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한 군중 사이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감청색 수트를 입은 배우 크리스 터커가 있다. 그는 스패니시베이 더링크스의 볼룸에 모인 수백 명의 ‘골퍼’와 함께 밥 존스상을 수상하는 친구 리 엘더를 축하하기 위해 모습을 보였다. USGA가 골프의 이념에 대해 귀감이 되는 스포츠 정신과 품격을 지녔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이 상은 US오픈 우승컵보다도 손에 쥐기 어렵다.
짐 낸츠가 낭랑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한다. 그는 엘더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홉 살 때 고아가 되었으며 캐디로 출발해 보기 드물게 우수한 선수로 성장했다. 살해 위협 속에서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을 일궈냈다. 그가 거둔 4승 중 몬샌토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어냈고 1975년 마스터스 역사상 최초의 흑인 골퍼가 됐다.
낸츠는 영화감독들이 클라이맥스로 활용할 만한 순간을 1997년이라고 말한다. 최종 라운드가 열리기 전 애틀랜타로부터 초고속으로 차를 몰고 오느라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에 서 있던 엘더는 타이거 우즈의 팔을 잡고 말했다. “가서 자네 할 일을 하게.”
낸츠는 이제 85세가 된 엘더에게 “당신의 인생은 앞으로 오래도록, 수 세기 동안 큰 의미를 지닐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뒤를 이어 강단에 오른 사람은 게리 플레이어다. 플레이어는 프로 경력 초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징으로 잘못 인식되어 경찰의 호위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경찰들조차 그의 눈을 향해 던져대는 모든 얼음을 다 막지 못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 엘더를 초청하면서 그와 가까워진 플레이어는 “엘더에 비하면 내가 겪은 경험은 비교가 안 된다”라고 술회한다. “사상 처음으로 흑인 아이들이 캐디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리를 보기 위해 골프 코스에 몰려들었는데 그 아이들의 표정을 봤어야 했습니다.”
엘더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도 않았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심장과 눈 수술을 받아야 했던 그는 그 자리에 참석한 담당 의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적절한 말을 찾기 위해 말을 멈추었던 그의 노력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의 인생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선수 생활 중 브루클린 다저스의 경기가 열리는 도시 근처를 지나게 될 때마다 엘더는 재키 로빈슨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최근 12개월을 돌아봤을 때 내가 취재한 이야기 중 엘더 그리고 몇 km 떨어져 있지 않은 페블비치와 연결될 수 있는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놀랄 정도다.
지난가을,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100대 코스를 모두 돌며 플레이한 흑인 골퍼 지미 제임스의 이야기를 썼다. 제임스는 “40년 전이었다면 이 모든 코스에서 플레이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게 몇몇 코스에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사람도 있었지만 내가 가는 모든 곳에서 전적으로 환영했고 존중받았다고 느꼈습니다.”
인종적으로 편향된 형사 사법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던 미술가 밸런티노 딕슨은 이제 1년의 자유를 축하할 예정이다. 딕슨은 9월 페블비치에서 열리는 PGA챔피언십 대회 이벤트 중 하나인 퓨어인슈어런스챔피언십 임팩팅 더퍼스트티에서 인내심의 핵심적 가치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골프다이제스트 4월호에서 나는 LA 중남부 길거리에서 성장해 또 한 명의 뜻밖의 골프 애호가가 된 래퍼 스쿨보이 Q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골프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밥 존스 어워드의 만찬을 갖기 전날 스쿨보이 Q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제임스와 딕슨, 스쿨보이 그리고 2000년 페블비치에서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4라운드 플레이를 펼친 타이거 우즈까지 리 엘더가 아니었다면 절대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자신을 향한 기립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글_맥스 애들러(Max Adler)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