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천당과 지옥을 오간 브룩스 켑카
메이저 대회 2승과 올해의 선수상까지. 브룩스 켑카는 201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US오픈 2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PGA챔피언십에서는 타이거 우즈의 추격을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소위 잘나가던 그에게 라이더컵은 잊고 싶은 순간이 됐다. 유럽 팀에 참패를 당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대회 도중 켑카가 티 샷을 한 공이 여성 갤러리의 오른쪽 눈을 강타해 실명까지 하고 말았다. 40대의 이 갤러리는 <B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볼이 날아온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한쪽 눈으로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켑카 역시 “상심이 무척 크다. 그날은 내 인생 최악의 날이었다. 그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12. 필 미컬슨의 룰 활용? 룰 기만?
6월 17일 미국 시네콕힐스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18회 US오픈에서 필 미컬슨의 기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필 미컬슨은 대회 3라운드 13번홀(파4)에서 네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다. 약 5m 거리에서 시도한 첫 퍼팅이 홀을 지나치자 껑충껑충 뛰어가 움직이던 볼에 다시 퍼터를 댔다. 결국 4퍼트로 홀을 마무리했지만 2벌타가 더해져 스코어카드에 10을 적어냈다.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자 어려운 코스에 대한 자신만의 항의 표시(?)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경기를 마친 미컬슨은 “언듈레이션 심한 그린에서 고전하느니 차라리 벌타를 받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변명을 했다. 평소 매너가 좋기로 소문난 그였기에 실망감을 표하는 팬과 미디어 관계자가 많았다. 공의 방향을 고의로 바꿨기 때문에 실격시켜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제이슨 데이까지 나서며 “그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말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미컬슨은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는 사과문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분노와 좌절감이 주말 내내 나를 괴롭혔다. 내 행동에 실망했다. 사과한다”고 간단히 입장을 밝혔다
13. 박상현과 이소영의 시즌 3승
국내 남녀 투어에서는 박상현과 이소영이 나란히 3승씩을 거두며 다승 부문 1위에 올랐다. 박상현의 한 시즌 3승 달성은 2007년 김경태와 강경남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박상현은 GS칼텍스매경오픈을 시작으로 KEB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과 신한동해오픈까지 상금 규모가 제법 굵직한 메이저급 대회에서만 우승을 챙기며 상금 랭킹 1위(7억9006만6667원)에 올랐다. 이소영은 오지현과 이정은, 장하나가 각각 2승씩 거둔 가운데 올 시즌 3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가 됐다.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와 MY문영퀸즈파크챔피언십 그리고 올포유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상금 순위는 5위(7억2719만8530 원).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는 두 사람 모두 3위에 올랐다.
14. 누적 상금 10억 엔을 넘긴 안선주
J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안선주가 통산 네 번째(2010, 2011, 2014, 2018년) 상금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10년 일본에 진출한 이후 아홉 번째 시즌 만에 누적 상금 10억 엔(한화 약 100억2200만원)을 넘기도 했다. 또 안선주는 올해 K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채웠다. 따라서 만 40세가 되는 2027년에 가입하게 됐다. 그는 “골프가 더 나아지고 있다. 물론 운도 많이 따랐지만 항상 더 나은 골프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5. ‘월클’ 조아연
2019년 한국 여자 프로 골프의 최고 기대주인 조아연은 이제 갓 만 18세를 넘긴 새내기 프로 골퍼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국가 대표와 상비군을 오가며 활동하던 조아연은 올해 국가 대표 에이스 자리에 올라 전 세계를 누볐다. 특히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에서 개인전 최저타를 기록하며 ‘월클(월드클래스의 준말)’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는 유독 프로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한국여자오픈을 비롯해 효성챔피언십과 롯데칸타타여자오픈 등에서 아마추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끝난 KLPGA 시드순위전에서 당당히 1위로 통과하며 2019 시즌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6. 2019 시즌 세계가 주목하는 루키 임성재와 이정은
미국 웹닷컴투어 1위 자격으로 PGA투어에 진출한 임성재와 LPGA 퀄리파잉스쿨 1위로 통과한 이정은이 2019 시즌 가장 기대되는 루키로 거론되고 있다. 임성재는 데뷔 후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한 장타자 캐머런 챔프와 신인상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우승한 투어챔피언십에 나가서 우승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11월 28일 LPGA 진출을 공식 선언한 이정은은 “미국 무대의 안정적인 적응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박인비, 유소연이 소속된 브라보앤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17. 라이더컵 유럽 팀의 불패 신화
미국과 유럽의 대륙 간 남자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이 프랑스의 르골프나쇼날 알바트로스 코스에서 열렸다. 유럽 팀은 17.5 대 10.5로 미국 팀을 누르고 라이더컵에서 6회 연속 ‘안방 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18. LPGA와 KLPGA의 신경전
LPGA 주관 대회인 UL인터내셔널크라운과 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 같은 주에 열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골프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행복한 고민이었겠지만 대회를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은 양측 협회에서 골프다이제스트에 보내온 공식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LPGA 입장>
이 대회를 처음 시작할 때 전 세계 모든 투어의 허가를 구하지는 않았다. 모든 투어에 동의를 얻고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UL인터내셔널크라운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사안에 관해 논의하고자 KLPGA 사무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같은 주에 로컬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됐다. 그 입장에 충분히 공감했고 이를 적극 지지했다. 같은 주에 굵직한 두 개 대회가 열리는 것은 골프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여자 골프에 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KLPGA에 도전한다거나 갈등을 유발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LPGA의 회원과 한국의 팬 그리고 한국의 미디어 파트너에게 고국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LPGA 대회를 선물하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KLPGA 입장>
두 대회가 같은 주에 개최된 것에 관해 KLPGA는 무척 유감으로 생각한다. 물론 UL인터내셔널크라운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기본이 되어야 할 자국 투어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 안타깝다. KLPGA투어의 일정은 비어 있는 주 없이 거의 매주 빡빡하게 이어지고 있다. 매년 같은 주에 열리던 대회를 밀어내거나 급하게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 향후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회 개최를 논의하는 단계부터 양측의 원만한 협의가 필요하다. 양 협회가 세계 골프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긴밀한 협조와 신뢰 관계를 통해 상호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
19. 골프존 수난 시대?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프존이 가맹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가맹점의 가맹 전환을 유도할 목적으로 골프 시뮬레이터(신제품)를 가맹점에만 공급했다면서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은 “가맹 사업이 스크린 골프 시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상생의 목적이었으며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가맹 사업을 추진하며 비가맹점의 가맹 전환을 강제한 적이 없다”고 골프다이제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20. 정관계 골프 로비 파문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휘슬링락컨트리클럽에서 정관계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골프 접대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 골프장은 초호화 골프장으로 회원권 가격만 13억원을 호가한다. 이른바 이명박 골프장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정계의 골프 회동 장소이기도 하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단 63일을 제외하고 7년째 병보석으로 병원과 자택을 오가고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번에 접대 리스트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