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그린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85만 달러, 약 45억7000만 원)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1.5m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한 순간, 그린의 결과를 지켜보던 박성현은 씨익 웃어 보였다.
박성현(26)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 6741야드)에서 열린 2019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박성현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약 6m 버디에 성공해 선두 한나 그린(호주)를 1타 차로 압박하고 경기를 먼저 마무리했다.
박성현은 그린의 마지막 18번 홀 경기를 지켜봤다. 보기가 나오면 연장전에 들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린이 18번 홀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려 연장전 기회가 생기는 듯했지만, 결국 그린은 벙커샷을 핀 1.5m 거리에 붙여 파 세이브를 해내고 우승을 확정했다.
그린의 우승이 결정되자, 대회 2연패에 실패한 박성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박성현은 "7번 홀 파 5홀이었는데 짧은 버디 퍼팅을 놓쳐서 너무 아쉽다. 끝나고 나서 얘기이긴 하지만 하나만 더 들어갔어도 연장전에 갈 수 있었을 텐데"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주 우승자 그린의 플레이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라는 질문엔 "우승한 선수에게 내가 점수를 줄 수 있을까?"라며 되묻더니 "나흘 동안의 점수만 봐도 얼마나 좋은 플레이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했지만 메이저에서 우승한 것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나 그린 선수에게 정말 축하할 일이다. 나흘 내내 잘 플레이했다"고 축하를 전했다.
2018년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그린은 세계랭킹 114위의 거의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이 대회 우승 전까지 그린이 거둔 LPGA 통산 최고 성적은 2018년 '한다 호주 여자 오픈'에서의 3위였다.
그런 그린은 이번 주 페어웨이 안착률 57.1%(32/56)에 그쳤지만 그린 적중률 70.8%(51/72), 평균 퍼트 수 28개를 기록하며, 박세리(1998년), 청야니(2011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3라운드까진 버디 12개를 잡았고 보기는 3개만 범했다.
특히 LPGA 투어에서 호주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건 2006년 캐리 웹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얀 스테판슨(메이저 3승), 캐리 웹(7승), 그린(1승) 이렇게 세 명이 L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호주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2위 이민지는 LPGA 통산 5승을 갖고 있지만 메이저 우승은 없다.
호주 선수들의 멘토 웹은 18번 홀에서 그린의 우승 장면을 지켜봤고 함께 축하했다.
LPGA에 따르면 그린은 웹의 골프 장학생 중 한 명이었다. 이날도 웹은 두 명의 장학생들과 함께 로프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린은 2015년 랭커스터에서 열린 US 여자오픈 로프 밖을 걷던 웹의 장학생이었다.
그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5개 홀에서 정말 긴장했다. 호주 관중들 앞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웹은 "한나가 정말 자랑스럽다. 오랜만에 골프장에서 보낸 최고의 날 중 하나다"며 그린을 축하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