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는 ‘버라이어티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다양하다. 스포츠 경기장 중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골프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번하다. 수백 가지 사례 중 눈에 띄는 것만 모아봤다.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1.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골프장 가는 길에 유독 로드킬 당한 동물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그런데 골프장에서는 ‘필드킬’이 자주 일어난다. 날아가는 새를 직접 맞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한가로이 연못 위에서 여유를 즐기던 청둥오리가 가끔 저녁 메뉴로 올라올 때는 있다.
2. “캐디 양반! 그건 어제 새로 장만한 클럽이라고”
정말 마음먹고 구매한 고가의 골프 클럽. 비닐도 방금 뜯었는데 캐디가 실수로 카트 도로에 떨어뜨려 스크래치가 발생했다. 마음에도 깊은 스크래치가 생기고 말았다. 이건 방금 얻은 내 ‘최애’ 아이돌 포스터에 지문을 남기는 것과 같은 엄청난 만행이라고! “XXX! 아. 혹시 방금 한 말 들었나요? 많이 거칠었다면 미안해요. 속으로 한다는 게 그만.”
3. “회장님 굿 샷! 빨리 소화기 좀”
국내 여자 프로 대회 개막을 앞두고 VIP 중 한 명이 시타용 볼을 쳤는데 잔디에 불이 붙었다. 화이트 티가 블랙 티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건 누구 잘못이지?
*기타 산불 사고 : 바람이 많이 부는 날 티 샷을 하기 위해 잠깐 놔둔 담배꽁초에서 불이 잔디로 옮겨붙었다.
4. “지금 뜬 게 진짜 별은 아니겠지?”
벙커 턱이나 전방의 조그마한 바위 또는 나무를 맞고 다시 돌아오는 공에 다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옆 홀에서 날아오는 공은 저 멀리 ‘포어’라는 메아리라도 들을 수 있다.
5. “난 슈퍼맨을 봤어요”
카트 운전자가 내리막길에서 급정거하는 바람에 옆에 타고 있던 골퍼가 카트 앞으로 튀어 나갔다. 슈퍼맨인 줄.
*기타 카트 사고 : 무심코 카트 앞을 지나가다 캐디가 멀리서 리모컨을 작동할 경우 치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빗길과 눈길, 커브에서 미끄러져 카트가 비탈길로 구르는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멀쩡한 날씨에도 비탈길로 향하는 카트가 많다는 것이다.
6. “저기요, 나와 같은 침대를 쓰는 분이시죠?”
앞 조에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낯익어 살펴봤더니 아내가 다른 남자와 라운드 중이었다. 남자는 곧바로 클럽을 꺼내 들어 아내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걸 목격한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기타 구타 사건 : 캐디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다짜고짜 뺨을 때린 일이 있었다. 지금부터 누가 저 사람의 머리통을 클럽으로 후려갈길지 정해볼까?
7. “젠장! 방금 내 발목에서 튀어나온 게 뭐지?”
잔디 관리를 위해 설치한 스프링클러 주변으로는 대부분 지형이 푹 꺼져 있다. 무심코 그곳을 밟아 발목이 돌아가거나 골절되는 사고가 빈번하다. 프로 선수나 캐디도 예외는 아니다.
*기타 골절 사고 : 볼이 튀어 몸에 맞으면 그 충격이 상당하다. 팔이나 갈비뼈가 볼에 맞아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금이 간 줄도 모르고 열심히 뒤땅을 칠 때다.
8. “그건 먹을 게 아닌데”
골프장 주위를 배회하던 조류가 볼을 물고 날아가는 경우는 많다. 특히 간수를 잘해야 할 물품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휴대전화. 혹여 워터해저드 위로 날아가는 새에게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기타 도적 떼 : 해외(특히 일본)에서 원숭이나 까마귀를 조심해야 한다. 비닐봉지 속 과자나 가방 안 지갑까지 노린다. 다행히 골프 클럽을 들고 가지는 않는다.
9. “지금 때린 게 설마 벌집은 아니겠지?”
벌집을 건드리는 건 맹독을 가진 독사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것과 같은 행위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그건 정말 위험천만하다.
10. “이건 우리만의 추억으로 간직하는 거야”
최근 이슈가 된 사건으로 골프 카트 뒤에 몸을 숨긴 채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포했다. 남성이 강압적으로 여성을 제압해 촬영한 것처럼 보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기타 ‘도촬’ 사건 : 한 중년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고 골프장의 노천탕을 기웃거리다가 발각됐다. 그런데 그 사람이 60대라지 아마.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일러스트_김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