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최혜진(20)이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세’로 군림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만들었다. 2년 전인 2017년 ‘핫식스’ 이정은(23)과 꼭 닮았다. KLPGA 투어 역사상 6관왕을 싹쓸이한 선수는 이정은과 최혜진 두 명뿐이다.
최혜진은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상금왕, 최소타수상, 다승왕에 이어 베스트 플레이어상과 인기상 등 6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올 시즌은 최혜진을 위한 해였다. 지난해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받은 최혜진에 대한 기대감은 시즌 개막 전부터 컸다. 시즌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부담을 극복한 건 탄탄한 실력이었다. 최혜진은 4월 메이저 대회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퀸’에 오르며 화려하게 시즌을 열었다. 이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S-OIL 챔피언십,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정상에 오르며 상반기에만 4승을 쓸어 담았다. 하반기에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해 5승을 쌓으며 주요 타이틀 부문 4관왕을 확정했다.
최혜진은 국내 무대 최강자였던 이정은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이정은도 2016년 신인상에 오른 뒤 이듬해 6관왕을 차지하며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이정은은 신인왕 타이틀 주인공이 됐다.
최혜진도 미국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서두르지 않는다. 이정은이 국내 무대에서 기량을 더 쌓은 뒤 미국 진출을 노렸던 것과 다르지 않다. 최혜진은 “내년 시즌 상금랭킹과 세계랭킹으로 나갈 수 있는 LPGA 투어 대회에 많이 출전할 계획”이라며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진의 미국 진출 시나리오는 이정은이 미국에 진출한 방식과 조금 다르다. 이정은은 퀄리파잉(Q) 시리즈를 수석 통과해 LPGA 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최혜진은 Q 시리즈 참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으나 비회원 우승 혹은 상금랭킹 40위 이내 진입으로 LPGA 투어 진출권을 따내겠다는 계산이다. 최근에는 박성현이 상금랭킹, 고진영이 우승 자격으로 미국 무대를 밟았다.
시즌 6관왕에 오른 최혜진은 “많은 상을 받아서 행복하다. 열심히 했는데 보답 받은 느낌이다”라며 “작년보다 좋은 한 해를 보내는 게 올해 목표였고, 내년엔 올해보다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국내 투어를 뛰면서 가능한 미국 무대도 경험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은은 경험 삼아 참가한 Q 시리즈에서 수석 합격해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무대를 밟았다. 최혜진은 내년에도 KLPGA 투어를 뛴다. “2021년 시즌을 미국에서 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최혜진의 LPGA 투어 진출도 앞당겨질 수 있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통할 기량은 입증됐다.
최혜진은 “작년에 ‘정은이 언니처럼 2년차 때 언니를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뤘다”며 “언니를 따라 열심히, 더 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