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피트 다이가 페리캐빈의 링크스 작업을 시작했을 때 마지막 그린의 윤곽을 결정한 직후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면서 원치 않는 은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팬들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 93세의 이 거장이 여전히 최고 수준의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록 플로리다 북부와 인디애나주에서 그가 설계한 18홀 코스가 다른 사람에 의해 건설되고 있지만 이곳이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직접 손을 댄 온전한 마지막 작품이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아나폴리스에서 약 1시간 거리인 메릴랜드주 세인트마이클스의 ‘인 앳 페리캐빈’의 투숙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피트는 작은 아들 P.B.의 도움을 받아 1971년 동생 로이와 공동 작업으로 만든 이 평범한 코스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극적인 창조물로 환골탈태시켰다.
이곳이 비록 ‘피트의 최고 걸작품’으로 꼽히지는 않지만 놀라운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오른쪽 절반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내려앉은 대각선 모양의 4번홀 그린은 피트가 설계한 크루키드스틱의 13번홀을 떠오르게 한다.
늪지를 향해 길게 뻗은 벙커를 감아 도는 오르막 페어웨이의 파5, 14번홀은 휘슬링스트레이츠의 5번홀을 떠오르게 한다. 파3, 17번홀 아일랜드 그린은 역시 피트가 설계한 TPC소그래스의 17번홀의 미러 이미지라 할 수 있다. 더 큰 그린 그리고 그 주변부를 편안히 감싸는 러프를 가지고 있다.
두 개의 홀은 특히 커튼콜이라 할 수 있다. 파3, 7번홀은 비아리츠 그린을 특징으로 한다. 비록 코스의 소유주 리처드 코언의 요청으로 추가된 것이지만 이 코스가 가장 잘 알려진 C.B. 맥도널드와 세스 레이너 디자인의 복제품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이는 다이가 이들의 작품을 얼마나 동경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엄청난 크기의 호수를 감싸는 C자 형태의 487야드 파4, 18번홀은 로버트 트렌트 존스가 설계한 머틀비치 더듄스골프앤비치클럽의 워털루 13번홀처럼 보인다.
피트가 코스 설계가로서 경력을 시작할 당시 그는 뭐가 됐든 트렌트 존스가 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것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와 자신을 확연히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피트 다이가 마지막 디자인한 홀이 거장 존스에 대한 헌사라는 게 믿어지는가?
글_론 휘튼(Ron Whitten) / 글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