가 두 번째 참가 선수가 될 것이다. 여자 팀에도 현재 아마추어 1위를 달리고 있는 리오나 매과이어와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권에 근접했던 스테파니 메도가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서 우리는 두 개의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골프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샷을 구사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골프는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어려운 스포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 두 가지를 알려주겠다. 첫 번째는 마음가짐이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지. 두 번째는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하고 간단하게 만들어라. 인생도 그렇고 골프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골프도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대한 생각도 간단하게, 샷도 간단하게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첫 홀에서의 첫 샷이 가장 떨리고 어려운 샷이다. 첫 홀에서 드라이브 샷을 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 모든 프로 선수들에게도 이런 조언을 해준다. 그 대상이 타이거 우즈든 폴 맥긴리든 일반 아마추어 골퍼든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 하나 있다. 사람이 긴장하면 습관적으로 평소보다 급해지게 된다. 스윙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일수록 더 느리게 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느끼기에 긴장될 때 평소보다 느리게 하면 실제 그 속도가 평소에 하던 속도다. 긴장될 때는 평소보다 살짝 느리게 해라. 그러면 속도가 맞춰질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볼을 똑바로 날릴 수 있는 아주 간단한 팁을 말해준다면? 드라이버 샷을 할 때는 스윙이 올라갈 때 볼을 맞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언 샷을 할 때는 내려가는 스윙에서 볼을 맞히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다. 그것을 조율하는 유일한 방법은 볼을 놓는 위치다. 스윙을 바꾸려고 하지 마라. 드라이버 샷을 할 때는 반드시 볼이 왼쪽 발뒤꿈치에 위치해야 한다. 그럴 경우 최저점이 지난 다음에 올라가면서 볼이 맞게 된다. 아이언 샷은 볼을 움직여서 다운스윙에 볼을 맞히면 된다. 이것은 아주 기본이며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세 명의 자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훌륭한 디딤판을 제공해주는 것이 내 꿈이다. 아이들이 좋은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고 삶에 대해 훌륭한 통찰력을 지닐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살아가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결같이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날 때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잠자리에 들 때 도전으로 가득했던 그날 하루에 대해 뿌듯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GD TALK
발렌타인골프클럽의 캡틴인 폴 맥긴리가 발렌타인 골프 앰배서더인 윤채영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를 찾았다. 대회 마지막 날 윤채영이 18번홀 그린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하자 맥긴리는 박수를 치며 그녀를 격려했다. 윤채영은 3라운드 합계 1언더파 215타를 기록하며 공동 19위에 올랐다. 스코어카드 제출을 마친 그녀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폴 맥긴리와 조우했다. 이들은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의 빌라로 자리를 옮겨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눴다. 20년의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윤채영은 그동안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맥긴리는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그녀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윤채영 : 당신과 이런 자리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다. 폴 맥긴리 : 오늘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걸 지켜봤다. 어려운 골프코스라고 들었는데 정말 잘 마무리했던 것 같다. 끝나고 악수를 하는데 손이 너무 차가워서 안타까웠다.
윤채영 : 사실 나는 작년에 첫 우승을 했다. 투어 활동을 오랜 기간 했지만 우승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폴 맥긴리 : 어느 수준의 선수라도 상관없이 업다운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계속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내’다. 골프 선수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인내’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끝까지 인내하고 플레이를 잘한 것 같다.
윤채영 : 우승을 하지 못하면 선수에게는 매 대회가 아쉽다. 날씨가 굉장히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폴 맥긴리 :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수준이 높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세계에서도 통할 정도다.
윤채영 :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한국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에 비해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 폴 맥긴리 :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것이다. 각 선수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자신에게 단점이 있다고 해서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것을 꼭 극복하려고 하면 다른 장점마저 퇴색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오히려 장점을 더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굳이 장타자가 되려고 할 필요가 없고 최고의 퍼트 실력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조던 스피스를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훌륭한 퍼트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장타자는 아니다. 반대로 로리 매킬로이는 장타자지만 퍼트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시키는지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다.
윤채영 : 기술적으로 따지면 퍼트가 장점인 것 같다. 우승이 한 번밖에 없어서 ‘내가 멘탈이 강하다’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버텨내야 되겠다는 ‘지구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당신에게 궁금한 게 있다. 투어의 고참으로서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플레이에 임하는 것이 좋을까? 폴 맥긴리 : 작년 라이더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에게도 게임을 즐기고, 경험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갤러리와 함께 그 순간들을 만끽하라고 했다. 퍼트를 성공시키고 갤러리와 함께 웃고 환호하고 기뻐하는 것. 그럼 자연스레 긍정적인 에너지가 갤러리로부터 선수에게 전해진다. 게임을 하다 보면 당연히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하지만 도전을 즐기길 바란다. 그 과정을 재미있게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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