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다이제스트가 SNS 팔로워를 대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의 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를 보면 꽤 재미있다.
먼저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어떻게든 도착한 ‘그늘집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가 9위를 차지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그늘집이 늘면서 음료수만 겨우 들고나올 때가 있다. 티오프 타임에 늦을까 봐 겨우 옷만 갈아입고 김밥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꾸역꾸역 5번홀까지 왔는데 그럴 땐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음으로 ‘물에 흠뻑 젖은 골프화’가 8위에 올랐다.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할 때가 많으면 플레이하는 게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세차게 비가 몰아치면 그때는 속수무책이다. 거기에 신발에 물이 가득 차 철퍼덕거릴 때는 짜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선택한 일인 것을.
7위는 ‘업무 관련 이메일이나 SNS를 접할 때’가 올랐다. 굳이 이건 설명하지 않아도 그 고통이 이해가 갈 것이다. 업무도 업무 나름이지만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업무일 때 정말 난감하다.
6위로 ‘카페인 과다 섭취로 말이 너무 많은 파트너’를 꼽았다. 수다스러운 골퍼를 상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의 지독한 입 냄새가 동반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 제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이라도 하고 수다를 떨어주길 바란다.
‘예기치 않은 그린 통기(에어레이션) 공사’가 플레이어에게 고통을 주는 순간 5위로 선정됐다. 그린의 모래 때문에 퍼팅할 때 욕이 나오곤 한다. 뭐. 백돌이에게는 큰 지장이 없겠지만 말이다. 다음 4위는 ‘파5홀에서 티 샷이 토핑으로 50m 날아갔을 때’이다. 헤드업 때문이라고 자책해봐야 이미 그린까지 400m가 넘게 남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톱 3가 남았다. 대충 예상은 가는가.
일단 3위는 ‘오늘 최고의 드라이버 샷을 한 다음 어프로치 샷에 뒤땅을 쳐 볼이 불과 50cm 앞으로 움직였을 때’이다. 그건 웨지 탓을 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2위는 딱 한 단어다. ‘섕크’.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대망의 1위다. 핀과 거리 2m. 버디 퍼트를 남겨놨다. 그런데 ‘3퍼트’를 했다. 그냥 조용히 눈물을 닦아야 한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