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 약 20억6000만 원)에서 날카로운 샷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배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클럽(파71, 6,56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를 엮어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2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렉시 톰슨(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9승을 기록했다.
선두 김세영에 1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톰슨은 9번 홀까지 버디 2개,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김세영은 2번 홀(파3) 버디를 시작으로 7번 홀부터 11번 홀까진 무려 5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톰슨에 6타 차로 앞서갔다.
특히 5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동안 김세영의 샷이 눈부셨다.
김세영은 7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1m 내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8번 홀(파3)에선 티샷을 또 핀 오른쪽 1.5m 거리에 떨어뜨려 버디를 낚았다. 9번 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핀 뒤 1m 내에 갖다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10번 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이 그린 뒤로 살짝 넘어갔지만 퍼터로 볼을 굴려 약 6m 버디에 성공했고, 11번 홀(파4)에서 피칭 웨지로 두 번째 샷을 쳐 샷 이글을 만들 뻔했다. 5개 홀 중 4개 홀에서 볼을 핀과 1.5m 내로 보낸 것이다. 이 홀에서 탭인 버디를 잡은 김세영은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톰슨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퍼트가 살아난 톰슨은 10번 홀(파4)에서 약 8.5m 버디, 12번 홀(파4)과 14번 홀(파3)에서 각각 3~4m 버디를 잡아내며 김세영을 4타 차로 추격했다.
압박감을 받은 김세영은 14번 홀(파3)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졌고 그린이 러프보다 다소 높았고 핀 앞에 공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 김세영은 환상적인 플롭샷으로 두 번째 샷을 핀 1m 내에 떨궈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이 홀에서 타수를 잃었다면 같은 홀에서 버디를 잡은 톰슨과의 격차가 2타 차로 좁혀지는 상황이었다. 김세영은 15번 홀(파4)에서 4m 버디를 잡아 격차를 5타 차로 벌리고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이 대회는 마지막 17~18번 홀에 파5 홀이 몰려 있어 막판에 승부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톰슨은 이 두 홀에서 모두 이글을 할 수 있는 장타력을 가졌다.
김세영은 17~18번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했지만 톰슨은 17번 홀 버디에 이어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여 이글에 성공해 김세영을 2타 차까지 쫓았다. 결과적으로 앞선 홀에서 타수를 벌어놓았던 덕에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김세영은 "렉시가 막판에 경기를 잘해서 압박감을 느꼈다. 마지막 두 홀은 거리가 많이 나가는 렉시에게 유리한 홀이어서 더 타수 차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했다"라고 돌아봤다.
또 "그린이 매우 딱딱해서 플롭샷을 잘해야 파 기회가 있었다. 그냥 하늘을 보고 볼을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세영의 날카로운 샷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톰슨은 "경기 초중반에 거의 네 번 연속 샷을 1.5m 이내로 보냈다. 정말 대단한 골프를 했고 아주 합당한 우승을 차지했다"라고 축하를 보냈다.
김세영은 최근 두 개 대회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과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에서 공동 41위-공동 49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선 페어웨이 안착률이 66%(37/56), 그린 적중률도 66%(57/52)로 샷이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작았다는 점, 또 거의 버디를 예약하는 순도 높은 샷이었다는 점이 앞선 대회들과 달랐다. 또 버디 기회를 만들 때마다 평균 퍼트 수 26개로 그 기회를 잡았던 것도 우승의 요인이었다.
김세영은 우승 상금 26만2500 달러(약 3억 원)를 벌어 시즌 상금 89만7903 달러(약 10억5000만 원)로 상금 순위 13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올해의 선수 순위도 17위에서 7위(73점)로 끌어올렸고, 평균 타수도 22위에서 14위(70.135타)로 올랐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gi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