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6)과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 약 20억6000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렉시 톰슨(24, 미국)이 김세영의 우승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김세영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배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클럽(파71, 6,56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를 역어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2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톰슨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김세영은 지난 5월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 이어 약 2개월 만에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9승을 기록했다.
동반 플레이어 톰슨은 경기 후 이날 김세영의 플레이에 대해 "그녀는 정말 대단한 골프를 했다. 경기 중반 모든 샷을 핀에 꽂았고 버디를 만들어냈다. 대단한 플레이였고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전반 7~11번 홀에서 5연속 버디를 잡으며 2위 톰슨에 한때 6타 차까지 앞서 나갔다.
톰슨은 "그동안 김세영과 플레이를 많이 해봤는데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는 걸 느낀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경기 초중반에 네 번 연속으로 샷을 1.5m 이내로 보냈다. 그녀에게 아주 합당한 우승이다"라고 호평을 이어갔다.
톰슨은 김세영에게 6타 차까지 뒤졌지만 후반 17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갖다 붙여 이글을 잡아내고 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로 2타 차 2위를 기록했다.
톰슨은 "대회 초반이라면 20언더파를 우승 스코어라고 예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그것 또한 김세영이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준다. 훌륭한 경쟁자다. 티샷도 멀리 보내고 아이언 샷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친다"라고 놀라워했다.
시즌 2승을 놓쳤지만 톰슨은 자신의 플레이에도 만족했다. 톰슨은 "오늘 최고의 샷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5언더파를 친 것에 만족한다. 크리스티 커와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인비테이셔널에 나선 뒤 이후 2주 동안 메이저 대회 치른다. 이번 대회가 4주 연속 대회의 첫 대회였는데 2위를 기록해 자신감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세영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렉시가 연속해서 버디를 잡으면서 압박을 받았고 무섭기도 했다. 막판엔 버디와 이글을 만들었기 때문에 마지막 홀까지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14번 홀에서 많은 갤러리가 "U-S-A, U-S-A"라고 외쳤고 톰슨이 이를 제지시켰는데 어떤 기분이 들었냐, 톰슨에게 고맙다는 제스처를 취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김세영은 "짜증이 나진 않았고 단지 조금 무서웠다. 그래서 더욱 경기에만 집중했다. 14번 홀에서 파 세이브를 잘하면서 이를 극복했고 모멘텀을 탔다. 그리고 15번 홀에서 버디를 했다"라고 돌아봤다.
김세영은 14번 홀에서 그린을 놓치며 위기를 맞았지만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그린 밖에서 멋진 로브샷으로 볼을 핀에 바짝 붙여 탭인 파를 기록한 뒤, 15번 홀에서 약 4m 버디를 추가해 승기를 잡았다.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 씨는 "14번 홀은 원래 갤러리들이 맥주도 마시며 떠들썩하게 경기를 관람하는 홀이다. 마라톤 클래식이 워낙 전통 있는 대회인데 미국 선수 우승이 오랫동안 없다 보니 갤러리들이 'USA'를 외친 것 같다. 다른 선수에게도 그렇게 구호를 외쳤는데 우승 경쟁 중이다 보니 캐디들이 이를 제지했다. 세영이를 야유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세영이가 우승해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