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어워드, 골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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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어워드, 골퍼 편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2.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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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매너 없는 행동에 대해

디가 만난 무개념 진상 골퍼, 시종일관 반말을 일삼거나 내 돈 내고 쓰는 캐디니까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길 바라는 골퍼, 본인의 실력을 과시하며 잘못된 샷은 캐디 실수라고 탓하는 골퍼 등 캐디가 겪은 진상의 여러 유형을 파악해 봤다.

여기가 조선 시대?
2인 라운드 조를 맡게 되었다. 느낌상 불륜이 확실했다. 3홀쯤 지났을까. 여성 골퍼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티 샷 후 두 번째 샷 지점이었다. 남성 골퍼에게 클럽을 전달하는 순간 여성 골퍼가 정색하며 말을 내뱉었다. “언니! 내 애인한테 눈, 얼굴 마주치지 말고 서브하세요!” 순간 당황해 표정이 굳고 말았다. 연이어 애인에게는 “캐디가 웃어 주니까 좋냐?”라며 눈을 흘기는 게 아닌가. 남자 손님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질투의 화신인 그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나는 매 홀마다 고개를 떨구고 클럽을 전달해야 했다.

모든 게 네 탓이야!
“언니가 알려준 데로 쳤는데 왜 안 맞아?” 모든 샷에 대한 책임을 캐디에게 전가하는 골퍼가 있다. 자신의 실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캐디가 기계도 아니고 1m까지 따지면 어쩌라는 건가. 이런 골퍼의 특징은 100m도 채 남겨 두지 않고 거리측정기로 확인했는데도 샷 거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 거면 애초부터 왜 거리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회원은 거리를 불러 줘도 자기가 칠 줄 안다며 우기다가 결국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으면 동반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겸손한 골퍼도 많지만 이런 개념 없는 유형을 만나면 피곤해진다.

한심한 바람둥이
남의 시선 생각하지 않고 애정 행각을 벌이는 골퍼를 마주하게 됐다.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회원은 술집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회원과 방문했다. 남자는 힘을 과시하며 한껏 폼을 잡았다. 그러다 애인의 어드레스 자세를 바로잡아 주겠다며 뒤에 바짝 붙어서는데 민망하기 짝이 없없다. 여자 회원은 틈틈이 룸 예약 전화를 받느라 바빠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라운드를 마치고 차에 백을 실으러 갔는데 차 안에 카시트와 아기 사진이 보였다. 씁쓸했다. 그린피가 싼 곳도 아니고, 그 돈을 차라리 아이에게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한심해 보였다.

몰지각한 막말형  
캐디에 대한 호칭이 ‘야’, ‘너’를 비롯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욕을 하며 저급한 용어를 쓰는 골퍼. 캐디는 무심코 던진 말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밖에 나가서 내 가족이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한번쯤 생각해 보라. 그뿐만 아니라 볼이 맞지 않는다며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캐디피를 갖고 “너 이거 똑바로 안 하면 여기서 돈 못 받게 할 거야”라며 협박하는 무식한 골퍼는 정말 마주하기 싫다.

속이 시커먼 음흉한 골퍼
여성 캐디-몰지각한 남성 골퍼들은 여성 캐디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음흉한 언행을 일삼는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한 게 언제야?” “오늘 볼 치지 말고 같이 나가서 놀까?” 초보 캐디였을 때 이런 말을 들으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며 대처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회원님은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라고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그린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변태 성향의 한 회원은 유독 내 등 뒤에서 얼쩡거렸다. 알고 봤더니 라이를 봐 주기 위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할 때 바지 사이로 보이는 엉덩이를 보기 위해서란다. 이런 이들 때문에 점점 성격이 더러워지고 드세지는 경향이 있다.
남성 캐디-지나친 농담을 건네는 여성 골퍼도 있다. 반말은 기본이다. “이 퍼팅 라인 맞아?”라며 은근슬쩍 몸을 붙인다. 카트 운전 중인데 “다리가 참 튼실해”라며 허벅지를 문지르는 아줌마들은 경멸한다. 플레이에 좀 집중하세요!

'쩍벌녀'
속바지가 있는 치마를 입었다고 할지언정 앉을 때 무릎을 모으길 바란다. 수시로 다리를 개방하면 여러 사람이 불편할 것이다. 특히 남자 캐디가 반대쪽에서 라이를 읽을 때 제대로 퍼팅 라인을 봐 주기 어렵다. 난 당신의 속바지가 궁금하지 않으니 제발 무릎을 모으고 홀을 공략하길.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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