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골프 팬은 토너먼트 도중 오가는 대화 내용을 알게 되면 대단히 놀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캐디와 함께 티 박스나 페어웨이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떤 클럽으로 어떤 샷을 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골프와 아주 조금이라도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다.
투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면 갤러리가 들을 수 없도록 속삭이는 것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TV 마이크가 시야 안에 잡힐 때는 입을 닫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야기하다 걸리면 정말 재미없기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 라운드를 한다. 라운드 시간은 대개 4시간 넘게 걸리는데 다섯 명이 한 조가 되는 프로암은 6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만일 그중 절반이라도 골프에 관해 생각한다면 아마 나는 미치고 말 것이다.
물론 일요일 후반 9홀이고 리더보드에 이름이 올라 있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샷을 할 때마다 조금 더 신경을 쓰기도 하겠지만 그 외에 내 캐디는 스포츠(풋볼, 농구, 야구, 하키, 아니면 고카트 발레나 다른 뭐가 됐든), 맛집, 뜬금없는 가십(주로 다른 캐디에게 들은 이야기), 영화, 음악, 휴가, 혹은 농담거리 등 화제에 올릴 만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
그는 언제나 다양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알고 있는데 대부분은 끔찍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아일랜드 사람하고 스코틀랜드 사람하고 미국 사람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는데 어쩌고저쩌고.” 어쩌면 내 캐디는 조금 더 목소리가 클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최고다.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는 주변에 유머 감각을 가진 누군가를 두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투어에는 우리 그룹에 끼지 않았으면 하는 특정한 몇몇이 있다. 정말 열심히 칼을 가는 사람들하고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하는 것은 개의치 않지만 일단 토너먼트가 시작되면 이들은 정말 견디기 힘든 사람이 된다.
루틴은 점점 더 길어지고 지켜보는 나는 정말 피곤해지며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다. 그리고 스윙 코치와 함께 연습하다가 새삼스럽게 발견한 것, 혹은 새 갭 웨지에 숨겨진 이론만 주야장천 떠들어대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제발 스톱! 만일 이들 중 누군가가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자고 초청하면 나는 어떤 변명거리라도 동원해서 도망간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일찍 플레이하고 싶지는 않네. 고맙지만 오후에는 플레이 못하겠어.
내가 골프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다. 난 골프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거의 매일 코스에 나가 있고 성적이 자신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면 심하게 엮이기 쉽다. 우리는 모두 이런 경험이 있다. 내 머리가 그렇게 펑펑 돌아가도록 해서 4일 연속으로 4시간 동안 변함없이 플레이를 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규칙은 장갑을 끼고 있는 동안에만 또는 각 샷마다 45초 동안만 골프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라운드당 내가 집중하는 시간은 50분에서 55분을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것이 바로 내가 릴랙스하고 생생한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리고 효과도 봤다. 지난 시즌 나는 상금 랭킹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기록했고 올해 내가 원하는 모든 대회에도 나갈 수 있게 됐다.
프로암에서 나는 꽤 우호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언제나 아마추어를 파트너로 삼아 플레이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들과 어떻게 비교할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많은 프로에 비해 외향적이라는 데 돈을 걸 수도 있다. 그렇긴 하지만 혼자 걷는 편을 택하겠다. 그저 뚜렷한 이유 없이 홀의 반대쪽에서 걸어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내 플레이 파트너가 끊임없이 골프에 대해 떠들어대고자 한다면 나는 아마 쉴 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내 캐디도 그렇겠지.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 / 정리_인혜정(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