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사람들이 모였다. 물론 가상의 공간인 에디터의 머릿속에서 말이다. 방탄소년단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이 골프 회동을 하는 아주 엉뚱한 상상을 해 버리고 말았다. 어떤 분위기로 라운드가 진행될까?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인사의 골프 실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그 결과도 무척 궁금하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훗날 세계 역사 교과서에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질 것 같은 세 사람이 골프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그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아마 취재진으로만 골프장 한 개 홀을 다 뒤엎을 사건 중의 사건이 될 게 분명하다. 골프 역사상 시청률이 가장 높은 라운드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그들이 만나 플레이하게 될 장소? 그것부터가 무척 고민스럽다. 마치 북미 회담을 앞두고 양측 정상이 만날 장소가 어디가 될 것인지 수많은 언론이 각종 예측을 쏟아 냈던 것처럼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이번에도 제3국을 택할까? 당연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장사 수완이 여기서 발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로서는 스코틀랜드의 ‘트럼프턴베리’에서 골프 회동을 하길 희망할 것이다. 트럼프는 2014년 이 골프장을 사들였지만 2016년에 적자가 약 2300만 달러(약 248억 원)로 늘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 그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칠 리 없다. 3개국 정상이 만나 역사적인 라운드를 한 사진으로 클럽하우스 벽면과 자신의 SNS를 도배해 놓을 게 분명하다. 또 함께 식사한 장소나 김정은이 묵은 숙소는 엄청난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라운드나 정상간 대화보다 골프장 홍보에 더 열을 올리는 그의 움직임에 네티즌이 분노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반면 김정은은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할 수 있을까? 의회 민주주의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부르주아의 문화로 인식되는 골프를 즐긴다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에게 무작정 거부감이 드는 일도 아니다. 다만 시종일관 자신의 골프장이 왜 아름다운지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 트럼프의 거만한 표정에 신물이 나 아일사 코스 9번홀(시그너처 홀)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문재인 대통령은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상대에 대한 분석이 모두 끝났다는 자신감도 녹아 들어 있다. 해외 주요 매체에서 문 대통령에게 ‘위대한 협상가(The Great Negotiator)’나 ‘외교의 거장(Master Class in Diplomacy)’ 또는 ‘전술의 달인(The Master Tactician)’ 등의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는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분위기 메이커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골프 실력으로 넘어가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세 명 중 나이가 가장 많은 73세다. 하지만 가장 큰 신장(184.2cm)을 가지고 있다. 큰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라이버 샷은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최근에도 60대 타수를 기록할 정도의 베테랑 골퍼다. 미국프로골프협회(USGA)에 따르면 그의 핸디캡 인덱스는 2.5다. 자신의 골프장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당연히 출중한 실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예상 스코어 82타. 다만 같은 A형인 김정은이 코스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면 불같은 성격이 폭발하며 무너질 것이다. 그럼 분명 트럼프는 라운드가 끝나고 김정은을 향해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코멘트(그의 과거 유행어)를 날릴지도 모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 사람 중 나이(35세)가 가장 어리고 몸무게(120kg 추정)가 가장 많이 나가기 때문에 비거리는 트럼프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그는 세 살 때부터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갖췄고 시속 140km 이상의 거리를 승용차로 운전하고 일곱 살 이전에는 중장비를 조종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알려진 일화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또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를 특히 좋아할 정도로 몸이 날쌔고 운동 신경이 꽤 괜찮았던 걸로 파악된다. 김정은의 문제는 퍼트다. 볼록 튀어나온 배 때문에 퍼트하는 게 무척 불편하다. 무릎이 좋지 않고 발목 물혹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는 설도 있어 18홀을 걸어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예상 스코어는 95타. 그의 관심사는 라운드보다 만찬과 술이다. “18홀이 엄청 멀구만요. 아, 멀다고 말하문 안 되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두 사람과 달리 B형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혈질의 성격이라면 문 대통령은 온화하고 유순한 성격을 가졌다. 측근조차 평소 그가 화내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니 그의 자제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간다. 알려진 바로 문 대통령은 골프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상상 속의 라운드라는 걸 잊지 말자. 과거 그가 포켓볼과 탁구를 하는 영상을 살펴보면 운동은 그와 맞지 않아 보인다. 다만 승부욕은 대단하다. 또 문 대통령은 특전사 출신이라 체력과 인내심이 뛰어나다. 골프에 꼭 필요한 내용이다. 예상 스코어는 90타. 경희대 법학과 출신인 그는 올해 변경된 로컬 룰이 빼곡히 적혀 있는 스코어카드를 이리 보고 또 저리 보며 라운드가 끝날 때는 이미 다 외운 상태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946년 6월 14일생 / A형 / 184.2cm / 107kg
골프 특기 : 인신공격(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상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문재인
1953년 1월 24일생 / B형 / 172cm / 67kg
골프 특기 : 난관타개(어렵고 힘든 라운드 환경에서도 강한 인내심을 발휘한다)
김정은
1984년 1월 8일생 / A형 / 167~170cm 추정 / 120kg 추정
골프 특기 : 과대망상(모든 파3홀에서는 홀인원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일러스트_김중화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