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2)가 다시 ‘올림픽 모드’로 시계태엽을 돌리기 시작했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손목 부상에 시달리던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조차 힘겨웠다. 하지만 그는 부상을 딛고 당당히 여자부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4년이 흐른 올해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박인비가 올림픽 시즌에 리듬을 맞춰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보통 3월 대회부터 시즌을 시작했던 그는 올해 이례적으로 1월 대회부터 바짝 고삐를 당긴다.
박인비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파71)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로 올해를 연다. 박인비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시즌 초반 4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을 세웠다.
그의 변화는 7월 열리는 올림픽 출전을 위한 포석이다. 박인비는 아직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올해 6월 세계 랭킹 기준으로 전체 15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데, 국가당 최대 4명까지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박인비의 현재 세계 랭킹은 16위. 한국 선수 중에서는 1위 고진영(25), 2위 박성현(27), 5위 김세영(27), 7위 이정은(24), 13위 김효주(25)에 이어 여섯 번째로 밀려 있다. 하지만 랭킹 포인트 격차가 크지 않아 언제든 순위는 요동칠 수 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무래도 2020년에 올림픽이 열리는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시즌을 조금 일찍 시작한 이유도 분명히 있다”며 “올림픽 전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해서 조금 더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그는 “좋은 기회가 많이 온다면 좋겠다”며 “그 전까지 열심히 경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보였다.
베테랑 박인비에게는 시즌 루틴을 바꾼 자체가 도전이다. 처음 치르는 낯선 대회와 코스를 이겨내야 한다. 자칫 리듬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택한 그가 노리는 건 랭킹 포인트가 가장 많은 메이저 대회다. 그 전까지 대회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익히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승부사다운 변신이다.
그는 “올해는 1월부터 대회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대회가 첫 대회인데 원래 보통 경기하는 것보다는 다른 경기 방식이라 낯설긴 하다”면서도 “1월에 경기를 시작하고 첫 번째 메이저 대회를 나가기 전에 많은 대회를 치르면서 경기 감각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LPGA 투어 선수들 외 유명 인사 49명과 아마추어들이 출전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설 존 스몰츠,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과 현역 저스틴 벌렌더(휴스턴 애스트로스),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레이 앨런, 그랜트 힐 등이 나선다. 박인비는 미국프로풋볼(NFL) 전설 리처드 덴트, 아마추어 마크 캔틴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박인비는 “코스는 무난한 편인 것 같고 그린도 잘 받아주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내가 연습했던 라스베이거스보다는 이곳의 공기가 조금 더 무겁기 때문에 거리 조정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며 “날씨가 괜찮으면 버디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골프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투어 선수들과 경기를 하지 않고 아마추어와 함께 플레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