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용품 설명에 등장하는 다양한 전문 용어.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골프 용품 전문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러 갔는데 한 친구의 골프백에 신제품 드라이버가 꽂혔습니다. 자랑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애지중지하는 친구를 겨우 설득해 드라이버를 쳐 보는 기회를 얻습니다. 샷이 똑바로 멀리 날아갑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멋진 샷입니다. 드라이버 샷만 잡으면 100타, 90타를 깰 것 같은데 이 드라이버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프숍에 들러 같은 드라이버를 구매합니다. 하지만 연습장에서도, 코스에서도 이상할 정도로 잘 안 맞습니다. 그날의 감각과 너무 다릅니다.
똑같은데 다른 클럽이라고?
누군가의 클럽에 만족해 같은 것을 구매한 경험은 우리에게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과가 다릅니다. 이때 대부분 골퍼는 기분 탓, 연습 부족, 컨디션 난조 등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넘어갑니다. 만약 다른 결과에 ‘나 자신이 아닌 클럽의 문제’를 의심한 골퍼라면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입니다.
그렇습니다. 같은 클럽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한 클럽, 사실은 같지 않을 가능성이 99.9%입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100% 다른 클럽입니다.
고작 두 가지 옵션이지만 변수는 수두룩
우리가 같다고 생각하는 드라이버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로프트와 플렉스입니다.
로프트는 ‘페이스가 얼마나 눕혔는가’입니다. 아마추어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드라이버 로프트는 9.5도, 10.5도 두 가지입니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어 9도, 10도, 11도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둘입니다. 프로용은 7.5~10.5도로 조금 더 다양한데 골프숍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닙니다.
샤프트 플렉스는 유연성을 구분하는 것으로 R, SR, S 세 가지 구성이 일반적입니다(여성용은 L). 샤프트 전문 브랜드는 각각의 유연성에 무게가 다른 모델이 있지만 클럽 브랜드가 기본 장착한 샤프트는 이 정도에 불과합니다.
로프트와 플렉스. 우리는 드라이버를 구매할 때 두 가지를 따집니다. 로프트 몇 도, 샤프트 플렉스 무엇입니다. 두 가지만 통일하면 같은 클럽이라는 뜻이지요. 단순한 기준인데 두 가지를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같다고 표기된 클럽이 같지 않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허용 오차와 프로의 클럽
우리가 사용하는 공산품에는 허용 오차가 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허용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면 같은 것으로 표기합니다.
골프 용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이버 헤드는 같은 공정에도 똑같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헤드 구분의 기준이 되는 로프트도 오차 범위 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문제는 브랜드별로 ±0.5~±2도까지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9.5도라고 표기됐지만 11.5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로프트가 실제와 다른 것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브랜드별 측정 장비와 기준이 다른 것도 이유입니다. 각도계(디지털게이지)를 이용해 단순하게 재는가 하면, 특정 기준에 따라 스윙 로봇으로 임팩트했을 때 타출각, 탄도, 비거리 결과로 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각도계로 측정할 때 페이스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삼는지도 차이를 불러옵니다. 롤(페이스 굴곡) 때문에 기준점에 따라 로프트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샤프트도 제작 공정에서 허용 오차가 있으니 로프트처럼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헤드의 스펙이 제각각이니 브랜드는 소속 프로에게 별도로 검수한 것을 제공합니다. 로프트뿐만 아니라 무게중심, 페이스 반발력 등을 측정해 최상의 것을 선별해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이 생략된 클럽을 구매하는 우리가 표기된 스펙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배경입니다.
골퍼의 선택 가능한 해법 ‘피팅’
브랜드마다 스펙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브랜드, 모델에서도 차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랜드 관계자들이 “복불복”이라고 표현할 정도니 정말 운에 맡길 상황입니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브랜드가 오차 범위를 줄여 일관성 있는 클럽을 만드는 것입니다. 표기된 스펙이 실제와 같거나 지금보다 차이가 덜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브랜드와 별개로 우리도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옷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사람은 체형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옷을 구매할 때 크기별로 구성된 것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릅니다. 남자의 경우 크기가 80부터 5단위로 120까지 구성됩니다. 생각보다 다양한데도 몸에 꼭 맞는 걸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추 맞는 것을 구매해 입거나 수선을 하기도 하죠. 정말 몸에 꼭 맞춘다면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을 선택합니다.
골프 클럽은 어떨까요? 기준이 되는 골퍼의 몸은 역시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클럽의 스펙은 옷처럼 다양하지 않습니다. 로프트 2개, 샤프트 플렉스 3개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몸에 꼭 맞는 걸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골퍼가 클럽이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는 상태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볼이 휜다면 클럽이 아닌 자신의 스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볼이 휘는 것은 잘못된 스윙 때문이 아니라 스윙에 적합하지 않은 클럽을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골퍼에게 클럽을 최적화하는 피팅숍이 있습니다. 클럽 브랜드도 자체 피팅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골프숍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이 좀 더 들지만 투자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이것을 기억하십시오. 지금 사용하는 드라이버의 스펙은 표기된 것과 실제가 다릅니다. 그리고 볼이 휘어지는 것은 스윙이 아닌 클럽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측정해서 자신의 몸에 클럽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클럽을 의심하십시오.
이번 시간에는 리얼 스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단조&주조 아이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류시환의 골프용품 이야기] 이해하기 쉽게 풀어 본 골프 용품 전문 용어는 매주 화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류시환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soonsoo8790@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